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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I의 중국 대중문화 읽기㉗] 흥겹게, 풍성하게, 가족과 함께…한해의 끝에서 ‘웨이야’

황선미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ACCI) 책임연구원(국립대만사범대학 문학박사) 입력 : 2018-01-04 14:07수정 : 2018-01-04 14:07
음력 12월 16일 대만서 열리는 송년회 임직원·가족·관련업체 직원 등 참여 음주가무는 물론 경품추첨 행사도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과 배우 린즈링이 웨이야 행사에서 함께 커플 댄스를 추고 있는 모습. [사진=바이두]

어느덧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았다. 12월은 회사 모임에서부터 개인적인 친분 모임까지 다양한 송년회가 가득한 시기다.

대만에서는 이즈음에 호텔이나 식당에 ‘웨이야(尾牙)’라는 글씨가 여기 저기 걸려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웨이야는 중국, 특히 대만에서 회사나 부서 단위로 진행하는 송년 행사다.

한자로 ‘꼬리’와 ‘치아’를 뜻하는 말이 송년회를 일컫는 게 아리송하기도 할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야(牙)’라는 의미를 알아야 한다.

‘야(牙)’는 ‘토지공(土地公, 민간신화 속에 나오는 수호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의식을 뜻한다. 토지공은 중국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재물의 신이다.

장사를 하는 상인은 매월 2회, 음력 2일과 16일에 토지공에게 공물을 바치며 한 해의 사업번창을 기원한다. 간혹 대만 거리를 걷다보면, 여기저기 가게 앞에 놓여져 있는 작은 테이블에 과일이나 과자 등을 올려놓고 한편에서 종이돈을 태우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토지공에게 사업 번창을 비는 의식을 ‘쭤야(做牙)’라고 한다. 그래서 한 해 마지막으로 비는 의식을 꼬리와 끝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한자 ‘웨이(尾)’를 써서 웨이야라고 부른다.

정확하게 음력 12월 16일에 개최하는 행사다. 하지만 지금은 송년회라는 의미로 12월이나 음력설 전 1월에 회사 사정에 맞춰 열린다.

재미있는 사실은 과거에 웨이야 행사에 꼭 ‘닭’을 올렸다고 한다. 대만에서는 상에 닭을 올릴 때 우리처럼 통닭을 올리는 게 아니고 머리와 닭발을 그대로 둔 채로 상 위에 올린다.

닭은 재물을 관장하는 토지공에게 바치는 제물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회사 웨이야 때 쓰이는 닭에는 무시무시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

사장이 닭의 머리를 향하게 하는 회사원은 내년부터 회사를 출근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직접 본인에게 해고 소식을 전하는 것이 난감하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으로 해고를 알려줬다고 한다. 해고되는 사람은 웨이야의 주빈이 되고, 그 사람을 위한 최후의 만찬이 행해졌다. 물론 지금은 이런 식으로 직원을 해고하는 회사는 없다.

웨이야에는 회사의 임직원 및 가족, 초청 받은 공급 업체 등 관련 인원이 대거 참가한다. 이는 행사 중간 중간에 추첨으로 주는 상품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상품은 대부분 초청 받은 공급 업체가 찬조하는 데 암묵적으로 자신들이 납품하는 규모에 따라 적당한 상품을 알아서 준비한다.

이처럼 행사에서 지급하는 상품을 기부 받는 것은 공급업체들에게 공식적으로 찬조하도록 유도해 사사롭게 개인들에게 뇌물을 주지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행사 추첨 상품은 상품권, 휴대폰, TV, 노트북 등이 주를 이루는 데 규모가 큰 업체는 1등 상품으로 아파트 한 채, 자동차, 오토바이 등도 경품으로 준비한다.

사전 준비된 상품 이외에 사회자가 행사를 진행하면서 회사 경영진이나 공급업체 사장한테 즉석에서 현금을 희사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참석하는 인원의 50%이상은 상품이나 상금을 받아 간다.

행사는 대부분 호텔이나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진행되고 회사의 대표와 임원들이 술을 들고 모든 테이블을 돌면서 임직원과 가족들에게 한 해 동안 고마움을 표시하고 같이 건배를 제의한다.

중간 중간에는 외부에서 온 공연 단체들이 무대로 올라와 노래와 춤으로 흥을 돋우는데 수영복 차림의 무희들이 나와 춤을 추는 경우도 많다.

가족단위로 참석하기 때문에 간간히 어린 친구들도 있어서 우리가 보기에는 좀 당황스러운 장면인데, 대만 사람들은 그리 개의치 않는다.

대만 대기업 중에 폭스콘(Foxconn)이라는 회사가 있다. 애플의 아이폰은 대부분 이 회사가 애플을 대신해서 중국에서 제조하고 있다.

폭스콘 회장 궈타이밍(郭台銘)은 차기 대만 대통령 물망에 오르는 등 대만에서는 누구나 아는 인물이다. 10년 전 궈 회장은 웨이야의 이벤트로 중화권 톱모델 린즈링(林志玲)과의 댄스를 준비했다.

린즈링은 영화 ‘적벽대전(赤壁大戰)’에서 주유(周瑜)의 아내인 샤오차오(小橋)역을 맡았던 배우다. 웨이야 행사를 위해 사전에 몇 차례 궈 회장과 린즈링의 댄스를 준비해 주고 두 사람을 지도한 사람이 린즈링의 개인 무용 지도사였다.

이 행사를 계기로 궈 회장과 이 무용 강사는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 결혼에까지 골인했다. 대기업 회장님과 무용 강사가 웨이야를 계기로 맺어진 것이다.

대만에는 회사 내에 우리처럼 동료끼리 같이 식사하는 회식 문화가 없다. 기후가 더워서 의외로 음주 문화가 발달돼 있지 않고 기혼 여성의 60% 이상이 직업을 갖고 있는 대만에서는 대부분 맞벌이 부부여서 퇴근하면 가사일을 분담하고 아이를 돌봐야 한다.

그래서 웨이야는 대만 사람들에게는 1년에 거의 유일하게 회사 동료들과 어울려 같이 식사하는 행사인 경우가 많다.

웨이야에 임직원 가족들도 참석하는 것도 흥미롭다. 우리 회사 송년 모임이 대부분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회사 대표 등 경영진이 임직원과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직접하고 동료 가족들 간에도 인사하는 자리가 된다.

지방에 있는 회사들의 웨이야 행사는 거의 동네잔치에 가깝다. 웨이야가 끝나면 대부분 회사들은 음력설 전에 직원들에게 훙바오(紅包, 보너스)를 지급한다. 현재 대만은 웨이야를 앞두고 조금 들떠 있는 분위기다.

[황선미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ACCI) 책임연구원(국립대만사범대학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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