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늘리고 유럽 줄이고" 다른 방향 향하는 세계 원전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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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2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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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2030년까지 최대 30기 건설..."경제 성장 따라 수요 급증"

  • 러시아는 내부 전력 수급보다 해외 원전 수출에 눈돌려

  • 프랑스·스위스·영국 등 원전 대신 '신재생에너지' 수급률 높여

  • 미국·일본은 원전 축소 정책에서 재가동 방향으로 선회 경향

미국 서부 워싱턴 주 남동부에 위치한 핸퍼드 핵저장소. [사진=연합/AP]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수단으로 여겨지던 원자력발전소가 최근 존폐 논란에 휩싸였다. 대규모 전력 공급에 대한 효율성 못지 않게 방사능 관련 사고 가능성을 늘 떠안고 있는 탓이다. '제2교토의정서'로 통하는 지구 온난화 대책인 파리 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의 이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각국 원전 정책이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 인도, 2030년까지 최대 30기 건설...러시아는 수출 집중 

아시아에서 원전 개발·건설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인도다. 비즈니스스탠다드 등 외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1500억 달러(약 170조 7750억 원)를 투자해 최대 30기에 이르는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원전을 통한 전력 수급량을 점차 늘려 오는 2050년까지는 전체 전력의 25%까지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인도는 경제 성장에 따라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는데도 전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장기 에너지 정책을 고민해왔다. 앞으로 매년 6~7%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략적인 전력 공급에 나서지 않는다면 블랙아웃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천연 에너지 자원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도 인도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도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에너지 관련 수입 의존도는 원유가 85%로 가장 많았고 석탄(36%)과 천연가스(34%)가 그 뒤를 이었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화석연료의 부담은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원전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국내 전력 수급보다는 해외 원전 수출에 공격적인 모습이다. 이코노믹타임스가 22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스아톰'은 현재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및 남미 등 20개국과 연계해 관련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건설중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바라카 원전을 제외하고는 중동 지역 대부분의 원전 건설에 참여하고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2023년 완공 목표로 터키 메르신 주 아쿠유에서 터키의 첫 원전 건설을 시작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러시아의 전력 수급은 대부분 천연가스로 충당히 가능한 상황이다. 전체 전력 가운데 40% 이상이 천연가스로 생산되고 수력 발전도 약 20%에 이른다. 원전을 통한 발전량은 11%로 가장 적은 편이다. 자체 전력 수급보다는 원전 수출에 나서는 데는 친환경 재생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아직 남아 있는 해외 원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뜻으로 풀이된다. 

◆ 프랑스·스위스 등 유럽은 탈(脫)원전화...미국·일본은 '글쎄'

미국과 파리협정의 성사를 이끌었던 서구 국가들은 탈(脫)원전화를 공식화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참사 이후 독일 등 주요 유럽 국가에서 원전의 위험성과 폐로 비용 등을 고려해 원전의 단계적 폐쇄가 적합하다는 정책이 확산되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이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현재 프랑스 발전량의 약 75%를 차지하는 원전 비중을 2026년까지 50%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대신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2배로 높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기준 원전 의존율이 76%에 이르면서 세계 2위 원자력 강국의 명성을 내려놓기로 한 것이다. 

스위스 연방정부도 최근 국민투표를 통해 △ 원전 5기 순차적 가동 △ 풍력·태양열 발전 등 대체 에너지 산업에 보조금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에너지 전략 2050' 법안의 지지를 얻었다. 이밖에 독일은 오는 2022년까지 현재 가동중인 원전을 폐로하기로 했다. 영국에서는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의 전력 생산 의존도를 4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세계 최대 원전 국가였던 미국은 당초 지난 2015년만 해도 노후 원전 가동 중단과 폐로 결정을 내렸다. 셰일 가스 개발량이 늘어난 데다 보조금 등 세제 혜택을 받는 재생에너지 분야가 발달하면서 원전의 채산성이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99기 수준인 원전 개수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최근 이런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협정 탈퇴를 공식화하면서 기존 에너지 정책을 유지 또는 확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탓이다. 미 의회전문지 더 힐에 따르면 실제로 최근 미 하원은 원자력 에너지 분야 세금 공제를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새로운 원전이 건설되고 있는 조지아 주와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도 노후 원전 폐로 수순을 밟고 있다.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은 지난 4월 보도를 통해 "운전 개시 40년이 지난 쓰루가 1호기 등 노후 원전 4곳의 원자로 5기를 폐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운영되는 원전이 3곳에 불과한 가운데 일본 정부는 원전 신규 건설을 추진하는 대신 오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의 전력 비중을 23% 이상 올린다는 방침이다.

당초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후 당시 민주당 정권은 2030년대까지 일본의 원전을 모두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2012년 출범한 아베 신조 내각은 국가 에너지 정책에 있어 원전이 꼭 필요하다며 원자로를 재가동하기로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운영한 지 40여 년이 넘은 다카하마(高濱) 원전 1·2호기에 대한 연장 운행 승인이 떨어지면서 반대 여론이 일어나는 등 크고 작은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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