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365] 사랑받는 대통령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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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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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차장 주진]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렸던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전 대통령은 재임시 낡은 중고차 1대가 전 재산이었다. 연봉의 90퍼센트를 기부하고, 대통령 관저를 노숙자들을 위한 쉼터로 내놓고 원래 살던 허름한 시골집에 계속 머물렀다. 차에 넣을 휘발유를 사기 위해 주유소에 가고, 집 안의 형광등을 교체하기 위해 철물점에 들르고.... 그는 대통령의 삶이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12년 재임 기간 동안 핀란드의 국민 엄마로 불리며 80퍼센트의 국민 지지율 속에 퇴임한 타르야 할로넨 전 대통령. 그는 좋은 리더의 조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모든 지도자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합니다. 용기가 있어야 하고 또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리더는 스스로 변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재임 기간 국가청렴도 1위, 국가경쟁력 1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1위, 환경지수 1위 등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그 역시 재활용 수집함에서 쓸 만한 물건을 수거해가는 모습이 목도될 정도로 소탈했다.

48세에 첫 흑인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돼 8년 임기를 마치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퇴임을 1개월 여 앞두고도 50%대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마이티 덕(mighty duck)’이라는 새로운 용어도 생겼다. 백악관 청소부와 주먹을 맞부딪치며 인사를 나누는 장면, 백악관 앞 커피전문점에 깜짝 등장해 커피를 사 들고 시민들과 담소를 나누는 대통령, 참모들과 셋이서 우산 1개를 함께 쓰고 걸어가는 모습. 미국 대통령의 이같은 탈권위적인 소탈한 인품과 소통능력, 인간미가 부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도 '사랑받는 대통령'을 갖고 싶다.

국민이 준 권력을 사유화해 비선실세 측근들이 국정을 농단하도록 방관 또는 공모하고도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말하는 대통령 말고,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임무를 방기하고도 ‘세월호 참사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대통령 말고, 국민304명이 수장되는 그 시간에 도대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끝내 밝히지 않는 대통령 말고....

무히카처럼 청빈한 지도자, 타르야처럼 평등을 실현한 지도자, 오바마와 같은 젊고 활기찬 지도자를 우리는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2017년, 우리는 다시 대통령을 뽑은 선거를 치러야 한다. 벌써부터 대통령 자리를 두고 각 대선주자들의 치열한 각축전이 시작됐다. 누가 대통령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국민들이 선택한 인물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리 역사에서 불행한 대통령이 반복돼온 것은 바로 그들이 국가를 운영하는 리더로서의 자격은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를 병들게 한 지역, 이념, 계층을 모두 떠나 대통령이 될 만한 사람과 절대 되지 않아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리더십을 제대로 보자.

공직자로서의 대통령직에 대한 투철한 인식과 민주주의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가진 민주주의자, 기품을 잃지 않으면서도 소탈한 인품으로 국민들의 소리를 경청하는 지도자, 누구보다도 높은 도덕성과 청렴함을 지닌 지도자, 전문적인 정책 능력과 변화에 대한 열정을 가진 지도자.

촛불 민심으로 드러난 새 시대에 대한 국민적 염원을 소명의식으로 받아 안고 국민과 국가를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는 새 대통령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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