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MICE 산업 큰손 부상… 중국으로 자금·기술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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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기자
입력 2018-01-04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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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회 횟수·전시장 규모 비약적 증가

  • 2014년 63조 위안 中 GDP 0.67% 차지

  • 대형 IT기업 텐센트·화웨이 적극 동참

  • 하이테크 페어 등 기업 마케팅에 활용

  • 유망 창업자에 자금조달 기회도 제공

중국 14개, 독일 10개, 미국 7개, 이탈리아 7개, 한국 1개. 국제 수준의 대형 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는 전시면적 10만㎡ 이상 전시장 숫자다. 중국이 글로벌 마이스(MICE) 산업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광저우(廣州) 수출입상품교역회 파저우(琶洲)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차이나 하이테크' 박람회장이 방문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바이두]



MICE는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rip), 컨벤션(Convention), 전시박람회와 이벤트(Exhibition&Event) 등의 영문 앞 글자를 따서 조합한 말이다. ‘굴뚝 없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불리는 MICE 산업 육성에 중국 정부가 발벗고 나섰다. 그 빠른 성장 속도에 세계가 놀라며 긴장하고 있다.

중국의 대형 IT기업인 텐센트,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은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 등 중국의 대형 기업들도 정부의 MICE 산업 육성 정책에 적극 동참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MICE 산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데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 정부 전폭적 지원 힘입어 가파른 성장세

산둥(山東)성 내 ‘중국 속 작은 유럽’으로 불리는 칭다오(靑島)에서는 지난해 10월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MICE 산업 활성화를 위한 빅 이벤트인 ‘2017 월드 마이스 인더스트리 데이(World MICE Industry Day)’가 열렸다.

칭다오시와 중국무역촉진위원회(CCPIT)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중국의 유명 기획사인 BIT그룹이 주관한 이 행사의 주제는 ‘실크로드 회의 산업을 확장시키자’는 것이었다. 이 행사에는 지금까지 중국 내 MICE 관련 B2B(기업 간 거래)와 B2G(기업-정부 간 거래) 행사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MICE 산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불식시키기 위한 기획의도가 깔려 있었다. 동시에 칭다오를 국제적인 MICE 도시로 육성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칭다오 행사는 전문컨벤션관리협회(PCMA)와 아시아전시컨벤션연맹(AFECA) 등 20여개의 세계적인 MICE 기구와 48개국에서 500여개의 MICE 전문기업이 참여하는 등 글로벌한 규모를 자랑했다. 행사장에서는 1년 전인 지난해 1월 중국 다롄(大連)에서 MICE 업체와 기관들의 협력과 발전을 위해 설립된 세계국제회의기획사연맹(WCOA·World Conference Organizer Alliance) 출범식도 열렸다. 골든 MICE 시상식과 MICE 산업 10대 신기술 발표를 비롯 녹색 성장을 주제로 이벤트와 비즈니스 상담, 전시회도 열렸다. 만찬장은 언제나 칭다오맥주박물관이었다. 칭다오 맥주를 비즈니스와 연결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칭다오 행사는 중국 정부가 MICE 산업 육성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였다. 중국의 MICE 산업은 이처럼 정부의 전폭적이고 일관적인 정책 지원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중국의 전시회 개최 총 횟수와 전시장 면적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중국의 각종 전시회 총 개최 횟수는 4290회에서 7495회로 연평균 7.3% 가량 증가했으며, 전시장 면적도 총 전시 면적 4900만㎡에서 9736만㎡로 매년 11.1%의 증가율을 보였다.

◆세계 10대 전시장 중 2개 보유

전시회 횟수와 면적이 확대되면서 경제 효과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2009년 전시회 산업의 직접적인 생산액은 1817억 위안(약 30조9000억원)에서 2014년 4190억 위안으로 늘었으며, 연평균 18.2%의 증가율을 보였다. 2014년 기준으로 중국 GDP 63조6100억 위안의 0.67%를 차지했다.

