청년실업ㆍ고삐 풀린 인플레 ..가중된 민생고가 이란 반정부 시위 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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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8-01-0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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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25%

  • 작년 한해 계란값이 50% 올라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시민들이 경제난에 항의하는 시위를 진행하기 위해 모여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이란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촉발된데는 경제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시위에는 빈민층 젊은이들이 대거 참가해 고물가와 취업난 등 민생고 해결을 외치고 있다. 2009년 반정부 시위를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중산층이 주도한 것과 다른 모습이다. 

중도 개혁파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란 경제가 곤두박질치던 2013년 집권했다. 그는 2015년 핵개발 중단을 조건으로 미국을 포함한 서방 6개국과 핵협상을 맺었다. 2016년부터 대이란 경제제재가 전격 완화되면서 외국인 투자가 유입되는 등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경제적 과실이 국민들에게 골고루 배분되지도 못했다. 결국 참고 있던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등 주요 외신들은 풀이했다.

이란의 경제 성장률은 2016년 12.5%로 반짝 치솟았지만 2017년에는 4.2%까지 둔화될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망하고 있다. 또한 원유 수출이나 관광업 등 일부 산업은 제재 해제의 효과를 봤지만, 산업 전반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CNN은 전했다. 

유라시아 그룹의 클리프 쿱찬 회장은 CNN 인터뷰에서 여전히 규제, 부패, 구조적 문제로 인해 일자리 창출의 동력인 비원유 부문 성장률이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높은 실업률과 물가 고공행진으로 체감 경기는 도리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하니 대통령 집권 후 물가상승률은 34%에서 10%까지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를 지키고 있다. 또한 작년 한해 계란값이 50% 이상 오르는 등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은 더 높았다.

이란의 리알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수입품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작년 5월 이후 리알은 달러 대비 10% 가까이 추락했다. 

실업난도 심각하다. 로이터는 이란 통계청을 인용하여 2017년 실업률이 12.4%로 전년 대비 1.4%포인트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25%로 평균을 웃돈다. 

쿱찬 회장은 이란 국민들의 정체된 삶의 질이 이번 소요사태의 주된 원인이라면서 로하니 정부가 지난달 공개한 예산안은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뿌린 격이라고 설명했다.

새 예산안은 식료품과 같은 기초 생필품에 대한 보조금과 빈민 구제 등 복지 예산을 삭감하고 연료 가격을 5%가량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종교기관과 정부기관 관련 예산은 그대로 유지됐거나 인상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아파 고위 성직자인 아야톨라 메스바 아즈디의 경우 내년 수입이 10년 전의 8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독일 소재 싱크탱크인 CARPO의 아드난 타바타바이 회장은 CNN에 “지금 거리로 나선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핵협상이 아니다. 그들에겐 구매력 증가, 일자리 확대, 먹거리 물가 하락이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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