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I의 중국 대중문화 읽기⑭] 대만의 각별한 ‘만화 사랑’…‘일본 만화’ 영향력 절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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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ACCI) 책임연구원(국립대만사범대학 문학박사)
입력 2017-09-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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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제18회 대만 만화박람회 포스터.[대만 만화박람회 공식 페이스북]

최근 대만 타이베이(臺北) 세계무역센터에서 대만 ‘만화박람회'가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됐다.

이번 만화박람회에는 한국 콘텐츠를 소개하는 ‘한국만화홍보관’도 설치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당초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예정이었던 한국 활화산 작가의 사인회는 조기 마감되는 등 대만 팬으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올해 제18회를 맞이한 ‘만화박람회’의 테마는 ‘만화, 여름에 만나는 무한동력(動漫一夏能量無限)’이다.

만화계에 다양성을 불어넣으며, 새로운 활력소를 제공해 대중들과 함께 만화의 무한한 꿈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 행사의 취지였다. 이 행사에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가 참가했으며 2014년 60만명이라는 대규모 관람객을 유치한 후 매년 더 많은 만화팬들이 방문하고 있다.

어린 시절 부모의 눈총을 피해 즐겨 보던 만화에 대한 한두 가지 추억과 향수를 대부분 갖고 있다.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가 흔치 않았던 1980~90년대 청소년기를 보낸 요즘의 40, 50대도 ‘우주소년 아톰’, ‘독수리 5형제’, ‘은하철도 999’, ‘캔디’ 등과 같은 만화 얘기가 나오면 어느덧 나이를 잊고 금방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나중에 그게 다 일본 만화였던 것을 알게 됐을 때 맛 봤던 씁쓸한 기억도 함께 말이다. 한국처럼 일본 강점기를 겪었던 대만의 사정도 비슷하다. 우리와는 달리 반일 감정이 거의 없는 대만에서는 거리에서 일본 만화 캐릭터 코스프레를 한 학생들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번 대만 만화박람회는 일본 만화의 파급력과 영향력을 다시 한 번 과시하는 행사였다. 공식 마스코트는 ‘만바오(漫寶)’로, 나무늘보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다.

주최 측은 개막식 때 ‘만바오’를 디자인한 일본 만화가인 모리쿠(Moriku)를 특별 초청, 디자인 창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또한, 대만 국영통신기업인 중앙통신사(CNA)는 ‘이치반 재팬(ICHIBAN JAPAN) 일본관’에서 주목해 볼만한 5개의 포인트를 짚기도 했다. 대만에서 열리는 ‘대만 만화박람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대만 만화에 대한 일본의 영향은 뿌리가 깊다. 일제 강점기시절에 적지 않은 대만작가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만화협회가 지도하는 만화 수업을 받고 만화가가 돼 대만에 돌아와 활약했다.

과거 한때 장제스(蔣介石) 국민당 독재 정권이 ‘탈일본(脫日本)’, ‘중국화(中國化)’를 지향함으로써 일본어 사용을 금지했다. 이에 일제강점기에 대만에서 인기리에 유통됐던 일본어 만화 연재 출판물이 하나 둘씩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만화는 비공식적으로 유입됐으며, 불법으로 유통된 일본 만화는 구하지 못해 서로 돌려볼 만큼 인기를 누렸다.

1969년 탄생한 도라에몽은 대만에 1970년대에 소됐었다. 1995년 어린이 잡지 ‘팡팡’에 처음 소개된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이른 시기에 대만에 상륙한 것이다.

대만에서는 ‘로봇고양이 도라에몽(機器貓小叮噹)’으로 바꿔 출간했다. 제목을 중국식으로 바꾸는 것은 계엄령 시대 탈식민지화 작업이었다. 출판사도 비용 절감을 위해 일본의 잡지에 실린 만화를 스토리만 빼고 편성부터 포맷, 이름까지 다 바꾼 채로 실었지만 대만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일본 대중 만화는 계엄령 시대 규제에도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1980년대 후반 규제 완화가 시작되면서, 일본의 만화 애니메이션 등이 유입되고 서브 컬쳐 문화가 급부상했다. 중국어 더빙판으로 방송된 일본의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은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에 VCD(비디오 CD)를 통한 해적판으로 대량으로 유통돼 문제가 됐다.

1980~90년대 일본 만화는 일본 경제의 활황에 따른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대만이나 한국에서 그 위세가 대단했다.

그나마 한국 애니메이션은 일본과 미국 만화 시장을 힘겹게 뚫어가며 그 활로를 찾기 위해 애를 썼다. ‘아기공룡 둘리’, ‘달려라 하니’, ‘떠돌이 가치’ 등과 같이 TV애니메이션을 자체 제작하며 국내 만화의 잠재력을 보여줬다.

대만 만화는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일본과 끊임없이 밀접한 교류를 가져왔다. 일상생활에서도 일본 만화의 위력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대만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그리고 아직까지 끌고 있는 ‘도라에몽’, ‘마루코는 아홉살’ 등은 캐릭터 공원, 백화점, 레스토랑 등이 생겨났을 정도다. ‘마루코는 아홉살’은 대만에서 드라마로 제작돼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즐기는 캐릭터로 성장했다.

대만 만화 중 대부분은 일본의 영향을 받은 만화로 독창적 작품이 그리 많지 않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에도 소개된 애니메이션 대작 ‘시간의 지배자’는 대만 만화가 펑지에(彭傑)가 그린 만화를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기획 제작해 한·중·일·대만에서 동시 방영되는 등 관련 내용이 대만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대만 만화가 여전히 일본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만화 박람회에 대한 열기에서 보듯, 풍부한 독자층은 대만 만화 시장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잠재력이다.

[황선미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ACCI) 책임연구원(국립대만사범대학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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