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仁차이나 프리즘] 한·중 경제협력 패러다임 변화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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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국립인천대 중국학술원 연구교수(경제학 박사)
입력 2017-08-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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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상반기 경제성장률 6.9% 달성

  • 중국 경제 위기설은 섣부른 판단

  • 산업구조 개혁 등 되레 질적 성장

[이주영 국립인천대 중국학술원 연구교수(경제학 박사)]

올 상반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6.9%를 달성해 연초 중국 정부가 예상했던 6.5~7%와 비슷한 성과를 보였다.

중국 국내외 경제연구소에서 6.5%, 심한 경우 6% 정도로 예상했던 것에 비하면 이는 아주 양호한 실적이었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중국 경제 위기론이 다시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경제성장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 경제위기론은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거론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후반 금융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유독 중국 경제위기설은 국제적 이슈가 돼 왔다.

중국은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약 20년 동안 연평균 10.2% 고속성장을 했으나, 2011년부터 경제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하락했고 6%대로 떨어졌다. 성장률 하락 수치로 보면 비관적인 분석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GDP 규모가 증가하면서 성장률이 감소한 것은 선진국들도 경험한 현상이고, 중국 경제는 시장경제체제와 달리 국가가 시장에 직접 개입이 가능한 국가 자본주의체제인 나라다.

중국은 최근 국가자본주의를 더욱 강화하고 있어, 자본주의 국가체제를 기준으로 경제 위기를 확신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중국은 13차 5개년 규획에서 질적 개선과 효율성 증가를 산업 구조 개혁의 목표로 삼으면서 산업 구조 개혁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하고 있다. 주요 핵심 산업에 제조강국과 서비스산업, 인터넷 강국을 포함시켰다.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기술, 인공지능과 같은 차세대 IT 그리고 인터넷+, 인공지능 로봇과 같은 첨단 제조 육성을 통한 글로벌 공급사슬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정부 계획 하에 육성되고 있는 산업의 변화는 매우 빠르다. 인터넷+ 사례는 이미 넘쳐나고 있다. 스마트폰 결제로 지갑이 사라지고 있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모바이크(Mobike)도 인터넷+의 대표적인 사례다.

유학시절 고가의 자전거를 사고 불과 200m 달린 후 자전거를 도난당한 친구가 있었다. 중국에 좀 살아봤다는 사람들은 아마도 한 번쯤 자전거를 잃어버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 것이 아닌, 그냥 돌려 타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더 편하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였다.

공유자전거는 이러한 상황을 시장에 적용시킨 사례다. GPS까지 기술이 장착된 자전거이지만 적은 비용으로 수요자를 만족시키면서 모바이크는 급성장하고 있다.

필자를 더 실감하게 한 것은 웨이하이(威海,) 석도항 근처 식당에서 서빙하고 있던 로봇이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안내원이 안내해 주는 곳이 있었고, 지금도 패스트푸드점에서 손님이 식사를 하고 난 후 테이블을 정리해주는 홀 점원이 있다.

하지만 이 식당에서는 한창 손님이 많은 점심시간 식판을 들고 로봇이 서빙을 하고 있었다.

손님들과 부딪치지 않고 홀을 돌더니 주방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3선 도시급의 지역, 그것도 외곽 지역에 인공지능 로봇이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으니 10년 후 중국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중국의 변화는 한·중 경제 협력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한·중 수교를 한 1992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3.7%에 불과했고, 당시 미국은 25.2%로 최대 수출대상국이었다.

그러나 2003년 중국이 우리나라 수출 비중의 18.1%(미국은 17.7%)를 차지하면서 최대 수출국이 됐고, 2013년에는 26.1%(미국 11.1%)까지 증가했다.

최근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후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가 2016년 25.1%, 2017년 6월 기준 23.4%로 떨어졌다. 중국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삼성 휴대폰과 현대자동차 점유율도 급감하고 있다.

중국 2분기 스마트폰 점유율은 삼상전자가 3%이고 애플이 8.2%인 데 반해 중국 로컬 브랜드의 점유율이 87%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 역시 중국 1위 업체인 상하이자동차그룹의 2016년 영업이익이 6.4% 상승한 반면, 현대자동차 순이익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선점을 빼앗긴 것은 외부의 원인도 중요하지만 내부 원인을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중국인들이 대도시에서 번 돈을 들고 3·4선 도시로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새로운 시장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들 도시에서 아직 포장되지 않은 도로를 달리기에는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이 적합했고 당연히 수요도 증가했다.

대 중국 수출 하락의 원인을 사드로 돌리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물론 사드의 영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사드보다 무서운 것은 중국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 있다. 중국의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협력하고 성장할 수 있을지 방향을 전면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한·중 경제 협력에서 정치적 이슈가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다만, 정치적 이슈보다 제품의 가성비가 소비자의 선택을 결정하는 유효기간이 더 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 우리에게 산적한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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