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교육청 연수단, 핀란드 박물관 찾아 ‘놀면서 배운다’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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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1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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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핀란드 국가는 한반도의 1.5배 면적...인구 520만명 여유로운 나라

▲최교진 교육감 등 연수단 일행이 핀란드 유치원의 박물관 내 한 창고에 보관 중인 대형 프뢰벨 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아주경제 윤소 기자 = 최교진 세종시교육감과 교원‧행정직원 연수단 일행은 필란드 유‧초‧중‧고를 차례로 방문하는 전체 일정 중의 첫날(16일)을 핀란드 유치원 교육과 마주했다.

핀란드 유치원의 이른바 놀이(play) 중심 교육은 미래 세종시 유아 교육 방향에 신선한 메시지를 전했다.

숲과 어우러져 자연과 숨 쉬고 호흡할 수 있는 주변 환경부터 조기 교육 성과에 대한 스트레스 없는 사회 문화, 교원에 대한 학부모들의 높은 신뢰도, 이를 바탕으로 맘껏 뛰놀고 세상을 배워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핀란드 유치원의 128년 역사… 그 중심엔 ‘놀이(play)'가 있다
세종교육청 연수단 일행은, 이날 128년 역사를 자랑하는 핀란드 유치원의 발자취를 잘 보전한 ‘kindergarten(유치원) museum(박물관)’인 Ebenser House를 찾았다.

한나로트만이 지난 1888년 사립유치원을 처음 만든 당시 유치원은 노동자 계급의 아이들을 위한 시설로 출발했다. 이후 1973년 유치원법 제정과 함께 제도권 안으로 진입하고 1990년부터 순차적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공립 유치원이 태동했다.

그 결과 지난 1985년 전체(17만여 명)의 44.4%에 불과하던 유치원 아동은 지난 2014년 전체 아동(23만여 명)의 62.9%까지 확대됐다. 나머지 아이들은 전업주부 등에 의해 각 가정에서 직접 키운다.

유치원에 보내는 자녀를 가진 각 가정은 소득수준에 따라 일정 수준의 보육료를 지불해야하고, 가정 양육자들에게는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된다. 무상교육은 초등부터 대학으로 이어진다.

핀란드 전체 유치원 설립 역사를 돌이켜볼 때, ‘놀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핀란드의 성장 과정에서 때로는 각 가정의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도 수반됐다. 부모님을 위한 구두닦이와 목공, 빵굽기 교육이 그 예다.

박물관 관계자는 “박물관은 1주일에 5일간 문을 연다. 하루는 일반 방문객, 나머지 4일은 다양한 유치원 그룹들을 위한 시간”이라며 “유치원의 역사를 보며 새로운 미래 변화를 맞이하는 계기로 삼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연수단의 한 교원은 “세종시 유치원에서는 여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영어 조기 교육 프로그램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여전하다. 그 바탕에는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며 “아이들이 ‘놀이’에 초점을 맞춰 맘껏 뛰놀고 자연스레 세상을 배워가는 모습이 정말 부럽다”는 소감을 전했다.

에벤서 하우스에 따르면 핀란드의 유치원 교사 1인당 아동 수는 만 3세 4명, 만 4세~6세 8명. 만 3세 15명, 만 4세 20명, 만 5세 25명인 세종시와 단순 수치로 비교할 때 최상의 교육 여건이다.

한반도의 1.5배 면적에 인구 520만여 명이란 인구밀도에서 비롯한 결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 어려운 점을 발견했다.

최근 유치원 교사들이 교사 1인당 아동수가 많아 교육의 질 저하를 가져온다며 교육 당국과 실랑이를 벌였다는 것. 이곳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한국인 유학생 백솔씨의 전언이다.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세종시의 유치원 여건은 국내 여타 지역보다 상당히 양호한 편”이라며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핀란드에서 교육이 차지하는 비중과 단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해석했다.

무엇보다 교사들에 대한 높은 사회적 신뢰도와 자율권, ‘성취’보다는 ‘놀이’, 어른보다는 아이의 눈높이에 초점을 맞춘 교육 철학은 세종을 넘어 국내 유치원과 차별화된 모습으로 비춰졌다.

