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심재권 “트럼프 대북 선제 타격론·北核 코리아패싱 있을 수 없는 선택”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7-07-03 09:1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심재권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인터뷰

심재권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외통위원장실에서 가진 본지와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대북 선제 타격론·북핵 관련 코리아패싱은 있을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밝혔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최신형·장은영 기자 =정치는 예술이다. 현재의 대치 정국처럼 모든 것을 봉쇄할 수 있지만, 변곡점을 맞으면 모든 것을 가능케 하기도 한다. 정치보다 ‘더 예술적인 것’이 있다. 외교다. 외교에서 예측 가능한 것은 ‘불예측성뿐’이다. 탈냉전 시대에는 무장(武裝)으로 얻을 수 없는 성과물을 ‘외교적 협상’을 통해 획득한다. 외교의 미학이다.

외교 미학은 미·소 간 냉전의 종식과 동방 블록의 해체로 이어진 탈냉전 시대에 더욱 빛난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의 첫 해외 무대 데뷔전인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진 지난달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실을 찾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심재권(3선·서울 강동을) 외통위원장이 본 한·미 정상회담과 동북아 정세의 미래를 그렸다. 

그는 20대 국회에서 몇 안 되는 외교 전문가다.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총재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심 위원장은 국민의정부 때 민주당 남북교류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과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제19대 국회에서 국회 외통위 간사를 거쳐 현재 외통위원장을 맡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이해찬 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심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한·미 동맹의 정치·외교적 의미를 묻자 “한반도를 비롯해 동북아시아 평화를 지탱해온 주춧돌”이라고 평가했다. 보수 일각에서 제기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서 파생된 대북 선제론에 대해선 “있을 수 없는 선택”이라고 잘라 말했다. 미·중 간 대북 문제의 직접적인 거래 등 ‘코리아패싱’(korea passing)도 마찬가지였다.

정국 화약고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추가 배치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선 “절차적 정당성, 즉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도입 시기에 대해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밝혔다. 초읽기에 돌입한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해선 “올해가 양국 수교 25주년”이라며 “전략적 협력 동반자 입장에서 사드 등을 풀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시 협상 내용에 따라 국회 비준 동의를 다시 거쳐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드를 비롯해 한·미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전시작전통제권 회수 문제를 포괄하는 것은 “북핵 문제”라며 “비군사·비정치적 분야의 교류 확대를 통해 남북 간 신뢰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북정상회담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심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심 위원장은 “한·미 정상회담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평화의 주춧돌”이라고 말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韓美 정상회담, 동북아평화 주춧돌”
-한·미 정상회담이 지난달 29∼30일 이틀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다. 한국의 진보정권과 미국의 보수정권 간 회담은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보는가.

“‘우리 정부가 진보다, 미국 정부가 보수다’, 이렇게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한·미 동맹은 글자 그대로 한반도 평화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평화를 지탱해온 주춧돌이다. 그야말로 조금도 흔들림 없이 동맹의 정신을 이어받아 새롭게 정상회담을 한다는 시각에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국회 외통위원장으로서 미국의 예우 문제나 문 대통령의 행보를 어떤 시각으로 봤는지 궁금하다.
“예상했던 그대로다. 동맹국의 굳건한 행정 수반답게 따뜻하고 화기애애한 만남을 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중·일 간 관계는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의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우려한 ‘네오콘(신보수주의) 일방주의’는 트럼프 독트린으로 이어졌다. 트럼프가 선언한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우려가 크다.
“솔직히 우려도 있다. 최근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했다. 미국 의사와 다르다고 탈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지금 세계는 ‘글로벌 소사이어티’다.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이자, 함께 윈윈하는 세계다. 미국이 우선주의·일방주의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

◆“美군사옵션·코리아패싱 있을 수 없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논의 과정에서 가장 많이 쓴 표현 중 하나는 ‘모든 정책 옵션이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다’(all options on the table)다. 일각에선 이를 이유로 트럼프의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을 주장한다.

“실질적으로 군사 옵션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군사 옵션 그 자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명백히 있을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다.”

-미국이 중국 측에 북한 제재 동참을 압박하면서 중국의 대북한 기조 변화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보수진영 내부에선 미국과 중국의 직접 협상, 즉 코리아패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박근혜 정권이 탄핵당하면서 6개월 정도 국정 공백 있었다. 그 기간 중 우리 정부의 실질적인 수반이 없었기 때문에 중요 논의에서 혹시 배제했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원천적으로 한반도 문제에서 코리아패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단기간에 끝날 문제는 아니다. 사드의 추가 배치를 둘러싼 정치권 대립은 물론, 보수와 진보 간 보혁 갈등까지 치닫고 있다. 어떤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보나.
“우리 주권에 관한 사항이다. 사드 배치 문제도 명백히 우리 국익에 맞춰 결정할 문제다. 당연히 대한민국 법 절차를 지켜야 한다. 우리 헌법 제60조에 ‘중대한 안보’나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사안에 관해선 비준 동의를 거치도록 명시하고 있지 않나.”
 

