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트] ​대학입시 개편,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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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성 전 식품안전정보원장
입력 2017-08-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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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성 전 식품안전정보원장.


이달 초 교육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입시 개편안을 발표했다. 절대평가 대상을 기존 영어와 한국사 2과목에서 통합사회, 통합과학으로 확대하는 안과 모든 과목으로 확대하는 안을 함께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교육현장에선 이번 개편안이 적용되는 중학교 3학년을 중심으로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학교생활기록부 중요성이 커져 금수저가 더 유리해진다는 것이다. 수능은 고액과외를 시켜도 학생이 따라오지 못하면 효과가 없지만, 학생부는 고액컨설팅을 통해 구색을 갖추면 학생과는 상관 없이 대입전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영어 절대평가도 혼란스럽다. 수능에서는 영어를 절대 평가한다는데 내신은 여전히 상대평가를 한다. 영어 부담을 줄인다고 절대평가로 바꿨지만 내신 때문에 학생 부담은 오히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과연 내신 중심 대학입시제도 개편이 교육적이냐는 것이다. 교육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내 자신을 개발하고 친구들과 협력하면서 외부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신을 강조하다 보니 내 옆의 친구는 곧 나의 경쟁자, 적이 된다. 이런 환경에서 공부한 학생이 과연 사회에 나가서 서로 양보하고 힘을 모을 수 있을까? 주위 동료와도 협력을 못하는 데 국가차원에서 협력이 가능할까?

문제를 해결할지는 알 수 없고 혼란만 초래하는 현행 개편안은 일단 중단해야 한다. 정권마다 교육정책을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이미 대선과정에서 형성됐다. 이번 정부 국정과제에는 국가교육회 설치방안이 포함돼 있다. 시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난달에는 신고리 5·6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단에 대한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다. 대학입시는 이에 비하면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 쉬운 주제다.

향후 논의과정에서는 사회 내 구조적 원인도 고민했으면 한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취직하기 쉽다. 중소기업에 취직하거나 벤처창업을 하면 소득도 낮고 여가시간이 적다. 이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아무리 대학입시 정책을 바꿔도 현장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지금처럼 소수의 승자로, 다수의 패자로 나뉘어서는 안 된다. 특정 직업으로만 인력이 몰리지 않도록 해야 갈만한 직장이 많아지고 대학입시 부담도 줄어든다.

이 관점에서 고액연봉자 과세 인상이나 복지서비스 확대는 바람직하다. 세금을 통한 소득 재분배로 격차를 줄여 직업 쏠림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 반면 현행 임금체계에서 공공분야 인력 증원은 재고해야 한다.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시험을 준비할 정도이니,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대학입시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급하게 서두를 필요 없다. 설익은 정책은 오히려 교육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로드맵이 완성된 후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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