◆비가와도 멈추지 않는 ‘야외놀이’
연수단 일행은 이날 오전 수도 헬싱키 소재 플로라(Floor) 유치원을 찾았다. 1949년 처음 건립된 이후, 1992년 헬싱키시가 이 건물을 매입하면서 본격적인 지방자치단체 관리 단계로 발전한 곳이다.

연수단은 5분만 걸어도 옷이 비에 젖을 수 있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야외서 뛰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다시 한 번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숲 체험 교육도 특별한 도구 없이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서 진행됐다. 바위 위에 눕기도 하고, 나무를 부둥켜 안기도하고 열매와 가지를 연신 흔들어대는 아이들의 표정엔 즐거움이 가득했다.

또 다른 교원은 “국내에서는 저렇게 비 오는 환경에서 아이들을 맘껏 놀 수 있게 하는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다”면서 “만에 하나 누구 한 명이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 난다”며 국내 유치원 교육의 현실과 괴리감을 마주했다.

그러면서 세종시 건설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도심 한복판에 초등학교와 함께 유치원을 짓는 환경에서는 창조적이고 실험적인 교육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세종시를 바라보는 중앙정부의 관점이 ‘건설’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수의 안내 역할을 맡은 안애경 강사는 “세종시를 몇 번 다녀봤지만 국책사업으로 진행되는 신도시에서 교육 인프라와 철학의 차별화 요소를 발견하기 힘들었다”며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위에 유치원을 짓고 있는 현실부터 과감히 바꿔야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원수산과 전월산, 괴화산 등 세종시 산림 인프라를 활용한 유아숲 체험원과 공립 숲유치원 건립사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행복도시건설청은 세종시교육청과 함께 내년까지 유아 숲체험원 3개소, 2019년(6-4생활권 1호)부터 2020년까지 공립 숲유치원 3개소를 연차 건립‧운영할 계획이다.

▲플로라 유치원서 세종에 접목할 만한 ‘교육철학’을 배우다
리타 오이카리넨(Reetta Oikarinen) 원장은 “우리 유치원도 처음엔 노동자 자녀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어야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사회적 지원을 등에 업었다”며 “결국 이는 질 좋은 제품 생산과 국가 발전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서로 존경하고 믿는 마음이 국가 성장의 동력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로라 유치원은 지난 2004년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됐고, 2010년 아동 수요를 반영해 더욱 규모를 확장했다. 현재 약 22명의 교사(보육과 특수 교사 포함)가 120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하루 일과는 오전 6시15분에 문을 열고 아침식사(오전 8시)와 야외놀이(8시30분), 내부 활동(10시), 점심식사(10시45분~11시30분), 낮잠 또는 휴식타임(오후 2시30분), 야외활동 등으로 이어져 오후 5시30분에 문을 닫는다. 맞벌이 부부들의 직업 활동 스케줄에 맞춘 시간표다.

교사들은 법률로 정한 1일 7시간39분간 아이들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낸다. 여유로운 시간 운영 속에 특별히 무언가를 가르치는 교육은 없다. 원장이 대부분의 행정업무를 처리하면서, 아이들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도 보장받고 있다.

학부모들이 믿고 맡겨주고 성취 스트레스가 없으니, 최근 세종시 등 국내서 발생한 아동 학대사건 발생 가능성은 제로 수준에 가깝다.

이날 함께한 한 교원은 “세종시의 경우, 유치원 또는 어린이집 교사 처우가 초‧중‧고 교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며 “교사 1인당 학생 수와 비례한 성취 스트레스도 만만찮다. 이는 아동폭력의 잠재요인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곳 유치원은 아이들의 놀이 도구와 터전을 제공하는 장소다. 스토리텔링과 노래, 게임, 체육활동, 창의예술, 자유놀이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플로라 유치원의 한 보육교사는 “우리는 모든 아이들의 ‘다름’을 인정하고, 아이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위해 일한다”며 “자연스런 놀이는 아이 발달과 성장에 필수적이다. ‘아이들은 놀면서 배운다’는 교육철학을 늘 견지한다”고 소개했다.

최교진 교육감은 “‘새로운 학교, 행복한 아이들’의 비전을 실현하는 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며 “그 과정에서 실패가 있더라도 그 자체가 소중하다. 핀란드 교육의 강점을 세종교육 발전에 승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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