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 한 잔] 중국 조동종의 중창과 불교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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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칼럼니스트
입력 2017-07-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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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산에 남아 있던 본적 선사의 부도탑 [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오등회원'(五燈會元)이라는 책이 있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등 송대에 발간된 다섯 가지 선종사서(禪宗史書)를 압축한 선종의 통사(通史)라고 하면 맞다. 150권이나 되는 책들을 20권으로 축약해 선의 대의를 밝힌 입문서로, 제13∼14권은 조동종의 선사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가운데 조산본적(曹山本寂·840~901) 선사와 관련된 고목용금(枯木龍吟) 고사가 나온다.

“무엇이 도입니까? 죽은 나무에서 나는 용의 울음소리다. 어떤 사람이 도에 들어맞는 사람입니까? 해골 속에 있는 눈동자다. 무엇이 죽은 나무에서 나는 용의 울음소리입니까? 혈맥이 끊이지 않은 것이다. 무엇이 해골 속 눈동자입니까? 아직 다 마르지 않은 것이다. 이 말을 또 들은 사람이 있습니까? 온 세상에 듣지 못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 고목에서 나는 용의 울음소리란 무슨 뜻입니까?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들은 사람은 다 죽는다.”

죽은 나무에서 나는 소리를 듣든 안 듣든 모든 사람은 다 죽는다. 아무리 눈에 총기가 있다고 해도 죽으면 해골 속에 남지도 않는 것일 따름이다. 죽어 메마른 나무를 스치는 바람이 소리를 낸다고 해도 그걸 용의 울음소리라고 듣는 게 용할 따름이다. 선문답 속에 선사들의 ‘공부’가 엿보인다.
 

시 휴식을 취하는 보적사 비구니들의 모습 [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당나라 시대 복건성(福建省) 포전(蒲田)에서 태어난 조산 본적은 865년경부터 동산 양개(洞山良价·807~869)에게 종지(宗旨)를 받아, 강서성(江西省) 무주(撫州) 조산(曹山)에서 선풍(禪風)을 크게 일으켰다. 무주의 조산(曹山) 숭수원(崇壽院)에 있다가 다시 하옥산으로 옮겼다. 조동종이란 이름은 실로 양개의 동산과 본적의 조산(曹山)에 의하여 지어진 것이다. 이 본적 선사가 주석하다 열반에 든 조산에는 사리탑만 남아 있었다.

최근에 중국정부 즉 강서성종교문화교류협회(江西省宗敎文化交流協會), 강서성무주시(江西省撫州市), 제일계중국조동선학국제논단조위회(第一届中國曹洞禪學國際論壇組委會), 조동불학원(曹洞佛學院), 강서조동자선기금회(江西曹洞慈善基金會), 중화종교문화교류협회(中華宗敎文化交流協會) 등이 힘을 모아 강서성 무주 조산 보적사(寶積寺)에 총 200여 억원을 들여 도로는 물론 사찰 전역의 중창불사를 끝마치고 지난 10일 학술심포지움을 개최했다.

이 제1회 중국 조동종 선학 국제 연구토론회에 한국측 좌장으로 초대된 한중불교문화교류협회 회장 영담 스님은 ‘중국선종이 한국불교에 미친 영향-조동종을 중심으로’제하로 중국 조동종과 우리나라 불교의 관계에 대한 발표를 했다. 스님은 “송대(宋代) 중기 묵조선(黙照禪)의 수행가풍을 출현시킨 것이 조동종이라며 운거도응(雲居道膺 828~902) 문하에서 수미산 선문을 개창한 이엄선사(870~936), 희양산 산문을 중창한 긍양(兢讓)선사(878~956)를 비롯하여 나말여초 한국의 선사 20여 명이 법을 이어 고려 초기에 조동종지를 크게 진작했다”고 지적하며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고려 일연의 '중편조동오위'와 김시습의 '십현담요해'를 함께 소개했다.
 

발표 중인 한중불교문화교류협회 회장 영담 스님 [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사리탑 하나만 남아있던 조산 일대는 이제 조동종의 발상지나 성지로 화려하게 부활할 듯하다. 동북동정과 같은 중국의 역사공정이 이제 종교 문화 특히 불교공정으로 점차 확대돼 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역사는 짧지만 무척이나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본적사 비구니 스님들의 모습을 보면, 향후 부패한 우리나라 불교가 회생하지 않거나, 티베트의 달라이라마 존자가 열반에 들면 얼마 안 가 불교의 종주국은 중국의 차지가 될 것이 분명할 듯 싶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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