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vs SKB, ‘상호접속’ 공방 KT로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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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호 기자
입력 2017-10-3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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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사용료’를 둘러싼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 간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논란을 일으킨 SK브로드밴드와 페이스북의 갈등이 대표적 사례다. 나날이 급증하는 데이터 트래픽을 어느 쪽이 부담하느냐가 갈등의 핵심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지난 2015년 7월 KT와 중계접속(Transit) 계약을 맺고 캐시서버를 설치했다. 캐시서버는 한국 이용자가 많이 보는 콘텐츠를 미리 저장해 국내 이용자가 외국 서버에 접속하지 않아도 빠르게 페이스북을 이용할 수 있게 돕는 설비다. 이 계약에 따라 페이스북은 KT 측에 연간 수십억에서 수백억원 규모의 망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사진=한준호 기자) 


◆원인은 ‘상호접속’ 고시 개정

페이스북이 KT망에 캐시서버를 설치하면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인터넷 가입자는 기존의 페이스북 홍콩 접속점(IX)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국제망 이외에 KT의 캐시서버에 대한 보조 접속을 병행할 수 있게 돼 폭증하는 트래픽 처리에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2016년 1월 상호접속 고시가 개정되면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상호접속 고시란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통신사 간 망 비용을 정산하는 과정에 관한 법규인데, 고시 개정으로 그동안 3사간에 무정산으로 이뤄졌던 방식이 상호정산 방식으로 변경됐다.

상호접속 고시 개정으로 KT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측에 정산해야 할 비용이 발생했다. 페이스북의 캐시서버를 두고 수익을 올려왔던 KT는 비용 발생에 대해 페이스북 측에 여러 차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 vs SKB 갈등... KT로 '불똥‘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박대성 페이스북 코리아 부사장은 “KT와는 캐시서버 임대계약을 통해 정당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사용하고 있다”며 “KT가 접속경로(라우팅) 변경을 요청했다”고 증언했다. KT의 요청으로 라우팅 변경을 했냐는 질의에도 “그렇다”고 답변했다.

박 부사장의 발언은 KT가 상호접속 고시 개정으로 인한 비용 발생에 대해 페이스북 측에 여러 차례 의견을 전달하면서 이뤄진 요청으로 추측된다.

페이스북은 협력사인 KT가 의견을 전달해 오면서 내부 결정을 통해 SK브로드밴드 등에 KT IDC 접속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통지를 여러 차례 한 후, 2016년 12월 KT 외 사업자들의 KT IDC에 대한 접속을 차단했다. 차단과 동시에 SK브로드밴드 등은 자동적으로 기존에 사용하던 홍콩 서버로 접속하게 됐다.

이때부터 SK브로드밴드 가입자들의 페이스북 서비스에 대한 접속속도는 저하되기 시작했다. 동영상 콘텐츠 로딩 장애와 와이파이(WiFi) 접속불량 등이 잇따라 발생하자 SK브로드밴드 측은 페이스북에 KT IDC로의 접속을 원래대로 복구하라고 요구했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SK브로드밴드 망 내에 페이스북 전용캐시서버(FNA) 설치를 제안했으나, 망 사용료와 부대비용에 대한 부담을 요구하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다른 나라에서 FNA 설치에 대한 추가적 망 사용료를 지급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맞서고 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KT가 비용이 발생하니까 페이스북에게 죽는 소리를 하는 것”이라며 “페이스북과 KT의 계약 문제인데, 그 돈으로 상호접속 고시를 준수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반박했다.
 

◆급증하는 트래픽 비용 청구는 어디로

최근 동영상 시청이 늘면서 데이터 트래픽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 시스코시스템즈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 인터넷 데이터 트래픽은 지난 2012년에 비해 3배 증가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지역은 연 26%씩 증가하고 있으며, 2016년에는 데이터 트래픽이 월간 약 35.4엑사바이트(DVD 90억매 분량)에 달했다.

국내 초고속인터넷 업계는 이 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문제를 제기한다. 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백화점 세일로 인해 고객 차량이 몰려 주변 도로가 꽉 막혀 일반인까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 백화점에게 비용을 부담케 해야지 고객에게 부담시킬 수 없는 것 아닌가”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대부분의 해외 트래픽은 페이스북과 유튜브와 같은 콘텐츠 사업자로 인해 유발되고 있다는 현실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하지만, 글로벌 IT업계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의 국제망이 어느 정도의 용량이길래 페이스북 트래픽을 처리하지 못해 과부하가 걸리느냐”며 “SK브로드밴드의 국제망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것이라면, 그것도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IT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인터넷 서비스에서 초고속인터넷 사업자가 우위를 점해왔지만, 이제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콘텐츠 사업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SKB와 페이스북 간 갈등도 인터넷의 주역이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에서 콘텐츠 사업자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IT전문가들은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의 갈등을 단순히 사업자 간 계약문제로 취급하지 말고,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라는 큰 틀에서 바라보고, 국내 사업자의 역차별 등을 염두에 두고 정부가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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