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살림꾼' 차남규 부회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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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7-11-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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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본 건전성 강화 공로

[사진=한화생명]


CEO 재임 기간의 절반 가까이를 선임 CEO(부회장)를 보좌하며 2인자 위치에 머물렀던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사진)이 부회장으로 우뚝 섰다. 최근 2년간의 단독경영 기간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사상 초유의 자본 확충을 지휘하며 한화생명의 건전성을 안정화시킨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그룹은 지난 17일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내용을 포함한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차 부회장은 지난 2011년 2월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후 지금까지 자리를 지킨 장수 CEO다. 그러나 2015년 하반기까지는 차 부회장의 경영스타일을 뚜렷이 보여주지 못했다. 이 기간 신은철·김연배 부회장과 공동대표를 맡아 보조적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한화생명]


차 부회장이 2011년 CEO로 선임됐을 때는 신 부회장이 재직하고 있었다. 신 부회장은 한화그룹이 한화생명(옛 대한생명)을 인수한 후 보험사 경영을 맡기기 위해 외부에서 영입해온 CEO였다. 2003년 취임한 이후 2013년까지 11년이나 한화생명의 CEO를 맡을 정도로 회사와 그룹 내에서 입지가 튼튼했다. 차 부회장도 공동대표였으나 신 부회장이 선임 CEO로서 주도적으로 경영을 했다.

2013년 4월 말 신 부회장이 퇴임하면서 차 부회장이 독자경영을 시작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1년 4개월 만에 당시 한화그룹의 2인자로 불렸던 김 부회장이 공동 CEO로 부임하면서 다시 보조적인 위치에 있어야 했다. 차 부회장은 김 부회장이 1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지난해 9월 이후에야 단독으로 회사를 이끌어갈 수 있게 됐다.

차 부회장의 단독경영 기간인 최근 2년 동안 한화생명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건전성'이다. IFRS17(국제회계기준) 등 건전성 규제 강화책 도입이 예고되면서 과거 고금리 저축성 상품을 다수 판매한 한화생명의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었던 탓이다. 한화생명뿐 아니라 다른 보험사들도 유사한 위기를 맞아 건전성 개선방안을 찾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차 부회장은 보험업계 최초로 한화생명의 신종자본증권 공모 발행을 이끌면서 새로운 자본 확충 방안을 제시했다. 한화생명 이전에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보험사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사모 형태·1000억원 미만'의 발행조건을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한화생명은 지난 4월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공모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가졌다고 해서 하이브리드(hybrid) 증권으로도 불린다. 통상 신종자본증권의 만기는 30년 이상이며, 만기에 재연장이 가능해 주식처럼 반영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통상 보험사의 자본조달 수단인 후순위채보다 요구금리는 높은 편이나 한 번 발행하면 장기간 상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한화생명의 건전성은 대폭 개선됐다. 한화생명의 RBC 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222.2%를 기록해 지난해 말 198.7% 대비 23.5%포인트 늘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차 부회장은 보험사의 가장 큰 고민인 자본 확충 문제의 해답을 나름대로 제시한 인물"이라며 "그룹에서도 한화생명의 건전성 개선 효과 등을 감안해 부회장으로 승진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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