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대국(大國)과 소국(小國), 낙천자(樂天者)와 외천자(畏天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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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함원 전통문화연구회 상임이사
입력 2017-12-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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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외교안보 라인은 오는 13일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공식 방문을 앞두고 준비에 한창이다. 요즘 한반도 주변 상황은 국망(國亡)을 가져온 100년 전 정세와 자주 비견된다. 사드 배치와 미 트럼프 대통령 등장 이후 주변 4강의 긴장도가 높아진 탓에 베이징으로 떠나는 문 대통령의 어깨도 무거울 것이다.

중국은 최근 우리에게 '대국 의식'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G2를 넘보고 미국을 앞서겠다면서 2500여년 전 춘추전국시대 철저한 약육강식과 폭력으로 승패를 결정하던 시대의 대국의식을 유독 한국에 드러내고 있다. 또 생존에 필요한 식량을 탈취하기 위해 살육을 일삼던 시대의 조공질서를 인공지능(AI)시대에 들고 나온다. 

중국 고전은 교양필독서이지만 어떤 고전이든 비판적으로 읽어야 하는데, 소위 사서(四書) 가운데 '맹자'는 더욱 비판적으로 읽어야 할 대목이 많다. '양혜왕장구상'에서 제(齊)나라 선왕(宣王)이 이웃나라와 외교하는데, '도가 있느냐'고 묻고 맹자가 답변해주는 대목이 그러하다. 

"이대사소자(以大事小者)는 낙천자야(樂天者也)요, 이소사대자(以小事大者)는 외천자야(畏天者也)니, 낙천자(樂天者)는 보천하(保天下)하고, 외천자(畏天者)는 보기국(保其國)이다." 

맹자는 이처럼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섬기는 것은 하늘의 뜻을 즐겨 받드는 것이고,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섬기는 것은 하늘을 무서워하는 것이니 낙천자는 천하를 보존할 수 있고 외천자는 자기 나라를 보존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은 그동안 낙천(樂天)은 신화 속에 가두고 국익만을 위해 사대(事大)만을 강제해 온 것 같다. 그러나 현대의 패권 질서는 지도국의 경제적 양보와 희생이 수반되는 설득과 동의에 의한 '부드러운 지배'다(김태유·김대륜, '패권의 비밀'). G-zero(Global Leader Zero, 글로벌 지도국 부재)시대 인류 평화와 공존공영을 위해선 도덕적 지도력만이 대국(大國)의 근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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