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박원순 시장이 '한강변 35층 규제'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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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0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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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이상 35층 층고 논쟁은 사회적 비용만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반사회적이다...책임은 조합에 있어

 



아주경제 김창익 기자 = 용도변경을 통한 50층 초고층 건립이 골자인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계획안이 서울시 심의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한강변 층수규제 논란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했다. 서울시가 일관되게 일반 아파트의 경우 한강변 재건축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해 온 점을 감안할 때 불필요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사회적 비용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책임은 일단 해당 조합측에 있다. 정비계획안을 짤 때 서울시의 규제 정책을 조합이 모를 리 없다. 서울시가 35층 규제를 하기 시작한 건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옛 신반포1차)를 분양할 당시인 2013년이다. 그 이후 한강변 규제 대상 지역 안에서 35층을 초과하는 재건축 안이 통과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그 사이에도 가이드라인에 부합하지 않은 정비계획안이 제출될 때마다 층수 논란이 반복됐고,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최근엔 강남 재건축 대장주로 통하는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잠실주공5단지가 잇따라 50층 이상의 건축계획안을 들고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은마는 ‘국제현상공모를 통한 설계의 다양성’을 잠실주공5단지는 ‘기부채납을 통한 복합상업시설 계획안’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둘 다 제동이 걸린 상태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두 아파트의 초고층 건축계획이 실현될 가능성은 제로(0)다. 그럼에도 불구, 해당 조합들은 무모한 건축 계획안을 만들고 수정하며 폐기하는 데 수억원의 설계비용은 물론, 소요 시간, 시와의 갈등으로 인한 피로감 등 계량화할 수 없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있다. 그 비용들은 고스란히 분양가에 전가되고 내집 마련에 나서는 일반 수분양자들이 짊어지게 된다.

기자가 한강변 가이드라인 적용에 예외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형평성의 문제다. 아크로리버파크 이후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 조합들은 거의 예외 없이 초고층 건립계획안을 추진했고, 100% 무산됐다. 초고층 계획안은 랜드마크로서의 인지도와 조망권을 살려 아파트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유용한 수단이란 판단에서다. 따라서 초고층 실현 여부는 조합원들과 분양권 매수자들에겐 재산권의 문제다. 이후 예외가 생긴다면 상대적으로 재산권 행사에 피해를 본 과거 규제 대상 아파트의 소유자들이 가만 있을 리 없다.

둘째는 한강변 35층 규제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도시계획 철학적 뿌리와 깊이 닿아 있다는 점이다. 박원순 시장이 그리는 미래 서울은 500년 도읍지로서 역사와 한강이란 자연을 서울시민 누구나가 쉽게 공유하는 도시다. 도시를 산과 성곽이 감싸고 한 가운데 거대한 강이 관통하는 수도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서울만의 독보적인 자산이란 게 박 시장의 생각이다.

35층 가이드라인은 이같은 도시를 만드는 수단으로서의 규제다. 깊은 철학적 배경에서 시작된 만큼 박 시장은 이를 쉽게 바꿀 수 없도록 시민대표들로 하여금 도시계획헌장을 만들었다. 차기 시장도 뚜렷한 명분 없이는 가이드라인을 뒤집지 못하게끔 장치한 것이다.

서울의 역사성과 한강의 자연성을 시민이 공유하자는 명분을 반박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수단으로 35층 층수 규제가 부합하느냐는 문제엔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래서 35층 규제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설계의 다양성과 랜드마크가 도시에서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들어 박 시장의 규제를 공격한다. 하지만 그들도 박 시장의 철학적 기반을 부정할 명분은 없다. 

결국 35층 규제 완화의 가능성은 박 시장의 도시계획 철학을 유지하는 수단으로서 노선 변경이 가능하냐의 문제로 요약된다. 현재로서 그럴 가능성은 제로(0)다.

정치인으로서의 박 시장이 표심을 의식해 전략(도시계획 철학)은 유지한 채 전술(35층 규제)을 변경한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했는데, 이 또한 박 시장이 차기 대선 출마 포기 선언을 하면서 의미가 없어졌다. 물론 박 시장이 대선 출마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해도 전술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가벼운 리더로 각인되기를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35층 규제에 대한 논쟁을 계속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소모적이며, 무책임하고 심지어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반 사회적인 행동이다. 노파심에 사족을 붙이면 기자는 규제가 현시점에서 완화될 수 있느냐에 대한 현실성의 문제를 짚어보자는 것이지 규제에 찬성하는 쪽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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