심 위원장은 “사드 배치 문제도 명백히 우리 국익에 맞춰 결정할 문제”라고 주권 외교를 분명히 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사드보다는 KAMD 도입이 답”
-일련의 과정 한마디로 요약하면 절차적 정당성에 관한 얘기다. 국회 비준 동의를 말하는 것인가.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다. 다만 비준 동의가 단순하게 국회 절차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국민 동의 과정, 즉 폭넓은 국론을 수렴하기 위한 다양한 공청회를 열고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국민과 논의하자는 것이다. 비준 동의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국내 실정법들이 있다. 환경영향평가가 대표적이다. (사드 부지 무상 공여와 관련해선) 국유재산특례제한법을 살펴봐야 한다. 법치국가에서 당연한 단계다.”

-제20대 국회는 여소야대다. 민주당을 제외한 제 정당이 다른 입장을 가진다면, 수용할 수 있다는 말인가. 가정논법이기는 하지만, 답변해 달라.
“가정인 질문에 답변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원칙적으로 법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간 진보진영에서는 사드 대안으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도입을 꼽았다. 시점은 언제가 적절하다고 보나.
“빠를수록 좋다. 사드 배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군사적 효용성’ 여부다. 결론부터 말하면, 효용성이 아주 낮다. 북한의 주공격 수단은 단거리 미사일이다. 고도는 10~30km에 불과하다. 사드는 고도 40~150km를 방어하는 체계다. 단거리 미사일 체제에는 속수무책이다. 수도권 방어를 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군사 효용성 낮은 반면, 중국 등 주변국과의 마찰은 크다. 환경적 문제도 있다. 대안은 KAMD 체제다.”

-사드나 KAMD 등 동북아를 둘러싸고 군비 경쟁이 극단으로 치달을 수도 있을 거 같다.
“어떤 공격 수단이 생기면 또 방어 수단이 검토되고…. 그것이 군비 경쟁의 기초원리다. 다만 군비 경쟁에 대한 우려를 충분히 갖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도 미·중 패권주의 속에서 미·일과 북·중·러 간 대립 구도가 일었다. 우리의 경우 어느 쪽에도 설 수 없는 이른바 ‘샌드위치 위기론’이 불거졌는데.
“냉전구도 때 있었던 한·미·일 또 북·중·러 삼각 군사 동맹 구조 등이 다시 재현될 수 있는, 새로운 신 냉전체제로 회귀할 수 있는 위험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 “中 사드 경제 보복 옳지 않다”
-한·미 FTA 재협상을 비롯해 전작권 회수,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전면 개정 등도 난제다. 집권당의 외통위원장으로서 책임이 막중한 상황이다.

“기존의 한·미 FTA는 기능적 면에서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것은 상호 협약이다. 어느 한쪽에서 재논의하자고 하면 응해야 한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윈윈 관계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전작권은 주권의 문제다. 빠른 시일 내 되찾아야 하고, 주한미군지위협정도 바로잡아야 한다.”

-한·미 FTA 재협상을 하게 되면, 다시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야 하나.
“아마도 그럴 것이다.(-그 과정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재협상 내용에 어떤 게 포함되느냐에 따라 반드시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드를 둘러싼 중국의 경제 보복도 문제다. 의원 외교 차원에서 나설 수도 있을 것 같다.
“중국이 일종의 보복 조치를 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올해는 한·중 수교 25주년이다. 상호 협력적 관계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심재권 외통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국회 외통위원장실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 [기사=아주경제 최신형·장은영 기자]
 


◆“北과 비군사·비정치 분야 교류 확대해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첫 한·중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사드 갈등이 완화되는 모멘텀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겠느냐(웃음). 그런 기대를 하고 있다. 다만 짧은 기간 정상 간 회의에서 일거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일단 정상 간 상호 신뢰를 확인하면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사드 배치나 전작권 회수 등의 논란은 모두 대북 문제에서 파생한 문제다. 해법을 제시해 달라.
“북핵 문제가 핵심 고리다. 상호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 낮은 단계에서부터 비군사·비정치 분야에서 교류를 축적해야 한다. 이것이 주변 4강과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핵심이다.”

-비군사·비정치 분야 교류와 남북정상회담의 선후 관계가 있다고 보나.
“돌파구 찾지 못할 때 실질적 행정 책임자인 양측 수반이 만나서 새로운 돌파구 만들 수도 있다.”
 

심재권 외통위원장.[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