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법인車 방지법] 2015년 속기록으로 본 당시 상황…알면서도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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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17-1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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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 전기 콘셉트카 '테르조 밀레니오'. [사진=연합뉴스]

고가 업무용차를 악용한 탈세와 조세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행한 법인세법 개정안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법 시행 1년 만에 업무용 ‘슈퍼카’는 도리어 폭증했지만, 과세당국은 관리·감독은커녕 법인차량의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2015년 11월 24일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의 당시 여야 의원들이 정부가 제출한 법인세법 개정안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는데도 불구하고 구멍 난 법안은 그대로 통과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2015년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초고가 수입차를 법인용으로 등록해 사적으로 이용한 뒤 관련 비용을 법인세법상 손금으로 처리해 법인세를 탈루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법인세법을 개정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법인차의 연간 감가상각액 한도(800만원) 제한 △‘업무용 승용차 운행기록부(운행일지)’ 작성 △임직원 전용보험 가입 등의 조건을 만족해야 비용을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과세 강화에도 초고가 수입 법인 차량 판매량이 증가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법인세법 개정 전과 혜택은 그대로인데 공제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기간만 늘렸으며, 허위기재가 가능한 운행일지 작성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한 현직 세무사는 “법 시행 초기에는 겁이 나서 다들 조심했지만, 기간만 연장됐다는 점과 운행일지 작성에도 관리 감독이 소홀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다는 걸 업계에선 다 아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 과세 혜택은 그대로, 기간만 5년 연장

현행법에 따르면, 이월결손금 공제 한도가 800만원이더라도 한도를 초과한 이월결손금은 다음 연도로 다시 이월돼 잔여 공제기간 내 공제받을 수 있다. 또한 해당 사업연도의 다음 사업연도부터 800만원을 균등하게 손금에 산입하되, 10년이 경과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에는 남은 금액을 모두 손금에 산입 가능하다.

즉, 경비이월을 지속한 후 11년차에는 남는 감가상각비에 대해서 한꺼번에 비용 인식을 받을 수 있어 사실상 자동차 구매비에 대해 전액 비용인정을 받을 수 있어 탈세 또는 절세를 막기에 역부족이다.

2015년 11월 24일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류성걸 전 의원(당시 새누리당)은 이와 관련해 실질적으로 고가 법인차량 구매로 세금을 탈루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도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류 전 의원을 비롯한 다수의 의원은 ‘비용인정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기재부 측은 ‘통상 마찰의 소지’를 이유로 반대했다.

다음은 당시 정부와 기재위 조세소위 위원의 대화다.

“10년까지 이월해준다고 했죠? 고가·외제차를 구입하지 않도록 하는 유인이라고 할까요, 이런 것은 없어요. 당해연도에는 비용이 게 떨어진다 하더라도 고가의 차에 해 우리가 우려하던 것, 결국은 이게 이월돼서 모두 비용으로 인정이 된다면 이것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 다른 안이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WTO(세계무역기구) 규정에 위배되기 때문에 이런 안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밖에 안 되잖아요.”(류성걸 전 의원)

“비용인정 한도로 설정하게 되면 형식상으로는 내·외국산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고가·수입차에 대한 사실상의 차별로 인식이 된다. 그래서 이게 내국민대우(national treatment)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구요. 비용인정 한도를 설정하면 수입차에 해서 비대칭인 부담을 초래한다. 그래서 통상 마찰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 관리·감독 허술…‘허위기재’ 운행일지

현행법상 개별소비세가 부과되는 법인명의 차량은 1000만원까지 비과세를 인정받는다. 1000만원이 넘어가는 비용을 공제받으려면 반드시 운행일지를 기록해야 한다. 100% 업무에만 사용했다고 운행 기록부에 작성하면, 차량 구매비를 전액 사업 경비로 인정받아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다. 6000만원짜리 벤츠를 법인 명의로 100% 업무용으로 탈 경우, 1700만원 할인 효과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업무용 차량 사적 이용 방지를 위한 운행일지 작성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과세당국은 상시 단속 권한이 없기 때문에 사전 단속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운행일지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업무용차가 수백만 대에 달하는 데다가 사업주가 작정하고 허위로 기재한 운행일지를 일일이 가려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설상가상으로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세청은 개정법 시행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가 차량의 법인 소유 현황조차 전혀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이 같은 운행일지 관리·감독에 대한 문제점은 2015년 기재소위에서 보다 더 자세하고, 다양하게 논의됐다. 의원들 다수는 “허위로 작성한 운행일지를 가려낼 방도가 없다”며 우려했다.

“운행기록을 작성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것을 허위로 작성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데 그런 것들을 다 하나하나 파악하기는 과세 당국의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것입니다.”(홍종학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예를 들면 자식이 타더라도 업무일지에는 허위로 기재해 버리면 그것은 그만인 것 아닙니다. 그런 일은 제가 볼 때는 사장 기사가 운전하고 업무일지 작성을 할 텐데 자식이 좀 썼다고 해서 업무일지에 FM대로 기재하겠어요? 제가 볼 때는 업무일지를 통해서 이게 진짜 업무용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완전히 우습게 운영되고…. 토요일, 일요일 운전하는 사람은 다 기사인데 골프 하러 가고 놀러 가고 하는 것은 다 업무와 무관하게 사적으로 쓰는 건데 그런 경우 기사가 업무일지에 제대로 기재를 해줘야 하는데 그러길 기대하긴 사실 어려울 겁니다.”(김관영 당시 민주당 의원·현 국민의당 의원)

“그냥 심플하게 얼마까지만 비용 인정한다, 그 밑에서는 알아서 해버리고. 이게 업무에 쓰는 것도 쓰지만 실제로 우리 국회의원들도 토요일, 일요일 되면 자기가 몰고 다니는 경우도 있거든요. 국회의원 차. 사장님들도 어디 가고 왔다 갔다 하면 자기가 운전해서 하는 경우 이걸 뭐로 판단할 거예요? 업무로 인정할 거예요? 가족이 좋은 외제차 쓰는 것을 막아가면서 일정한 세수도 확보하는 방안으로.”(김광림 당시 새누리당 의원·현 자유한국당 의원)

“우리는 다 업무지. 우리 국회의원들은 휴일이 없잖아요. 사장도 업무, 주말에 업무. 단순하게 하고 세수는 지금보다 더 많이 걷도록.”(나성린 전 새누리당 의원)

“운행기록을 작성하게 되면 나중에 법인세나 소득세 신고할 때 과세당국에 신고를 해야 되기 때문에 허위신고 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업종이라든지 매출액 규모별로, 사업자별로 감안했을 때 터무니없이 업무용 사용 비율을 과다하게 기록할 수 있습니다. 가령 그런 식으로 운행기록을 작성해서 과세 당국에 제출할 경우에는 세무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허위로 기록한다든지 하는 부분들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판단합니다.”(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

큰 우려 속에도 통과된 운행일지 작성은 이후에도 또 다른 문제점을 낳았다. 운행일지 작성 항목이 간소화되면서 오히려 기존보다 효력이 더 후퇴했다. 지난해 5월 국세청은 출발지와 도착지, 자택주소 등을 세세히 기록하도록 한 운행일지에 대해 개인정보침해 논란이 일자 운행 거리만 기록하도록 항목을 간소화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고가 법인 차량 사적 이용 문제에 대해 따져 물었던 심 의원은 “당국이 업무용 사용 여부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업무용 사용 입증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임직원 전용보험 가입대상을 제한하고 고가차량 신고제도 도입 등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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