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의 IT스캐너] 이통3사와 삼성전자의 뒤바뀐 ‘갑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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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2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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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삼성전자가 배터리 발화문제로 단종을 선언한 ‘갤럭시노트7’의 회수율이 금주 중 60%를 돌파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교환·환불을 올해 말까지 진행하겠다고 시한을 못박았지만 100% 회수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번 사태로 삼성전자는 큰 위기를 맞았다. 단말기 결함이니 그 위기는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몫이라고 치자. 하지만 이 위기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단말기를 판매한 이동통신사업자들에게도 큰 부담이다.

갤럭시노트7을 구입한 고객은 삼성전자의 고객인 동시에 이통3사의 고객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통3사는 교환·환불에 팔을 걷어붙이며 신규고객을 모집해야 할 시간에 회수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교환·환불을 위해 대리점을 방문하는 고객뿐만 아니라, 문의전화에도 대응해야 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비록 통신서비스의 결함은 아니지만, 갤럭시노트7을 구매한 고객은 우리 고객이라는 입장으로 회수를 돕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우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부분에서 불만"이라며 삼성전자의 동업자에 대한 배려 부족을 지적했다.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도 "삼성전자는 항상 선택지가 3개(이통3사)지만, 통신사 입장에선 삼성전자 밖에 선택지가 없다는 이통사의 약점을 이용한 갑질로도 볼 수 있다"며 "만약 특정 통신사의 서비스 결함으로 교환·환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삼성전자가 과연 우리를 돕기 위해 나서줄까라는 의문을 품게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통신사업자들은 이번 교환·환불 사태로 인해 업무 피로감과 동시에 제조사와 통신사의 완전히 뒤바뀐 갑을관계를 절감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통신사가 '갑'인 시절이 있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 피처폰이 통신시장을 장악했던 시기다. 피처폰 시절의 제조사들은 통신사가 요구하는 사양에 맞추고, 통신사 별로 각기 다른 다양한 모델을 납품하기도 했다.

당시 고객들도 단말기 품질보다 통신 품질에 우선순위를 두고 통신사를 골랐다. 당시 통신사 광고가 '어디서나 잘 터지는' 통신 품질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도 그 이유다. 통화가 잘 되고 차별화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가 갑으로 통했다.

하지만 아이폰과 갤럭시 등 글로벌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통3사가 구축한 촘촘한 통신망으로 어디서나 잘 터지는 환경이 구축되자 더 이상 통신품질로는 차별화할 수 없게 됐다. 이제 통신사는 통신 품질이 아니라 단말기 품질로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특히 슈퍼 갑인 아이폰은 그동안 허용됐던 통신사 로고도 단말기에 새길 수 없게 했으며, 아이폰의 TV광고도 애플이 제작한 전 세계 공통의 영상만을 내보낼 수 있게 했다. 애플은 광고 영상 마지막 단 1초 동안 통신사 로고의 노출을 허용했을 뿐이다. 이러한 애플의 갑질을 삼성전자가 따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업계는 제조사에 우위를 내주긴 했지만, 단순히 망을 제공하는 '덤파이프(Dump Pipe)'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탈(脫)통신'을 외치고 있다. 통신 품질을 차별화하고 네트워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5G에 투자하고, UHD(초고화질) 방송, 가상현실(VR) 등 대용량 데이터 전송을 이겨낼 네트워크 환경을 선보이기 위한 차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통신업계에선 앞으로 통신사가 제조사 위에 올라서는 시대는 다시는 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만큼 스마트폰의 파괴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얘기지만, 스마트폰 역시 성장의 절벽에 부딪혀 더이상 단말기에 큰 혁신을 탑재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최근 출시한 아이폰7의 판매실적이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단말기 혁신이 정체되는 사이 통신사가 탈통신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투자를 늘린다면, 다시 한번 통신사가 제조사 위에 올라 설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영원한 갑을관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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