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바닷속에서 재난은 물론 먹거리까지 관리"...SK텔레콤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 '수중통신망'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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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3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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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인천) 신희강 기자 = "수중통신망을 통해 잠수함 탐지는 물론, 방사능·패류 독소 감시 및 쓰나미·해저 지진 조기 경보 등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30일 인천 남항 앞바다 서쪽방향으로 약 10km 떨어진 바다 한 가운데. 수심 약 25m 깊이, 송수신 거리 약 800m 환경에서 LTE 방식을 활용한 세계 최초의 수중 통신기술이 공개됐다.

호서대와 SK텔레콤 외 13개 연구기관이 참여한 이 사업은 2021년까지 진행되는 국책 연구과제로, 국비 260억원을 포함해 총 300억원이 투입된다. 지구의 마지막 통신 음영지역인 바다에서 '바닷송 통신 기지국'을 구축하겠다는 것.

사업 연구를 총괄하고 있는 고학림 호서대 교수는 "수중 통신기술은 국토의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다"면서 "국방용 수요는 물론, 적조 모니터링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서대와 SK텔레콤 공동연구팀이 30일 인천 앞 바다에서 수중 데이터 송신을 위한 트랜스듀서(음파송신기)를 바닷속으로 내리고 있다. [사진=신희강 기자@kpen]

 

◆ 수중재난부터 잠수함탐지·어족자원까지 관리…세계 첫 기지국 기반 수중통신망 기술 확보

호서대와 SK텔레콤은 이날 바닷속 수온과 염도·조류속도 등 10여가지의 정보를 측정하는 기술 시연을 선보였다. 음파(3~70KHz)에 LTE(OFDM 변조) 주파수를 얹는 방식을 활용해 문자(Text)와 사진 데이터를 초당 40킬로비트(Kbps) 수준으로 20초 간격으로 연속 송수신하는데 성공했다.

실제 이날 배 안에 설치된 프로젝트 화면에는 다른 배에서 보낸 "Welcome Press(환영합니다), So do I(나도 그래)" 메시지가 20초 단위로 들어왔다. 바닷물의 혼탁도가 심하고 수심이 얕은 서해 인천 앞바다의 환경에 불구하고, 수중 통신망의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준 것이다.

기지국 기반 수중 통신기술은 크게 수중 센서와 수중 기지국, 해상 통신 부표 등으로 이뤄진다. 센서에서 수집된 정보는 기지국을 거쳐 부표나 항해 중인 선박, 지상으로 전달된다. 물속에서는 음파를, 공기 중에서는 전파를 사용한다. 수중에서 센서가 1대1로 통신하는 게 아니라 기지국을 기반으로 통신망이 깔리는 건 세계 최초다.

고학림 교수는 수중 기지국을 '바닷속 통신 고속도로'에 비유했다. 수중 기지국을 설치해 지름 20~30km 지역내에서 수중 정보를 수집하는 센서와 통신하면, 간섭을 최소화하고 저전력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기존 음파를 활용한 1:1 통신과 비교할 때 저전력·체계적 운용이 가능하며 바닷속 유선통신망에 비해 저비용으로 구축·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때문에 수중 통신기술을 잠수함 등을 탐지하고 식별하는 국방용으로 이용 가능하며, 해양 선박 사고 발생시에는 수중 기지국을 사고 위치에 설치해 잠수부나 수중 로봇과의 통신에 활용할 수 있다. 또 기지국 주변에서 바다물의 해류·수온·염도·조류 속도·PH(수소이온농도) 등의 빅데이터를 확보해 수자원 보호 및 해양 환경 연구 등에도 쓰일 전망이다.

고학림 교수는 "바닷속에 수중 기지국을 만드는 수중통신 방식 실증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라며 "이번 시연을 통해서 수중기지국에 집적된 각종 데이터가 수중 통신을 통해 해상부표 전달에 성공, 수중 기지국 테스트베드 조성을 위한 핵심 연구 단계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수중으로 전송된 데이터가 문자(Text)를 통해 들어오고 있다. [사진=신희강 기자@kpen]
 

◆ 기지국 기반 수중통신망, 2020년 최종 완성…미국과 유럽·캐나다 등 선진국 대비 기술 선점 

호서대와 SK텔레콤은 기지국 기반 수중통신망 연구를 위해 올 10월께 서해안에 실험망(테스트베드) 구축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2020~2021년 실험망을 최종 완성한다는 로드맵을 설정했다.

우선 양측은 오는 10월 수중 실험망의 기지국~해상부이간 통신망(백본망) 구축을 목표로 7월까지 실해역 측정, 9월 실증 시험 작업을 완료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수중기지국과 수중센서간 통신시스템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지난 2015년부터 호서대·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 연구소·한국원자력연구원·경북대·인하대·중앙대·상명대·한양대 등과 공동으로 '기지국 기반 수중통신망 개발' 사업에 참여해 왔다. SK텔레콤은 이번 연구를 통해 바닷속에서 LTE 기반의 변조방식(OFDM)을 활용, 향후 육상망 연계를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진효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원장은 "SK텔레콤은 현재 재난망(PS-LTE), 철도망(LTE-R), 해상망(LTE-M) 및 수중망(DUMCN)에 대한 독립적 설계 및 연동 설계 기술 능력을 국내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며 "센싱 기반의 IoT 망 설계 최적화 경험을 최대한 활용해 수중 통신망의 설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외에서는 미국과 유럽·중국 등이 국가 주도의 유·무선 기반의 수중 통신망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EU은 유·무선 방식을 혼용한 방식을 활용하고 있으며, 수중망과 육상망을 통합 운영하고 수중 사물인터넷 지원을 위한 'SUNRISE(썬 라이즈)'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캐나다는 세계 곳곳의 관측소에서 유선망 기반 센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실시간 원격 관측 시스템을 구축하는 'Ocean Networks Canada(오션 네트웍스 캐나다)'를 구축해 운용 중이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들은 90년대부터 바닷속 통신 기술을 확보해 해양 무선 네트워크를 구축해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바다 환경 변화 모니터링·국방 분야 등에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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