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중국의 窓] 中 유치원 아동 학대 ‘충격과 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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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陳晨) 성균중국연구소 책임연구원(사회학 박사)
입력 2017-11-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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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陳晨) 성균중국연구소 책임연구원(사회학 박사)]

최근 베이징(北京)의 한 유명한 사립 유치원에서 교사가 아이들을 주삿바늘로 찔렀고, 정체불명의 약을 먹이게 된 사건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중국인들을 분노케 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와 같은 유치원 학대 사건은 처음이 아니다. 올해 전국 각 지역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으며, 지난 11월 초에도 중국 유명 여행사가 운영하는 상하이(上海)의 한 유치원에서 교사가 아이에게 고추냉이를 강제로 먹이고 학대하는 동영상이 유포됐다.

현재 중국 국무원, 교육부, 공안부 등 유관부서들은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총출동한 상황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국 유치원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실태 조사와 감독 관리를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은 아직 ‘조사 중’이고 공식 해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 자체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일러 보인다. 다만 필자는 사건 관련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충격적이었지만, 의외로 담담하기도 했다. 중국 취학 전 교육의 인프라 건설은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0년 전후로 정부의 재정 투입 부족 등 이유로 짧은 시간 동안 공립 유치원은 전국 범위 내에서 대폭 감소했다. 그러나 취학 전 교육의 보급에 대한 사회적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공급과 수요 간의 빈틈을 메우는 것이 바로 사립 유치원이다. 초창기에는 정책적으로 사립 유치원의 설립을 격려하고 혜택과 지원도 추진했다.

나아가 2005년 ‘사립교육 비용관리 잠정조치’에 의해 유치원은 ‘학력 교육’으로 분류돼 사회 일반 교육 훈련 기구와 같았다. 이에 따라 사립 유치원 설립 기준이 낮았다.

그 결과, 사립 유치원의 숫자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동시에 공립 유치원의 감소와 함께 사립 유치원의 비중은 1997년의 13.5%에서 2016년의 64.3%로 올라갔다.

사립 유치원이 증가하면서 유아교사에 대한 시장 수요도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문 인력의 양성은 한참 뒤떨어져 있다.

유아교사 자격 및 전문 직업훈련에 대한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교사를 채용하는 데 있어서 ‘전문성’에 대한 기준은 매우 모호하다.

2015년 교육부 ‘취학 전 교육특별평가보고서’에 의하면, ‘유아교사 자격증’을 소지하는 비중은 평균적으로 61%에 불과하다.

농촌에서는 아무런 자격증도 없는 유아교사는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교사의 학력 상황을 살펴봤을 때 절반 이상이 전문대 출신이고 4년제 대졸의 교사 비중은 20% 미만인 현황이다.

전문성을 떠나서 단순 인력의 부족도 간과할 수 없다. 2016년 교육통계에 살펴보면, 실제로 전체 교직원과 아이 수, 보육교원과 아이 수의 비례는 각각 1:12와 1:15였다. 통계 당시(2015년) 집계된 전국 4413만명의 유치원 재원 아이 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교육부에 요구되는 보육교원과 아이 수 1:9의 구성비를 맞추려면 적어도 196만명의 전문 인력이 필요했던 셈이다.

인력부족은 유치원 교사의 상대적으로 긴 근무시간을 초래한다. 절반 이상의 유치원 교사는 평균 하루 8~10시간을 근무하고 10시간 이상 근무자도 20% 이상이라고 한다.

인력의 부족과 보다 긴 노동 시간이 가져온 것은 유치원 교사 급여의 인상이 아니라 오히려 급격히 확대된 노동시장 수요로 인해 전문성이 떨어지고 급여아 낮아지는 것이다.

‘유아 및 취학 전 교육’ 관련 전공자(전문대, 4년제 대졸)의 졸업 6개월 후 평균 소득은 다른 전공자에 비해 평균 약 10~30%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현재 중국 유치원 교사의 실태는 인력 부족하고 전문성이 미흡하며, 낮은 급여와 보다 긴 노동시간을 요구 받고 있다.

나아가 유치원 교사는 어린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더 많은 세심함, 인내심과 책임감을 요구한다. 이것은 유치원 교사의 직업 스트레스도 보다 높은 것을 의미할 뿐 아니라, 결국 직업 정신이나 직업 책임감이란 것은 전문성에 달려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유치원 학대와 같은 사건의 귀책을 단편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다시 말해 잘못은 개별 교사의 부도덕과 양심 상실, 유치원의 관리 부당, 법과 규칙의 부재, 정부부서 감독의 미흡만으로 귀결하기에는 교육 인프라에 대한 문제가 너무 크다.

사회문제는 필연성을 암시한다. 중국 취학 전 교육의 문제점들이 보다 긴 시간 동안 누적됐고, 유치원 학대와 같은 사건의 발생은 그저 갈등을 표출하는 일종의 방식일 뿐이다.

당사자를 처벌하고, 유관부서가 나와서 감독·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하며, 더한 경우에 몇 개의 ‘사건 맞춤형’ 법이나 규정을 수립할 것이다.

물론 이것은 매우 중요하고 문제 개선에 있어서도 의미가 크다. 하지만 아플 때만 치료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통증을 완화하는 ‘응급조치’일 뿐이다.

보다 지속성이 있는 처방을 구하지 못하면 유치원 학대 사건이 아니더라도 갈등은 새로운 형식을 통해 조만간 표출될 것이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전면 두 자녀 정책’의 추진을 선언했으며, 향후 2~3년 내 취학 전 교육에 대한 수요가 새로운 최고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쉽지 않은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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