중국은 MICE 산업을 국가의 전략산업이자 ‘미래의 먹거리’로 보고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각 도시와 지역의 발전 속도가 산업구조와 지리적 위치, 개방 정도 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해 크게 5대 권역으로 구분해 육성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5대 권역은 베이징(北京)을 중심으로 한 환보하이 전시회 경제구역을 비롯 상하이(上海)를 중심으로 한 창장삼각주(長江三角洲·화동전시회경제구역), 광저우(廣州) 및 홍콩을 중심으로 한 주강삼각주(珠江三角洲·화남 전시회 경제구역), 청두(成都)와 쿤밍(昆明) 등 도시를 중심으로 한 중서부 전시회 중심도시, 다롄(大連)과 하얼빈(哈爾濱) 등 도시를 중심으로 한 동북 국경무역 전시회 경제구역 등이다.

중국은 세계 10대 전시장 중 2개를 보유하고 있다. 상하이의 국가전시센터(國家會展中心)는 규모 면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실내 전시 면적은 40만㎡에 달한다. 또 5위를 차지하고 있는 광저우의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 파저우전시관(琶洲館)의 면적은 33만8000㎡에 달한다.

최근 들어서는 전시장 건설이 중국 중서부 내륙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쓰촨(四川)성과 후난(湖南)성, 장시(江西)성에서 각각 20만㎡에 달하는 전시장이 건설되고 있다

중국의 MICE 산업은 양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괄목할만한 발전상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제회의 개최 주관기관의 변화다. 2010년 무렵에는 정부기관과 민간의 국제회의 개최 비율이 비슷했지만 2015년 이후로 정부 주관은 거의 사라졌다.

국제회의 개최 분야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인문사회과학분야를 필두로 의료와 바이오, 정보통신기술(ICT) 등 하이테크 분야가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등 첨단화·고도화 돼가고 있다.
중국은 국제회의 개최 규모도 대형화·국제화를 추구하고 있다. 국제회의 개최와 병행해 개최되는 전시회 비율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0년 4% 수준에 머물던 비율이 2015년에는 9%를 넘으며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박람회 관람객이 가상현실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바이두]



◆‘인터넷 플러스’ 전략·대기업 참여도 ‘성장’ 기여

모든 전통산업에 인터넷을 접목시키겠다는 정국 정부의 ‘인터넷 플러스(Internet+)’ 전략은 MICE 산업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다. MICE 전용 애플리케이션과 클라우드(Cloud) 서비스 관리 솔루션 등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국제회의와 전시회 병행 개최, 대형 전시장 건설 등 MICE 산업 육성에 열심인 이유는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데다 국제 규격과 규정에 대해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며, 나아가 집권 2기를 시작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 실현에 필요한 기술과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MICE 산업을 일석삼조(一石三鳥)를 위한 최적의 전략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대형 기업들도 MICE 산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텐센트는 중국의 대표적인 박람회 중 하나인 ‘중국 하이테크 페어(China Hi-Tech Fair)’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대표적 성공 사례 기업이다. ‘중국의 카톡’으로 불리는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微信·Wechat)으로 유명한 텐센트는 박람회를 회사가 추구하는 핵심 전략들을 공세적으로 알림으로써 세계적인 입지를 공고히 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ICT 기술을 활용해 전시 기간 중 일어나는 모든 일을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등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圳) 컨벤션센터의 보안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화웨이, 드론 업계 세계 1위 기업인 DJI 등도 브랜드 홍보와 드론 기술 소개를 위해 MICE 산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규모의 전시회와 박람회는 투자자와 ‘싹수’가 보이는 창업자를 연결시키는 플랫폼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1998년 설립된 텐센트도 창업 초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다 박람회를 통해 투자를 받아 기사회생했다. 이처럼 MICE 산업은 제2의, 제3의 텐센트를 발굴하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은 MICE 시대다. ‘잘 키운 전시’ 하나가 도시와 나라를 살리는 시대가 됐다. 전 세계가 자국의 MICE 산업 육성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중국이 그 경쟁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정책과 내수 시장 규모에 힘입어 앞서 내달리고 있다. 말 그대로 굴기(崛起·우뚝 섬)다.

30년 안팎의 전시·컨벤션 산업 역사와 서울 코엑스(COEX), 일산 킨텍스(KINTEX)등 20개 정도의 컨벤션센터를 가진 우리 정부는 MICE 산업에 어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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