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교수의 차이나 아카데미] "중국이 변한 네가지" 식성·꿈·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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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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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양 제국주의 국가'로 변한 중국

  • '중국의 세계화'에서 '세계의 중국화'로 변한 중국꿈

  • GDP, 외환보유고 등 세계 1위가 된 중국

  • '사드 배치'로 연일 한국 때리기 이어가는 중국의 '입'

강효백 경희대학교 중국법학과 교수

지역패권에는 육지만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세계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해양의 장악이 필수이다.  <칼 마르크스>

중국은 육지대국이자, 해양대국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외교에는 ‘득실’(得失)만 있을 뿐 ‘선악’(善惡)은 없다. <문협(文俠) 강효백>

사람이 전에 안 하던 짓을 하면 사달이 나는 법이라고 한다. 지금 중국도 그럴까 봐 탈이다. 시진핑 시대 이후 중국이 변했다. 전에 없던 동향을 보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 네 가지만 들겠다.

첫째, 중국의 식성이 변했다.

평원 뿐만 아니라 설산·사막·고원·황무지 등 육지라면 가리지 않고 식탐을 부리던 대륙 국가가 옛 ‘대영제국’이나 ‘대일본제국’ 같은 해양 제국주의 국가로 확 변해버렸다.

암초와 현초, 무인도와 유인도, 이어도와 센카쿠, 오키나와 해역 전체, 서사군도·남사군도·남중국해, 동중국해, 든바다·난바다 가릴 것 없이 그저 바다라면 닥치는 대로 집어 삼키려하고 있다. 일시적인 입덧이라면 좋겠는데, 그게 아니라 큰 걱정이다.

일례로 시진핑 시대 이후 중국의 모든 온·오프라인, 공식·비공식 자료에는 중국의 육지면적 963만여 ㎢, 중국영해 약 470만 ㎢로 표기되어 있다. 육지 면적은 알겠는데 ‘영해’ 면적을, 그것도 기점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도 아닌, ‘12해리 영해’ 면적만 470만㎢라고 하다니,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설정한 것인가? 혹시 우리나라 이어도-제주도 해역도 일부 포함한 것은 아닌지, 심하다. 너무 심하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중국의 영해와 EEZ면적은 합쳐서 약 88만㎢에 불과하다. (1)* 참고로 해양대국 일본의 영해와 EEZ를 합친 최대 면적은 447만㎢이다.

지금의 중국은 전대미문의 국가다. 이제껏 중국은 대륙의 종주국을 자처해왔지 해양 진출을 통한 제국의 팽창을 모색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시진핑 시대 중국은 대륙 국가도 모자라 해양제국까지 추구하며 팽창과 확산으로 질주하고 있다. 중국이라는 이름의 황색 항공모함이 '연청색(Iight blue)바다'에서 '감청색(navy blue)바다'로 향진하고 있다. 연안 방위를 임무로 했던 중국해군은 대양해군으로 치닫고 있다.

둘째, 중국의 꿈이 변했다.

덩샤오핑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의 꿈이던 ‘중국의 세계화’는 시진핑 시대 이후 ‘세계의 중국화’로 변했다. 2016년 8월 9일 현재 중국 대표 포털사이트 바이두에는 ‘세계의 중국화’ 관련 논문 수만, 무려 83만5710편이나 실려 있다.(2)*

중국몽(中國夢, Chinese Dream), ‘세계의 중국화’는 중국에 의한 평화라는 뜻의 ‘팍스 시니카(Pac Sinica)’보다 훨씬 불온하고 위험한 용어다. 인류역사상 ‘로마에 의한 평화(Pax Romana)’나 ‘미국에 의한 평화(Pax America)’라는 용어는 있었지만 ‘세계의 로마화’ , ‘세계의 미국화’는 없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제아무리 극성기라고 하더라도 ‘세계의 중국화’처럼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한 구호를 외친 제국은 없었다. 우리나라 코앞에서 덩치 어마어마한 저 대륙의 나라가 인류사에 전대미문인 무지막지한 구호 ’세계의 중국화‘ 를 포효하고 있다.

진시황을 비롯하여 삼국시대 등 분열시대의 제왕들이 내걸었던 천하통일, 그 ‘천하’의 범위는 시진핑 시대 중국에서는 이미 중국 대륙을 훨씬 넘어서 아시아·아프리카·유럽 등 구 대륙 전체로 팽창하고 있다. ‘세계의 중국화’가 '중국의 꿈'이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대국굴기(大國崛起)’의 시진핑 시대 중국에서 30여년전 개혁개방 초기의 ‘칼날의 빛을 숨기고 어둠속에서 힘을 기르자’던 ‘도광양회(韜光養誨)’의 조신하던 태도는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셋째, 중국의 힘이 변했다.

