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해외사업 적자 나도 못 빠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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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1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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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은행들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정작 부실 사업은 쉽사리 정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 철수하게 되면 재진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해외 사업을 구조조정하지 못한 체 발만 동동 구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을 접고 나올 경우 다시 해당 국가에 재진출하는데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외에 일단 사무소를 설립하면 시장 상황이 변한다고 해도 사업을 접고 나올 수 없다"면서 "과거 한 번 철수한 은행 및 해당 국가에 대해 현지 금융당국이 패널티를 부과해 사실상 진출을 불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부 동남아 국가들은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 철수한 국내 은행들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재진입하는 것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미얀마가 대표적이다. 앞서 국내 은행들은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미얀마 지점을 폐쇄했다. 이로 인해 지난 2014년 10월 미얀마 정부의 외국계은행 지점설립 예비인가에서 일본, 싱가포르,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호주 등 6개국 은행은 인가를 받았지만, 신한·KB국민·IBK기업은행 등 국내 은행은 모두 탈락했다. 최근에서야 신한은행이 당국으로부터 인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했다.

태국 역시 IMF 시절 철수한 한국 금융회사의 진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당시 태국 정부는 국내 은행들에게 잔류를 요청했지만, 금융사들은 결국 철수했다.

인도네시아도 비슷한 상황으로 국내 은행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우회 진출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현재 M&A을 통해 인도네시아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1995년 인도네시아에 진출했지만, 2001년 2월에 철수한 바 있다. 이후 현지 은행을 인수하면서 다시 시장에 진입했다.

문제는 이같은 일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계획이 아닌 여전히 주로 한국 기업을 따라 나가는 방식으로 해외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인도, 멕시코, 중동 등도 정치·경제적 상황으로 한국 기업 진출이 예상되자 따라나가는 상황이다.

따라서 글로벌 경기 침체나 외환위기가 발생해 국내 기업들이 현지에서 부진할 경우 은행들도 똑같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실제 작년 상반기 대손충당금이 증가한 영향으로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 실적이 감소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6년 상반기 국내은행 해외점포 영업실적 및 현지화 지표 평가 결과를 보면 작년 상반기 해외점포의 당기순이익은 3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5%나 감소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현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기업을 보고 해외진출을 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고 단기적인 성과만 보고 해외 사업을 전개하면 부실화될 수밖에 없고 적자가 나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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