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과거 떼어내고 미래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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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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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송종호 기자 = 대우조선해양이 P플랜의 문턱에서 극적으로 회생하며 과거를 잊고 미래를 여는 발판을 마련했다.

17일 운명의 첫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 재조정 3건을 모두 가결시켰다. 18일 있을 2건의 사채권자 집회에서도 모두 무난히 가결될 전망이다.

어려운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배경은 채권단의 희생 덕분이었다. 여기에 정성립 사장 취임 후 2년여간 진행해온 대우조선해양 자구노력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날 1차 사채권자 집회에서 정 사장은 투자자와의 질의응답 시간에 “올 1분기에 (영업이익이)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이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면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정 사장은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흑자전환에 실패할 경우 사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친 바 있다. 고도 성장기에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라 대우조선해양을 키웠던 그는 최악의 불황기에 다시 사장을 맡아 엄청난 시련과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큰 고비를 넘겼으나 정 사장이나 대우조선해양에 놓인 갈 길도 험난하다. 어떻게 해서든지 부활해 국민들의 희생에 보답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묻어 있다.

◆LNG 부문, 경쟁사 대비 5% 싸게 건조해도 수익 가능
자금 문제의 숨통을 튼 대우조선해양은 신규 지원되는 2조9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바탕으로 일반 상선과 특수선 부문에 주력하는 ‘작지만 강한 회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대우조선해양의 매출액은 12조원대였다. 자구안이 성실히 이행되면 5조~7조원대로 줄어든다. 조선시황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최대한 자산과 설비, 인력 등을 털어내 몸집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밝힌 자사 경쟁력을 살펴보면, 일반 상선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3.6%(2008~2016년 평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5.8%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3사가 수주한 선박 척수를 기준으로 한 선종별 글로벌 시장 점유율(2005~2015년 누적 기준)은 LNG선이 47%, 1만4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 57%,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은 45%로 경쟁사들에 비해 밀리지 않는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LNG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의 기술력 및 원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경쟁사 대비 화물창 시스템 제작을 위한 재료비 약 600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으며, 대량 생산체제를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척당 약 400만 달러가 낮아 총 1000만 달러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선가 대비 약 5%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5%만큼 낮춰서 수주해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특수선 분야에서는 한국형 차세대 3000t급 수중함 공동개발 및 건조를 주도했으며, 경쟁사가 건조하는 수중함에도 선가의 약 40%에 해당하는 회사가 개발한 주요 장비를 납품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우리가 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는 장점에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면서 “해양사업도 나름대로 실력을 갖고 있지만,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되도록 자제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부채비율 낮추면 수주영업 활기 되찾을 듯
지난 2월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잔량은 108척이며, 이 가운데 50척이 LNG선 또는 부유식 LNG 저장·재기화 설비(LNG-FSRU)가 차지하고 있다. 앞선 경쟁력으로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회사가 흔들리는 원인을 제공한 부실을 모두 회계에 반영해 상각처리했으며, 14개 자회사 구조조정 방안 중 8개를 매각해 6개를 청산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9월부터 영업이익률이 높은 LNG선 건조가 완료되어 인도가 진행될 예정이라 그때부터 거액의 인도금이 회사로 입금된다. 정 사장은 “(9월 이후) 부채비율 300%가량의 건실한 회사가 돼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높아진 수익성과 낮아진 부채비율은 회사의 대외영업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그동안 구조조정 과정에서 거대한 부실이 드러나 선주들로부터 “과연 배를 지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아왔다. 정 사장을 비롯해 영업 담당 임직원들이 설명을 했지만 드러난 수치는 신뢰를 얻지 못했다. 이에 회사 측은 선주들에게 이번 소식을 적극 알려 불신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보다 적극적으로 수주영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발주물량도 적고 선가도 낮은 수준이지만, 채권단과의 협의와 동의를 거쳐 부실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가격을 선주사들에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구안을 추진하는 한편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도 고민해야 한다. 상선과 특수선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여기서 얻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은 생존에 모든 것을 걸고 있어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있으나 내부에서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회사가 정상화되어 채권단의 도움 없이 생존할 수 있게 되면 주력사업을 활용한 사업 분야로의 진출도 가시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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