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우칼럼] 개헌시 ‘전자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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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우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17-08-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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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성우]



지 성 우 교수(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개헌시 ‘전자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 확대해야

최근 무더위 속에도 국회의 헌법개정특별위원회에서는 우리나라의 근간을 개혁하는 개헌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아마도 올해 말쯤 여·야의 합의안이 도출되면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동시에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1987년 6·10 민주화 항쟁의 결과물인 현행 9차 개정헌법은 민주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5년 단임의 대통령제도를 도입하고 기본권규정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제왕적 권력구조의 폐해가 유지되었고, 21세기 정보화 혁명과 세계화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한 한계가 노정되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衆論)이다. 압도적인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논의와 아울러 정치분야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전자민주주의(e-democracy 또는 cybercracy)’와 ‘직접민주주의’의 도입과 확대이다.
기원전 5세기 무렵부터 아테네를 기점으로 하여 성립된 대의제 민주주의는 서구사회는 물론이고 해방과 정부수립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원칙으로 정립되었다. 아테네 시대부터 대의민주주의는 국민들을 물리적인 광장에 모으고 설득함으로써 지지세를 확산시키는 집회민주주의(assembly democracy) 혹은 주민회합민주주의(town meeting democracy)의 형태로 성립되었다.
일반적인 대의민주주의 이론에 의하면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대표자들이 국민의 뜻에 따라 정치과정을 운영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국민들의 일반적인 의사보다 정치엘리트들의 의견이 우선시되어왔고, 이들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우선하는 경우 예전의 국민들은 이에 대해 외부에 알리거나,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거나, 비판할 수 있는 공간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투표일에만 주권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ICT기술과 SNS의 비약적인 발전에 힙 입은 ‘전자민주주의’의 발전으로 인해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극복되고, 의제에 대한 접근의 평등성이 보장되고, 표현의 효과 면에서 경제력의 차이에 따른 격차가 해소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수평적인 토론공동체가 활성화되고 있고,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여 정치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직접 민주주의로의 초대」의 저자인 부르노 카우프만(Bruno Kaufmann)은“2002년 세계 최초로 인터넷 정권을 수립한 한국이야말로 가장 앞서가는 직접민주주의 모델을 만드는 게 가능한 나라”라고 평한 바 있다.
향후 사이버 공간을 통해 국민들의 의사가 직접적이고 신속하게 표출되면서 정치과정이 보다 평등해지고, 엘리트에 의한 일방적 의사소통에서 일반 국민들에 의한 수평적 의사소통이 더욱 활발해지는 형태로 공론장에서의 의사소통 양식이 변화될 것이다. 헌법개정 논의에 있어서는 이렇게 정치가 더 이상 특정 정치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정책의 입안·결정은 물론이고, 당해 결정에 대한 feedback의 전과정에서 자발적인 시민참여에 의한 온라인플랫폼의 구축과 활용이 더욱 활성화되는 상황을 적극 고려하여야 한다.
한편으로는 국민의 의사를 직접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국민발안”, “국민소환” 등의 직접민주주의제의 도입과 확대가 필수적이다.
현행 헌법은 국민이 직접 국민투표를 제안할 권리(소위, 국민발안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다만 헌법상 권리를 부여받은 국가기관에 의해 발의(예를 들면 헌법 제72조의 경우 대통령의 발의 및 국회의 의결에 의해)된 사안에 대해서만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이러한 현행 헌법 제72조 및 제130조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국민발안제는 국민들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국민발안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고 단지 대통령과 국가기관에 의해 확정된 정책이나 헌법개정안에 대해서만 찬성 또는 반대를 표시할 수 있는 매우 소극적인 제도를 의미한다. 현행 헌법은 이렇게 직접민주주의를 규정한 국민발안제 중 가장 낮은 수준의 제한적인 제도만을 채택하고 있다.
최근 높아진 국민의식과 직접민주제 강화의 요구를 반영하여 현재의 소극적인 국민투표제도 이외에도 일정한 수 이상의 국민이 직접 법률안, 정책안, 헌법개정안등을 발의하면 의무적으로 국민투표를 실시하여야 하는 형태의 국민발안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는 논의가 점차 힘을 얻고 있으며, 이번 개헌안에도 대폭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의 도입문제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민소환제도(recall system)는 선거 등으로 선출하여 임명한 국민의 대표나 공무원을 임기가 끝나기 전에 파면하는 것으로서 국민파면, 국민해직이라고도 하는데, 미국, 일본, 스위스 등에서 부분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현행 우리나라 법에서는“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이 2007년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이 법은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의원에만 적용되고, 국회의원은 소환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가 도입되면 국회의원들의 권력 오·남용을 통제하는데 매우 효율적이지만 자칫 정쟁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개헌과정에서 매우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모쪼록 1987년 이래 30년 만의 헌법개정 논의가 국민의 의사에 부합하고 미래지향적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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