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관의 시선]수도권 신도시 '입주폭탄' 이겨낼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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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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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영관 아주경제 건설부동산부 차장

아주경제 강영관 기자 = 최근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 입주현장 2곳을 취재차 들렀다. 처음 간 곳은 양주신도시 A-9블록에 위치한 '옥정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총 1862가구로 이뤄진 대단지여서 가는 길에 단지마다 사다리차가 서있고 이삿짐차는 대기하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막상 도착하니 의외로 현장은 매우 한산했다.

단지내 상가에 입주한 공인중개업소의 대표는 할 일이 많지 않은 듯 오히려 필자를 붙잡고 하소연을 털어놨다. 집주인과 수요자들의 가격 인식이 달라 매매·전세 거래도 쉽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초등학교 개교가 9월로 늦어져 실입주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단지내 상가 개별 점포에 환풍구가 설치되지 않아 시공사에 민원을 넣고 있다는 얘기도 했다.

다음에 들른 곳은 3481가구 규모의 김포한강신도시 한강센트럴자이1차 아파트. 이 곳은 이달 24일 입주를 진행하는데, 막바지 점검이 한창이었다. 워낙 단지가 큰 탓에 인근 아파트 전세시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었다. 운양동 쌍용예가 전용 85㎡ 전세가격은 1년새 3억원에서 2억4000만원까지 하락했으며, 장기동 한양수자인 같은 주택형 전세가격도 2억5000만원 수준으로 내렸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신규 주택 공급 과잉에 따른 대량 미분양, 미입주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특히 수년간 공급이 끊임없이 이어졌던 수도권 신도시와 택지지구 등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입주 초기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단기 조정장세는 늘상 있는 일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매매와 임대가격, 그리고 거래가 안정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 단계를 '주택시장 조정 장세'로 단정 짓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렇다고 마냥 낙관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주택수요층의 체력은 갈수록 하향세인 점은 간과할 수 없다. 주택보급률은 118%이고 공실주택이 100만호를 상회하며, 낮은 경제성장률에 베이비붐세대의 은퇴 가속화, 가구수 증가폭의 감소는 눈에 보일 정도로 현실화되고 있다.

반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37만채로, 1999년(36만9541채) 이후 최대 수준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41만 채가 입주할 예정이다. 빌라와 다세대주택 등까지 합하면 2년새 100만채가 훌쩍 넘는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당장 다음달 전국에 올 상반기 월별 입주물량 중 가장 많은 3만5608가구가 쏟아질 예정이다. 수도권 신도시와 지방 혁신도시 등 택지지구 위주로 아파트 입주물량이 급증한다. 국내외 정치·경제 여건, 가계부채, 금리, 금융 규제 등 변수도 많다.

최근 수년간 이들 지역의 분양시장 활황은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수요자의 적극적 시장 참여가 큰 몫을 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투기수요의 시장 참여는 거품을 만들고 거품이 꺼질 때는 부작용이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이상견빙지'(履霜堅氷至)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서리를 밟을 때가 되면 얼음이 얼 때도 곧 닥친다는 의미로 어떤 일의 징후가 보이면 머지않아 큰일이 일어날 것임을 이르는 말이다.

주택공급 과잉에 따른 지적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현 시장 분위기를 봤을 때 공급 집중과 매매심리 위축은 불가피해 보이며 지역별로 가격하락과 입주 지연에 대한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과잉입주를 경계해야 하며 해법 모색에 나서야 할 시점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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