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쥬씨의 '네 탓'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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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0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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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며칠 전, 서울 오피스 밀집지역에서 쥬씨를 운영하는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참 근황을 주고받던 중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 가게 닫을까?"

깜짝 놀라 이유를 물어보니 여름과 비교해 장사가 안돼도 너무 안된다는 것이었다. 과일주스 위주의 메뉴 구성, 테이크아웃 전문점,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탓에 손님이 크게 준 것 같았다. 달리 조언해 줄 말이 없어 "조금만 힘내보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야만 했다.

쥬씨의 매장 특성상 추워지는 가을·겨울 시즌에는 매출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매장 점주가 이 사실을 모르고 가맹사업을 시작하지는 않는다. 소비자 역시 2000원 안팎의 음료에서 5000원 이상의 가치를 찾지는 않는다.

문제는 본사다. 1ℓ 용량표기 논란과 식품첨가물인 MSG 사용 등으로 소비자 신뢰에 타격을 입은 것은 전적으로 본사의 잘못이기 때문이다.

쥬씨는 뒤늦게 신문, SNS 등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쥬씨의 홈페이지와 일부 가맹점에는 '잘못된 언론 보도에 절대 속지 마세요!', '대자본과 거대 언론의 신생기업 죽이기 반대합니다'라는 배너와 플래카드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자신들이 야기한 잘못을 언론과 대기업에 떠넘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과일 함량 직접 확인하라"는 홍보문구를 내걸었지만,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매장에서는 불가능했고, 홈페이지에서는 일부 제품에 대해서만 명시해놓고 있다.

생과일주스 전문점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과일원액(퓌레)을 사용하는 메뉴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가을·겨울 시즌음료는 열흘 전에야 출시돼 사실상 가을 시즌을 놓쳤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사과의 기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옳은 행동을 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제 잘못을 남에게 미루고 말과 행동이 다른 쥬씨가 어느 때보다 춥다는 올겨울을 잘 견딜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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