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365] 정의선 부회장의 인재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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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2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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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좋은 기업은 버스를 어디로 몰고 갈지 고민하는 반면, 위대한 기업은 버스에 누구를 태울 것인가를 고민한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의 저자 짐 콜린스는 책에서 위대한 기업은 결국 인재를 통해 이룰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좋은 리더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다. ‘삼고초려’로 유명한 유비의 제갈량 영입 일화 등 고전에서도 숱하게 봐왔던 것이다.

지금도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훌륭한 인재가 최대의 경쟁력이고 성장동력”이라는 이야기 한다. 삼성그룹의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은 자신의 비문으로 ‘자기보다 현명한 인재를 모아들이고자 노력했던 사나이 여기 잠들다’라고 썼을 정도다.

최근 국내 재계에서 인재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이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다. 그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친환경차, 자율주행, 고급차 부문 등 현대차 미래사업에 대한 인재 영입 행보를 보면 그의 사람에 대한 ‘욕심’을 엿볼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조직의 생존과 성장을 함께할 수 있다면, 어느 곳의 누구라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출신인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담당 사장을 비롯해 루크 동커볼케 전무,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전무(람보르기니), 이상엽 상무(벤틀리), 알렉산더 셀리파노브 이사(부가티) 등은 저마다 타 글로벌 자동차회사에서 디자인으로 ‘한가닥’하던 핵심인재들이었다. BMW의 고성능 브랜드 ‘M’을 개발하던 알버트 비어만 사장 역시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 개발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이들은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뒤 현대·기아차의 디자인과 성능의 고급화에 기여하며, 회사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최근에는 미래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친환경, 자율주행 부문에서 원천기술, 선행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인재 영입에 적극적이다. 얼마 전에는 현대차그룹이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신설한 전략기술연구소 소장에 지영조 박사를 영입했다. 지 박사는 미국 AT&T 벨 연구소 근무를 시작으로 맥킨지와 액센츄어에서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경영전략, 마케팅 등을 컨설팅했으며, 삼성전자에서 전무와 부사장을 역임하며 신규 사업, 인수합병(M&A), 플랫폼과 서비스, 산업 혁신 관련 이슈 등 전사 전략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차량지능화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황승호 부사장 역시 삼성전자 출신 인재다.

앞서 자율주행차 연구개발(R&D)를 전담하는 지능형안전기술센터장에는 제너럴모터스(GM) 출신인 이진우 상무를 영입했다. 이 상무는 GM에서 현대차그룹으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현대·기아차의 자율주행 기술개발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정 부회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에 대비해 대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인재 영입도 마무리 지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연방교통부 도로청(FHWA) 부청장을 역임한 데이비드 김을 현대차 워싱턴 사무소장으로 영입한 것. 현대차는 워싱턴 사무소를 통해 미국 정부의 통상·자동차 산업 관련 동향을 파악하는 대관 업무를 펼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의 인재 욕심이 현대차 혁신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라고 평가한다. 인재가 필요한 곳에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배치해 경쟁력을 갖춤으로써 새로운 변신은 비로소 이뤄진다는 것이다.

물론 외부인사 영입이 무조건적인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뛰어난 인재를 영입했으나 오히려 조직의 정체성을 희석시키고 조직원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얼마 안 있어 스스로 떠나는 경우도 많다. 불과 10년여 전만해도 내부 조직원간 결속력이 강한 현대차그룹의 기업문화 분위기 때문에 외부 인재들이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손사레를 친 적도 많다.

정 부회장의 인재영입이 주목받는 것은 영입한 인재들이 현대차 조직원들과 물리적·화학적으로 융합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외부 인재들이 자존감을 잃지 안도록 보상과 권한을 충분히 제공하고, 실패감을 느낄 수 있는 내부 조직원들에게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중간자적 입장에서 양측을 고루 챙김으로써 모든 인재들이 현대차의 미래를 목표로 뛰게 만들었다.

사실 기업으로서는 인재를 확보하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과제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인재라는 것이 단순한 인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회사를 대표하고 그 회사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경쟁력인 것이다.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핵심 인재 확보에 팔을 걷어붙이는 이유 역시 이들이 기업 성공의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도요타나 폭스바겐, GM 등이 여전히 현대차를 들여다보는 것은 아버지 정몽구 회장을 잇는 정 부회장의 리더십이 현대차의 잠재력을 한층 더 끌어올릴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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