중국의 실제 종합국력이 변했다. 구매력 기준 국내총생산액(GDP)·대외수출액·외자유치액·외환보유고·에너지 생산력·에너지 소비력·고속철 총연장, 고속도로 총연장 등 ‘더블그랜드 슬럼’이라고나 할까.  주요 경제지표 세계 1위 8관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불과 6년 전 2010년 자국의 GDP가 일본을 추월하여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다고 동네방네 고함지르며 기뻐하던 중국이 2015년 말 현재 GDP는 일본의 그것을 세 배 이상 넘어서는 괴력을 보이고 있음에도 이제는 쉬쉬하고 있다.(3)* 이같은 통계의 출처가 신빙성을 전혀 무시 못 할, 미 중앙정보국(CIA)임에도 불구하고 중국관련 통계는 전부 믿을 게 못된다는 식으로 어물쩍 그냥 덮고 지나가려해서는 안 된다. 이는 자기자신을 기만하는 '정신승리법'식 사고행태이다.

2012년 5월 26일자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경제는 자전거 타기다. 페달을 밟을 힘이 있으면 달려가지만 멈추면 짐과 함께 자전거를 탄 채 쓰러질 것이다"라며 중국경제는 자전거와 같다고 저주 섞은 혹평을 한 바 있다. 그 이후 우리나라 관·언·학 각계에서도 '중국경제는 자전거경제', '심상치 않는 중국경제, 연착륙가능할까?', ‘중국버블 붕괴가 시작됐다’ 라는 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반문하고 싶다. 한국은 3%만 성장해도 성공한 경제인데, 중국은 6% 성장해도 위기의 경제인가? 한국은 자동차 경제이고 중국은 자전거 경제인가?

"중국이 우리를 따라오고 있다." 요즘은 덜하지만 얼마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보고 듣던 어구이다.

"도대체 우리나라가 지금 중국의 어떤 분야에 비해 앞서 있지?" 하도 의아해서 일본의 포털사이트를 한번 검색했다. 맙소사, 일본 언론에서 상용하던 용어를 그대로 앵무새처럼 따라한 어구였다.  "중국이 우리를 따라오고 있다"에서 '우리'는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었다.

그런데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우리가 아시아 최고 경제대국이라고 철석같이 여겨왔던 일본조차도 주요경제지표중에서 중국에 앞선 것은 구매력기준 1인당GDP 하나뿐이라는 점. 참고로 2015년말 기준 일본 38,100달러(세계 제42위에 불과), 한국 36,500달러(제48위), 중국 14,100달러(제113위)이다.(4)*
(CIA Worldfactbook 참조).

“20년 전에 11억 거지떼들이 어디 겁도 없이, 우리 한국에·” 대한민국 국가이익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한, 송영선 전 의원의 최근 망언은, 기실 그 한 사람만 가진 인식의 오류만이 아닐 것이다.

. 서구우월주의에 몰각된 우리나라 지식층(필자 포함)들의 뇌리에 남아있는 옛 중국의 잔상(殘像)들이다.

넷째, 중국의 말(言)이 변했다

한 가지 예만 들겠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엿새째(7월31일~8월 5일) “사드배치는 안보문제...... 함부로 입 놀리지마”라며 화약 냄새 진동하는 논조로 한국 때리기를 이어갔다(아주경제 8월 5일자 기사 참조).

인민일보는 5일 3면에 게재한 사설 격인 종성(鐘聲)에서 한국 정부인사나 언론들의 보도 행태를 지적하며 ‘안보문제에 있어서 언행이 그리 경박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일자 평론은 더 심각하다. 사드배치가 중국의 ‘안보이익’을 훼손될 수는 없다며 “사드배치가 강행된다면 중국과 러시아는 한․미가 감당 불가능한 대응카드를 꺼낼 것이고, 만약 충돌이 발생하면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군사대치에 끼어든 한국이 가장 먼저 공격목표가 될 것”이라고까지 했다.

