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변방별곡] 홍콩인가? 중국 홍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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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7-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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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명수]





‘同志们好! 同志们辛苦了!"(동지들 안녕하신가! 동지들 수고가 많다!)
지난달 30일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홍콩’ 섹콩기지에 주둔중인 중국 인민해방군 부대를 사열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역대 중국 최고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사열 내내 ‘단 두 마디’로 인민해방군을 격려했다. 인민복을 차려입은 시 주석의 표정은 2015년 ‘전승절 열병식’ 때보다도 단호한 듯했다.

지난 1일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에 반환된 지 20주년을 맞아 열린 ‘조국회귀 20주년 기념식’에선 시 주석은 “국가 주권의 안전을 해치는 모든 활동과 중앙 권력·홍콩특별행정구 기본법(헌법 격) 권위에 대한 도전, 홍콩을 이용해 벌이는 중국 본토에 대한 침투·파괴 활동은 모두 마지노선을 건드리는 것이며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며 “일국양제(一國兩制)는 중국이 창조해낸 위대한 쾌거이며 일국양제 아래에서 홍콩 시민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커다란 민주적 권리와 자유를 향유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2014년 소위 ‘우산혁명’ 이후 홍콩 내에서 일고 있는 독립분위기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의미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정도로 어조는 강했다.
기념식 축하공연이 끝난 후에 시 주석은 무대에 올라 “일어나라, 노예 되기 싫은 사람들아. 우리의 피와 살로 우리의 새 장성을 쌓자···”로 시작되는 중국국가를 따라 부르는 모습도 연출했다. 홍콩 행정장관에 취임한 캐리 람(林鄭月娥·60·여)은 시 주석에게 영어나 광둥어가 아닌 푸퉁화(普通話)로 취임선서를 했다. 푸퉁화 역시 홍콩반환이후 영어 광둥어와 더불어 공식언어의 자리로 올라섰지만 행정장관이 취임선서를 푸퉁화로 한 것은 처음이다.

시 주석은 기념식을 마친 후에는 홍콩과 중국 본토인 주하이(珠海)·마카오를 연결하는 ‘캉주아오(港珠澳)’ 대교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베이징으로 돌아갔다.
시 주석의 홍콩방문 일정에 새삼 주목하게 된 것은 시 주석의 일정과 메시지가 영국에서 중국에 반환된 지 20주년을 맞이한 홍콩의 장래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민해방군 사열 △20주년 기념식 연설 △캉주아오대교 건설 방문 등 시 주석의 일련의 홍콩일정은 정교하게 짜여진 시나리오처럼 보인다.

홍콩은 중국인가 아닌가? 이 문제의 답은 20년 전에 합의한 ‘일국양제’에 있다.

‘일국양제’는 중국공산당이 통치하는 사회주의 체제 중국이 홍콩을 중국 영토로 편입하면서도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와 사법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한 약속이었다. 일국양제의 기한은 50년이다. 이제 겨우 20년이 지났다.
시 주석의 이번 홍콩행은 지난 2015년 9월 3일 열린 전승절 70주년 행사와도 연결돼 있다. 전승절이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항복문서 서명을 기념한 날이라는 점에서 대(對) 일본 성격이 강하다면 시 주석의 홍콩행은 대 서방 성격이 짙게 배어 있다.
홍콩은 1842년 아편전쟁 이후 영국에 빼앗긴 중국의 뼈아픈 상처다. 20년 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던 날, 당시 국가주석이던 장쩌민(江澤民)은 “100년의 치욕을 씻었다”라고 언급할 정도로 홍콩은 허약해 빠진 100년 전의 중국을 상징했다.
시 주석 취임 이후 중국이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 ‘중국의 꿈(중국몽)’이다. 그것은 이미 경제대국 G2로 올라선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중국굴기’의 다른 표현인 신중화주의와 같다고 해도 무방하다.
시 주석은 홍콩을 빼앗긴 중화민족의 자존심을 재건하는 지렛대로 활용한 셈이다.
우리가 좋아하던 민주화라는 시각에서 보면 홍콩의 미래는 밝지 않다. 홍콩의 민주화는 중국 대륙의 민주화와 보조를 같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열강이 각축하던 시기에 부패한 왕조가 서구열강에 빼앗긴 영토를 되찾게 된 중국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홍콩은 약속한 ‘일국양제’ 50년이 되기도 전에 중국의 완전한 일부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중국은 급하게 재촉하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은 홍콩을 20년 전 홍콩으로 보려던 시각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홍콩이 중국에 완전하게 편입된다고 하더라도 부정적으로 보거나 중국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중국은 중국의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중국의 꿈’이 이웃나라에는 19세기 말 강대국의 패권추구와 같은 위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리의 우려는 시작된다. 중국의 헛기침 한 번이 우리에겐 치명적인 독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취임 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관계 재정립에 나선 새 정부가 향후 전개될 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중국의 위세에 밀리지 않고 국격과 국익을 지킬 수 있도록 중국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공부를 통해 혜안을 갖기를 기대해 본다. 홍콩이 중국이냐 아니냐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중국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는 홍콩을 중국의 일부로 보지 않으려는 낡은 시각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이 더 많다.
홍콩은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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