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7 출판계] '정치'가 군불 때고 '페미니즘'이 풀무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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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기자
입력 2017-12-2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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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라카미 하루키, 베르나르 베르베르, 김영하 등 대형 작가들도 귀환

올 한 해 '정치'와 '페미니즘' 분야에 대한 관심을 이끈 '문재인의 운명'과 '82년생 김지영' [사진=북팔·민음사 제공]


올해 출판계엔 어두운 소식부터 찾아들었다. 지난 1월 도서유통분야 2위 도매업체인 송인서적이 부도를 낸 것이다. 이후 송인서적은 회생 절차에 난항을 겪다가 지난달 온라인 유통업체 인터파크에 인수되며 새 대표 선임 절차까지 마무리했지만, 부도의 여파는 중소 출판사를 중심으로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진보좌파'로 낙인찍은 저자와 출판사들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세종도서 등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돼 왔다는 사실도 드러나 출판인들의 가슴을 멍울지게 했다. 

사회적으로 굵직한 이슈들이 출판계에 영향을 미쳤던 한 해이기도 했다. 조기 대선과 새 정부 출범, 적폐청산 작업, 페미니즘 논쟁, 북핵 위기 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민들은 저다마의 상황과 소신에 따라 책을 찾아 읽었다. 

◆ 탄핵이 가져온 '정치'·'문재인' 관심…더 커지는 '페미니즘' 열풍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실시는 온·오프라인 서점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정치·사회 분야 도서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21.5% 증가했으며, 판매액도 14.5% 상승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관련 저서가 인기를 끌었는데, 문 대통령의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북팔)은 당선을 즈음해 주요 서점 종합 베스트 1위를 차지했고, 이후 문 대통령이 여름 휴가 중 추천한 도서 <명견만리>(인플루엔셜) 시리즈도 독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다른 문 대통령 관련 저서들도 올해 베스트셀러 목록에 꾸준히 자리잡으며 서점가를 달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페미니즘' 이슈는 올해 문화계뿐 아니라 SNS, 미디어까지 장악하며 대대적인 열풍을 일으켰다. 영풍문고가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소설로 우뚝 선 <82년생 김지영>(민음사)은 종합 베스트 3위에 올랐다. 이 작품은 지난해 말 출간돼 올해 4월부터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른 뒤 지금까지 '핫'한 반응을 이어나가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의 저자 조남주는 한국 사회에서 글을 쓰는 여성으로 살아가는 30~40대 작가들과 펴낸 소설집 <현남 오빠에게>(다산책방)으로 또 한 번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밖에 <다른 사람>(한겨레출판), <당신의 신>(문학동네) 등 70~80년대생 작가들을 중심으로 페미니즘 문학의 출간이 활발해지면서 여성 독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페미니즘 문학은 앞으로도 현실감이 뚜렷해지고, 자신의 경험이나 담론을 담은 산문집 출간으로 출판 시장의 흐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왼쪽)와 김영하 작가 [사진=연합뉴스]


◆ 대형 작가가 끌고, '미디어셀러'가 밀고
대형 작가들의 '귀환'도 두드러졌다. 무라카미 하루키, 베르나르 베르베르, 김영하 등 국내외 작가들의 신간 출시는 다소 침체됐던 문학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무라카미의 <기사단장 죽이기1,2>(문학동네)는 출간 직후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했고, 베르베르의 <잠1,2>(열린책들)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래 머물렀다. 김영하 작가가 7년 만에 펴낸 소설 <오직 두 사람>(문학동네)은 출간 직후부터 화제를 모았는데, 김 작가가 tvN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출연하면서 대중으로부터 더 큰 관심을 받게 됐다. 

스타 작가들의 신작 발표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의 신작 <오리진 1,2>(문학수첩), 매년 말 신작을 내놓는 기욤 뮈소의 <파리의 아파트>(밝은세상),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그대 눈동자에 건배>(현대문학) 등은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하며 독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미디어에 노출된 뒤 흥행에 가속도가 붙은 도서, 이른바 '미디어셀러'도 주목할 만했다.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보였던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공유가 읽어 화제가 됐던 시집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예담)는 방송에 나온 이후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에 상위권에 올랐으며,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 나온 에세이 <운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난다) 역시 방송 직후 11월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진입하는 등 미디어셀러의 인기를 증명했다.

◆ 2018년 출판 트렌드는?…'개인의 행복'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눈코 뜰 새 없이 돌아갔다. 먹고사는 문제야 늘 고민이었지만, 나라가 나라 구실을 못 한 데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거셌고 그만큼 개개인이 처한 현실보다는 국가의 안위에 신경을 쓰기 바빴다. 개인의 일상에 앞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는 것은 올 한 해 정치·사회 분야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가 방증한다.

그래서 2018년의 출판 트렌드는 '개인의 행복'이 되지 않을까. 교보문고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등 숨가쁜 정치적 흐름이 한차례 지나가고 다가올 2018년에는 스스로 나아갈 길에 대한 물음들이 그 뒤를 이을 것"이라며 "거대한 사회적 담론에서 개인의 행복으로 시선이 옮겨가면서 △소프트 르네상스(일상 속에 다가온 인문학 부흥)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스타워즈(Star wars, 남녀의 대립과 공존) △바이 앤 셀(Buy & Sell, 부동산 재테크) △트랜스포머(Transformer, 장르를 넘나드는 콘텐츠) 등이 관심사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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