필자가 며칠간 밤낮으로 후진타오 시대 이전 인민일보 사설과 평론을 전수분석하듯 훑어보았으나 이토록 절제되지 않은 직설적인 용어를 남발하는 예를 찾지 못했다. 이런 거의 욕설에 가까운 문투는 자매지 '환구시보'가 전담해왔는데, 이상하다. 시종 엄숙하고 무게감 있는 장중한 어투를 유지하던 인민일보가 이렇게까지 돌변하다니, 섬뜩하다.

인민일보는 중국의 예사 일간지가 아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 특히 중국 최고핵심권력자, 시진핑의 '입'이라고 할 수 있다.  인민일보가 사드배치문제를 자국의 핵심이익 중의 핵심이익, ‘안보이익’이라고까지 하며 한국이 군사적 공격목표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는 사실은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일대 사건’이다.
 

남중국해 문제는 중국의 심장부와 멀리 떨어져있을 뿐만 아니라 자국이 현재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고 필리핀 등 주변이해당사국들의 유화적인 태도변화 등으로 인하여 최근 중국 정·관·언·학계의 주요이슈에서 거의 사라진 상태다, 반면에 한반도 사드배치는 자국의 ‘안보이익’을 훼손한다며 핵심이익보다 한 차원 더 심각하고 실체화된 어감의 ‘안보이익’이라는 용어를 동원해 연일 십자포화를 가하고 있다.

 



이제 비관세 무역장벽을 통한 경제보복, 한류 진입을 제한하는 문화보복은 논외로 치고 자칫하면 중국발 안보위기도 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 놓아야 할 것 같다. 유비무환, 최악의 경우의 수도 염두에 두며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금방 무력불사라도 할 듯이 강하게 나온다고 우리정부가 이제 와서 갑자기 저자세, 사대외교, 우왕좌왕, 자중지란의 행태를 보이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과거 역사에서 알 수 있다시피 중국은 비굴한 저자세를 보이는 이웃을 철저히 짓밟아왔다. 자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과대망상 중증환자 중화제국에게는 시종일관 진지하고 당당하게 대처해야 한다.

최하의 상태는 종종 최고의 상태에서 생긴다는 말이 있다. 작년 이맘 때 최상이라던 한·중관계가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꼭 한·중관계를 두고 하는 말 같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지 않을까. 최고의 상태 역시 종종 최하의 상태에서 생길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냉정한 현실인식의 바탕위에서 원대하고도 주도면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이를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외교에는 ‘득실’ 만 있을 뿐, ‘선악’은 없다. 필자는 국제관계에서 자기나라에 이로우면 선이요, 해로우면 악이라고 생각한다. 외교에서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 영원한 친미도 영원한 반중도 없다. 대미외교, 대중외교, 대일외교, 대북관계만이 있을 뿐이다.

위정자들께서 부디 원대한 대한민국 국가이익 차원과 국민과 후손들의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견지에서 현명한 정책결정을 하시길, 그리하여 한반도 사드배치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 이은, 역사상 세 번째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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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1)*영해에다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합한 중국해양면적은 877,019 km² 에 불과하다.
https://en.wikipedia.org/wiki/Exclusive_economic_zone

(2)*世界中国化_相关论文(共835710篇)_百度学术 http://xueshu.baidu.com/

(3)*2015년 구매력기준GDP 순위(CIA 자료): 1위 중국 19,510조 달러, 2위 미국 17,970조 달러, 3위 인도 8,057조 달러 4위 일본 4,658조 달러 5위 독일 3,842 달러. 구매력기준 중국의 GDP는 일본의 4배를 초과하였다. 일반적GDP 순위 1위 미국 18,215조 달러, 2위 중국 11,212조 달러, 일본 4,210조 달러. 특히 중국과 일본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www.cia.gov/library/publications/the-world-factbook/rankorder/2001rank.html#ch 참조.

(4)*필자가 6년째 CIA 관련자료를 근거로 한중일 3국의 주요경제지표의 추이를 면밀히 관찰하여온 결과, (일본 언론은 보도하지 않는 것이지만)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을 요약하자면, ‘한국경제의 견조한 성장’, ‘중국경제의 중고속 성장’, ‘일본경제의 급속한 추락’ 이다. 또한 2015년 말 한국의 대중국수출비중(홍콩포함) 31.8%인데 비하여 대일본수출비중은 중국의 1개 특별자치도시 홍콩 5.8%에도 미치지 못하는 4.9%에 불과하다.  https://www.cia.gov/library/publications/the-world-factbook/rankorder/2004rank.html#ch 참조

[참고서적]

강효백, 『중국의 슈퍼리치』, 한길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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