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 전성시대⑩] 낡은 규제에 묶인 저축은행 "중금리대출 가능한 환경 마련 시급"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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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17-08-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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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전성 좋아졌는데 규제는 그대로

  • 대출 총량제 탓 중금리대출 제동

  • 햇살론ㆍ사잇돌대출 등 광고 규제

  • 반쪽짜리 환전업무까지 한계 많아

  • 충당금 적립 적용 앞당겨지는 등 금융당국 '오락가락 정책'도 혼란

저축은행업계는 그동안 안정성과 건전성 측면에서 꾸준히 개선된 모습을 보여왔다. 이에 반해 저축은행을 옭아매고 있는 규제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 업계에서는 '규제가 추가되면 추가됐지 없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고 호소한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서민금융이라고 보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라는 입장이다. 조금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고, 예·적금 금리를 높여서 서민들이 목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라는 것이다.

저축은행도 같은 입장이다. 하지만 당국이 만들어 놓은 온갖 규제에 묶여 있는 데다 정책이 손바닥 엎듯이 바뀌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 풀리지 않는 빗장..."금지 항목만 수두룩" 

저축은행업권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은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중금리대출을 제외하는 것이다. 당국이 고금리 대출을 지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면 중금리대출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입장에선 손실을 줄이기 위해 신용등급이 높은 고객 위주로 대출이 나갈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의 대출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축은행과 달리 대부업체는 총량규제 대상이 아니다. 제도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당국의 규제를 있는대로 다 받으면서 영업은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넋두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이 사잇돌대출 홍보를 위해 가두캠페인 하는 모습 [사진제공=저축은행중앙회 ]

강화되는 광고 규제도 부담이다. 시중은행처럼 지점이 많으면 광고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 저축은행의 경우 지점수가 한정돼 있다보니 고객과의 유일한 접점이 광고다. 광고가 직접적인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지 제고와 잠재고객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햇살론·사잇돌대출처럼 정부 주도로 출시된 정책금융상품조차 홍보할 수 없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점 확대도 비슷한 맥락이다. 사실상 지점 운영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임대료와 인건비를 비롯해 각종 유지비가 매달 고정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지점은 이익 추구가 아니라 서비스 차원에서 운영하는 셈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은행과 다르게 단순히 금융업무를 보기 위한 곳이 아니다"라며 "말동무가 필요해 오는 어르신들을 비롯해 지역민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역할을 하는데 이 같은 특성은 전혀 감안하지 않고 지점 한 두 곳 확대하는 걸 무분별한 확장으로 해석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환전 업무 역시 반쪽짜리다. 은행은 인터넷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가능하지만 저축은행은 반드시 지점을 방문해야만 환전할 수 있다. 평일 영업시간 내에 지점을 찾아가야 하는 저축은행의 환전업무는 메리트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각종 규제 때문에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요인이 부족하다고 저축은행들은 하소연한다. 규제 종류도 다양하지만 방식도 문제다. 저축은행에는 'A만 되고 나머지는 다 안된다'는 포지티브식 규제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저축은행에서 골드바는 판매할 수 있지만 실버바는 취급이 불가능하다. 허가된 업무만 진행할 수 있는 탓에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많다.

◆ "중금리대출 권유할 땐 언제고"...당국 정책 '오락가락'

당국의 '말 바꾸기'도 업계에 혼란을 주고 있다. 애초에 중금리대출상품은 당국의 독려로 출시됐다. 5% 이하 저금리와 연 20%대 고금리로 양분된 대출시장에 주목했다. 사각지대인 5~20%대 사이의 대출을 확대해 중·저신용자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취지로 사잇돌대출을 고안했다. 실제로 저축은행은 중금리시장 확대에 일조하기 위해 저마다 상품을 개발·출시했다.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계부채 점검회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제공 ]

하지만 가계부채 관리대책으로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이뤄지면서 중금리대출에 제동이 걸렸다. 업계에서는 "하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발목을 잡으면 어쩌냐"고 토로한다. 중금리시장이 커지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진다. 이는 각 저축은행이 더 좋은 중금리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도화선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충당금 적립도 그렇다. 당초 당국은 금리 20% 이상 고위험 대출에 대한 충당금을 적립을 내년부터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다 올해 6월 말로 갑자기 앞당겼다.

저축은행으로선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이미 세워 놓은 장·단기 경영전략 수정이 불가피했다. 기준을 잡아줘야 할 당국이 방향을 잡지 못해 발생한 일이다. 업계에서는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이 서민금융을 가장 잘 하고 싶은 분야로 꼽았지만 서민금융을 전담으로 하는 입장에선 공감하기 힘들다"며 "저축은행 안정성·건전성 등의 지표를 감안해서 규제를 현실적이면서 탄력적으로 바꾸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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