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I의 중국 대중문화 읽기⑫] 유교와 불교에서, 이소룡과 K-POP까지… 한·중 문화교류 역사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백해린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ACCI) 책임연구원(한국외대 문화콘텐츠학 박사)
입력 2017-08-31 12:4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이소룡기념사업회 제공]

대한민국에 사는 30~40대라면 노란 트레이닝복과 쌍절곤을 보면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바로 남자아이들이 어린 시절 한 번쯤은 흉내 내 봤을 법한 이소룡이다.

1970년대 무협 영화 흥행의 중심에는 이소룡이 존재한다. 쌍절곤을 휘두르며 중국 전통 무술을 화려하게 재현하던 이소룡은 1973년 32세의 젊은 나이로 우리 곁을 떠났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대중에게 이소룡을 널리 알린 영화 ‘정무문’은 2013년 한국에서 재개봉됐으며, ‘이소룡기념사업회’는 매년 ‘브루스 리 데이(Bruce Lee Day)’를 개최해 그를 추모한다. 이 날은 한국 관객에게 이소령의 존재를 각인시킨 영화 ‘정무문’의 한국 개봉일인 1973년 7월 27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안태근 기념사업회 회장은 한국에서 이소룡 팬덤 형성은 3단계로 나눌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1970년대 극장에서 이소룡을 접한 1세대와 1980년대 비디오를 통한 2세대 그리고 재개봉이나 각종 매체를 통해 이소룡을 접한 3세대. 그에 따르면 이소룡은 지나간 옛 스타가 아닌 현 시대에도 대중에게 사랑받는 스타라는 것이다. 실제로 각종 예능이나 광고,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드라마 ‘응답하라 1988’와 같은 시대극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것을 볼 때 이소룡이 시대의 아이콘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소룡을 모티브로 삼은 한 제약회사의 TV광고.[사진=보령제약 광고 캡쳐]


정무문을 시작으로 한국 관객은 이소룡에게 열광하기 시작했다. “아뵤!”하는 기합 소리와 함께 휘두르는 쌍절곤과 전통 무술, 무너지는 악당의 모습에 관객들은 그와 그의 무협 영화에 매료됐다.

무협 영화에 대한 긍정적 경험은 이후 홍콩 느와르 영화 관람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저우룬파(周潤發), 류더화(劉德華), 고(故) 장궈룽(張國榮) 등 홍콩 배우를 향한 팬덤이 두텁게 형성되기도 했다.

진한 남자의 향기를 담아낸 느와르 영화 열풍으로 중국 전통 무술과 노란 트레이닝복에 쌍절곤, 저우룬파의 트렌치코트와 담배는 당시 한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과 중국은 역사적으로 긴 시간 동안 문화교류를 이어왔다. 과거 양국은 고려와 원나라, 조선과 명나라와 같이 정치적 관계로 맺어져 있었기 때문에 중국 문화는 왕실을 통해 민간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서역 문화 또한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유입됐다.

한국의 대표적 종교 중 하나인 불교의 경우도 그렇다.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는 소승불교와 대승불교로 분리됐으며, 대승불교는 중국을 통해 한국과 일본으로 전파된다.

외래 종교였던 불교는 중국의 주류 사상인 유교나 도교 사상과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불교를 통해 두 사상이 발현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불교는 기존 사상과 융합을 시도함으로써 중국 문화로 스며들 수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중국적 해석을 거친 불교를 받아들였으며, 승려들은 경전을 배우기 위해 중국 유학을 떠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은 때때로 강한 문화적 연대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1940년대에는 일제 식민지와 중일전쟁을 겪으며 뿌리내린 항일 사상으로 한·중 간 정서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당시 한국 대중은 항일투쟁을 배경으로 한 중국 멜로영화를 통해 식민지 일본에 대한 분노와 한을 해소했으며 한국과 중국은 현재까지도 ‘항일’이라는 기제 아래에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한·중 교류가 단절되면서 홍콩과 대만 문화를 통해 ‘중국문화’가 유입됐다. 한국 대중이 홍콩 영화, 중국 전통 무술 등을 통해 얻은 ‘중국문화’에 대한 경험은 오랜 시간 교류가 없었음에도 한·중 수교 이후 거부감 없이 중국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이뤄진 활발한 교류로 한국 드라마, 영화, 예능, K-pop 등 각종 문화콘텐츠들이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합작이나 인력 교류 등 다양한 층위에서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한국과 중국은 오랜 시간 이어온 교류를 통해 비슷한 전통 사상을 공유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의 문화에 영향을 끼쳐왔다.

한국과 중국이 가진 유사한 문화 특징으로 한·중을 동일 문화권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하며, 동아시아 지역의 문화 클러스터(culture cluster) 가능성이 제시되기도 한다.

물론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와 같이 민감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민간의 문화교류까지 흔들리는 것이 현실이지만, 지속적인 교류와 서로에 대한 이해를 통해 상생을 모색하고 동아시아 문화의 시대를 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백해린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ACCI) 책임연구원(한국외대 문화콘텐츠학 박사)]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