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불확실성 시대와 젠트리피케이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6-08-24 16:1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양현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양현근 금감원 부원장보]

IMF 이코노미스트로 10여년간 근무한 바 있는 조윤제 교수는 '위기는 다시 온다'라는 저서에서 금융의 본질적 속성상 크고 작은 금융위기는 언젠가 또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따라서 미래의 금융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거시건전성 감독 강화를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정책수단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대형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강화 등도 주장하고 있다.

금융감독 규제의 '정치적 포획(Political capture)'을 막기 위한 독립적인 제도적 장치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금융의 역사는 금융위기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위기는 알려진 위험 보다는 ‘알려지지 않은 위험‘에 의해 초래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제로금리가 만든 ‘이지 머니의 시대’가 끝나고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은 불확실성이 넘쳐나고 있다. 금융은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경계’가 주는 모호성이야말로 시장의 불가측성을 키우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불확실성은 확률로서 나타낼 수 없는 반면, 리스크는 확률로 표시할 수 있다. 즉, 불확실성과 리스크는 여집합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리스크는 사전에 자본이나 체력 등을 비축해서 대비하면 된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이와 같은 대비를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가장 큰 트렌드는 이와 같은 불확실성의 지속이라고 할 수 있다. 불확실성은 불안을 잉태한다. 투자를 망설이게 만들고, 소비 심리를 위축시킨다. 집값이 오를 것인지 떨어질 것인지, 금리는 오를 것인지 아니면 더 떨어질 것인지, 투자를 할 것인지 아니면 돈을 묻어둬야 할 것인지 판단이 쉽지 않다. 확률로서 나타낼 수 없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원칙과 내실을 다시는 정도(正道) 경영, 정도(正道) 투자가 바람직하다. 투기의 시대는 끝났다. 외형 위주의 성장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저금리에 기댄 레버리지 효과도 위험하기 그지없는 전략이다. 저금리가 주는 달콤한 이자의 함정에 속아서는 안된다. 언제 금리가 반대방향으로 움직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은 우리가 예측한 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다양한 변수로 인해 기대 수익률이 적용되기도 쉽지 않다. 내실을 다지는 경영과 리밸런싱 전략, 부채 다이어트를 통한 빚테크 전략이야말로 미래의 크고 작은 위기와 불확실성 시대를 견디는 현명한 처세법이다.

불확실성의 증가와 함께 최근 사회적으로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도 논란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도심지역의 노후한 주택 등으로 이사하면서 지역전체의 구성과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Gentri化)하는 것을 말한다.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R.Glass)가 처음 사용했는데, 홍대 부근과 합정동, 상수동, 서촌길 등에서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됐던 구도심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지만, 한편으로는 기존의 저소득층 거주민들을 몰아내는 부작용도 초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 경영 및 금융시장에도 머지 않아 혁신 경영기법과 IT기술로 무장한 젠트리피케이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우리나라는 소위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을 통해 주력산업군을 일궈왔다. 우리나라의 고도 경제성장을 이끌어 온 많은 대기업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더 이상 모방할 기업도 찾기 힘들어졌으며, 단순한 모방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경쟁력을 상실한 산업군을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핀테크 등으로 무장한 미래형 기업들이 대체하려 들 것이다. 오프라인 위주의 기존 금융플랫폼은 손안의 은행인 모바일에 얌전하게 자리를 내줄 수 밖에 없다. 인공 지능을 탑재한 로보어드바이저는 종전에 인간이 판단하던 영역을 대체할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인간보다 훨씬 정확한 분석능력과 판단기능을 제공할 것이다. 수많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혁신적인 신용평가 시스템은 오랜 세월 구축해 온 기존 여신심사 시스템을 쓸모없는 고물로 만들 것이 틀림없다.

금융과 의료, 통신 등 영역을 넘나드는 융복합형 금융상품과 혁신적인 서비스가 출현해 금융회사의 주력상품군으로 자리를 잡을지도 모른다. 갑자기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은 불가피하게 기존 금융시스템과 조직구조, 내부 경영관리 전반에 걸쳐 혁신과 대체를 불러올 것이다.

이같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사회적 진화의 한 과정으로 봐야 한다. 다가올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위기를 반전의 기회로 삼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변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