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의 부동산 인더스토리] 박원순의 '불가(不可)'와 여자의 노'(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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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0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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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5층 규제' 나온지 언젠데...선거철 앞두고 은마 압구정 등 초고층 기대감 여전

  • 설계 행정 비용 낭비...보다 명확하고 선제적인 정책 홍보 필요

삽화=김창익기자



아주경제 김창익 기자 =희롱과 폭행 등 성범죄의 많은 부분은 남자의 착각에서 비롯된다. 여자는 분명히 ‘노(No)’ 라고 말했는 데 남자는 그 것을 완곡한 ‘예스(Yes)’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성에 있어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성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다. 성에 대한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헤픈 여자로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심지어 마녀사냥을 당했던 시대도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여자들은 욕망을 은밀하게 표현하는 방식에 익숙해졌다. 노를 실제 노라고 받아들이는 남성이 때때로 바보 취급을 당하기 일쑤였다.

21세기. 시대는 바뀌었는데 이성간 말의 해석 방식엔 큰 변화가 없었나 보다. 지금도 많은 여성은 예스를 노라고 하고, 남성은 노까지 예스로 해석한다.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부동산 시장에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최종 인허가권자가 명확히 ‘불가’라고 하는데 시장에서는 이를 완곡한 예스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한강변 재건축과 관련된 35층 층수 규제가 그렇다. 서울 도시계획의 마스터플랜을 담은 ‘2030 서울플랜’과 한강변 도시계획의 세부 가이드라인인 한강변 경관관리계획에서 공통적으로 주거지역 재건축에서 층수는 35층 이하로 제한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압구정지구나 은마아파트 등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기본 설계 과정에서 여지 없이 35층 이상의 초고층 구상을 내놓는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설계비만 150억원을 들여 국제 현상공모까지 하고 있다. 서울시가 6일 은마아파트 지구단위계획안을 발표했을 때 압구정 주민들과 언론은 여전히 35층 규제를 언급했다. 이미 기정사실인 규제 내용을 마치 이럴 줄 몰랐다는 듯이 말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왜 박원순 서울 시장의 ‘노’를 시장에서는 아직도 예스로 해석하는 것일까.

선거철만 되면 부동산 관련 규제들이 완화됐다. 다주택중과세, 총부채상환비율,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초과이익환수제 등의 규제들이 정치의 계절만되면 경기 부양을 명분으로 완화 또는 유예됐다.

대선을 1년여 앞두고 부동산 시장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규제 완화카드를 만지작 거릴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해 있다.

야권의 대권 유력 후보인 박원순 시장이 키를 쥐고 있으니 선거철이 되면 어떤 식으로든 완화 대책이 나오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좀더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지 못한 점도 시장의 오해를 샀다. 재선 당시 유세에서 박 시장은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한강변 재건축 단지 주민들에게 분명하게 노라고 말하지 못했다.
검토해보겠다는 애매한 말은 주민들에겐 예스로 받아들여졌다. 강력한 욕망은 말한 이의 의지와는 다르게 듣는 사람의 편의에 의한 해석을 낳았다.

35층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서울시 내부에서 실제 규제 완화를 검토했던 분위기도 감지됐다. 이같은 언론보도에 대해 서울시는 공식적인 부인을 하지 않았다.

이런 애매한 입장은 주민들의 불필요한 행동으로 이어졌다. 주거연합 등의 조직을 통해 시위에 나섰고, 35층 이상의 랜드마크를 담은 설계안들을 마련했다. 막대한 비용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해결 방법은 두가지다. 일단 주민들은 박원순 시장의 노를 있는 그대로 ‘불가’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예스로 해석하면 설계 수정과 인허가 기간 지연으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들 자신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시는 좀더 명확히 노라고 해야한다. 조합의 건축계획의 접수되면 인허가 과정에서 심의하겠다는 소극적인 행정은 마찬가지로 주민들의 손해와 행정비용 낭비로 돌아온다. 심의 전 단계에서 조합을 상대로 보다 분명하게 선제적으로 정책 홍보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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