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드라마를 움직이는 사람들⑥-上] 삼화네트웍스 박태영 본부장 "K드라마 강점? 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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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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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영 삼화네트웍스 본부장이 지난 1일 오후 강남구 논현동 사옥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다이아몬드가 다른 곳에 있다고 해서 다이아몬드가 아닌 건 아니잖아요. 그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얼마나 알아봐주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드라마의 파워는 무척 막강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국 드라마의 해외 수출에는 전혀 걱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국 콘텐츠가 갖고 있는 자생력과 힘은 폭발적이거든요.”

대한민국 최초의 드라마 제작사, 삼화네트웍스 박태영 본부장은 이 같이 말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7월 초, 서울 강남 모처에서 ‘대한민국 제작사 1호’ 삼화네트웍스(대표 신상윤 안제현, 이하 ‘삼화’)의 박태영 본부장을 만났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시기는 ‘함부로 애틋하게’의 첫 방송도 시작하기 전이었던 탓에 사뭇 상기되면서도 기대감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맞이했다. 대한민국 1호이자 30년 역사, 거기에 ‘최초’라는 타이틀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가장 오래됐지만 최고를 지향한다는 게 저희 제작사의 모토입니다. 삼화는 사실 최초라는 타이틀이 굉장히 많습니다. 최초의 드라마 제작사이기도 하고, 공중파 연속극도 처음으로 했고요. 외주제작사로 내보낸 것도 최초입니다. ‘명성황후’나 사극도 제작했고 2009년에는 한일합작으로 유명한 일본 작가들과 작품도 했었고, 또 10여년 전에는 한중합작으로 중국의 SMG 미디어 그룹과 관계를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고요. 일반적으로 저희 삼화가 연속극을 많이 제작하는 걸로 알고 계시는데 그만큼 역사가 있는 회사라고 인정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제작사와 비교해봤을 때도 직원들 연령대가 가장 어린 축에 속하기도 합니다.”

삼화는 1986년 4월에 삼화프로덕션으로 설립된 뒤 2006년에 현재의 삼화네트웍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선대 회장(신현택)의 아들(신상윤)과 사위(안제현)가 현재 공동대표로 운영을 하고 있으며, 그때 세대 교체가 이뤄졌다. 40대 초반인 박태영 본부장이 두 명의 대표를 제외하고 세 번째로 나이가 많을 정도로 젊은 감성을 유지하고 있는 제작사다. 이렇게 젊은 세대들로 꾸려가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저희 삼화는 드라마 프로듀서 스쿨에서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드라마제작사협회가 선대 회장님께서 설립하셨는데 현재 대표님께서 공동 부회장을 하시고 계십니다. 좋은 인재 양성에 힘쓰다보니 좋은 인력들이 나오고, 그러면서 공채 형식으로 드라마 프로듀서를 채용하고 있죠. 그러면서 젊은 피들이 자연스럽게 제작사에 수혈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참 희한한게 능력이 있어서 뽑아보면 다 젊은 친구들이더라고요.(웃음) 아마 드라마 제작사 중에 퇴사율도 가장 적은 제작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근에 뽑았던 인력 중에는 한국문화교류재단으로 옮긴 경우 외에는 5년간 퇴사한 직원이 없을 정도입니다.”
 

'함부로 애틋하게' 스틸컷 [사진=삼화네트웍스,IHQ]


박 본부장의 말처럼 드라마 제작사 중 가장 적은 퇴사율을 자랑하는 것은 바로 대표의 깨어있는 마인드에서 비롯된 것이다. 삼화의 대표는 회사 직원들에게 ‘직원’이 아닌 ‘회사 식구’ ‘회사 가족’이라는 표현으로 이들의 소속감을 높였다. 이는 곧 애사심으로 연결됐으며, 직원들의 충성심을 갖게 한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어려운 회사 대표라는 이미지 대신 고충이 있거나 건의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어떤 직원이든, 대표와 허물없이 이야기 나누는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가 함께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을 생각해본다면 삼화가 얼마나 대단한 선택을 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보통 프리랜서 PD를 고용해서 쓰는 타 제작사와 비교해보면 삼화는 정식 계약을 맺은 프로듀서들과 함께 일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의 질은 당연히 높을 수 밖에 없다. 삼화는 이를 가장 자랑스러워했다.

“작가님이나 감독님, 스탭분들이 애사심이 있어요. 무슨 사안이 발생했을 때, 이 사안에 대해서 본인이 판단하고 맞다고 생각하면 일단 그렇게 가죠. 사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작품을 하는 스탭들과의 입장이 반할때도 있지만 현장 프로듀서가 회사의 입장보다 작품의 입장을 따라야 한다고 하면 보고하고 바로 진행시켜요. 직원들이나 임원들 역시 문제 삼지 않죠. 그렇다보니 그 분들 입장에선 작품을 잘 따라주는 회사와 등질 필요는 없잖아요. 그래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해서 좋은 작품이 탄생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작품 하셨던 작가님과 감독님과 트러블이 없었던 것 같아요.”

삼화의 역사는 과거 ‘목욕탕집 남자들’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이후 ‘조강지처 클럽’ ‘엄마가 뿔났다’ ‘솔약국집 아들들’ 등 모두 시청률 4~50%를 넘는 최고의 인기를 누린 KBS 주말드라마의 다수의 작품은 삼화가 이끌었다. 거기에 국내 최고의 작가인 김수현 작가와는 작품 중 95%를 함께 작업할 만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고. 이는 삼화가 지난 30년의 시간동안 쌓아온 신뢰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우들까지도 삼화라고 하면 ‘믿고 한다’는 말을 할 정도로 높은 신뢰도를 자랑한다.

그렇다면 대표적인 드라마 제작사의 입장에서, 현재 한류드라마가 중화권 등지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에 대해 물어봤다.

“누가 뭐라고 해도 첫 번째는 글의 힘이죠. 대본이 훌륭하고, 대본을 표현해내는 스탭들과 연기자들의 노력이 훌륭하기 때문이죠. 이런 부분들이 중화권 드라마들과 다르기 때문이에요. 중국은 글에 대한 제약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창작의 요소가 줄어드는 게 많죠. 저 개인적으로 드라마는 판타지와 현실의 양다리를 걸치고 얼마나 밸런스를 잘 맞춰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중국의 드라마 심의 규정은 굉장히 엄격해요. 예를 들어 어떤 판타지 요소로 스토리를 끌고 나갈 때 과학적인 근거가 없으면 안돼요. 만약 수사물이라는 장르가 있는데, 부패 경찰과 검찰의 암투가 나오면 저희는 열광을 하지만 중국에서는 그 내용 자체를 다룰 수가 없어요. 공안, 경찰, 군인 등 히어로들의 정의로운 소재만 존재하죠. 그런 것에 비하면 한국 드라마는 굉장히 자유롭죠. 그게 국내 드라마가 중화권에서 인기 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거기에 열정 있고 도전정신 있는 국민성도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박태영 삼화네트웍스 본부장이 지난 1일 오후 강남구 논현동 사옥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 [한류드라마를 움직이는 사람들⑥-下]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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