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정부의 아쉬운 '김과장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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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2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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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요즘 KBS 드라마 '김과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직장인들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담아내면서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드라마 홈페이지에 소개된 '김과장'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김과장은 돈에 대해 천부적인 촉을 가진 '삥땅 전문 경리과장'이다. 그리고 더 크게 한몫 챙기기 위해서 TQ그룹에 필사적으로 입사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부정과 불합리와 싸우면서 무너져가는 회사를 살린다는 내용이다. 즉, 분식회계 이슈를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삼은 것이다. 

직장인의 모습을 잘 담아냈을 뿐 아니라 최근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분식회계를 소재로 삼은 점도 대중들의 흥미를 끌고 있는 요인이다.

최근 만난 한 금융권 종사자는 '김과장'이 분식회계를 다룬 드라마란 사실을 알고 흥미있게 보기 시작했다고 전했을 정도다.
분식회계 이슈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터지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통해 분식회계는 한 기업을 망칠 뿐만 아니라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회계 부정은 살인행위에 버금가는 것인 만큼 아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역시 "분식회계에 대해선 주가조작 수준으로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당연한 말이다. 예컨대 조작된 회계 정보를 믿고 해당 기업에 투자했다 큰 피해를 본 선의의 투자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중경 회장은 분식회계를 준살인행위에 비유했었다. 다만, 처벌을 두고 형평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요즘 대우조선해양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딜로이트안진에 대한 처벌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안진이 1년 영업정지의 중징계를 받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런데 정작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는 추가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회계업계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얼마 전 내놓은 '회계투명성 및 신뢰성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에 대해서도 불만이 쏟아진다. 분식회계의 책임을 기업이 아닌 회계업계에 떠넘겼다는 지적이 많다. 

청년공인회계사회는 '청년회계사들의 탈감사 선언, 감사인이 되기를 거부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가진 오류투성이 기업들을 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정작 회계투명성 대책에서 분식회계 기업 경영진에 대한 제재 수위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바뀌기 전에는 회계제도 개선도 의미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분식회계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기업을 감싸고 돌면서 되레 '을'의 입장인 외부감사인에만 책임을 떠넘긴다는 불만이 쏟아질 법하다. 물론 기업에 대한 지원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단,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 설정에 오류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처벌의 형평성에 대한 논란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에서 변치 않는 트렌드가 뭘까요. 바로 삥땅이오. 대한민국 어디 한 군데 안 썩은 데 없고, 안 허술한데 없잖아.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이야. 해먹기 천국."

'김과장'에 나온 대사 한 구절이다. 이 말이 명대사로 회자되는 이유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사실이라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기업에 소위 '삥땅'을 호시탐탐 노리는 김과장이 있을지 모른다. 

정부는 회계 선진화를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그리고 처벌과 지원의 형평성이 올바른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단순히 '꼬리 자르기' 또는 '본때 보여주기'만으로는 수많은 김과장을 잡아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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