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준희 잭 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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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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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골프장산업,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고 봅니다”


이준희 대표는 "국제 규모의 골프대회를 개최하면 골프장에 돌아오는 유·무형의 메리트가 많다"고 말한다.                             [사진=잭 니클라우스GC 제공]





“지금 아프더라도 고비용 구조 개선해야
진통 시기 지나면 산업 밑바탕 단단해져

프레지던츠컵 이어 亞·太아마대회 유치
‘국제 대회를 위한 코스’ 이미지 각인

영업 손실 있으나 골프장 위상 높아져
페어웨이옆 빌라 건설로 활로 모색도”





우리나라에서 세계적 골프대회를 치른다고 할 때 떠오르는 골프장이 있다. 인천 송도에 있는 잭 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다.

이 골프장에서는 개장(2010년) 직후 미국PGA 챔피언스투어를 연달아 개최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세계 남자프로골프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을 치렀다. 메이저대회에서 최다승을 거둔 ‘골프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설계한 골프코스답게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곳이다. 오는 10월에는 메이저대회 출전권이 걸린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챔피언십도 연다.

그 ‘덕분’인가. 이준희(48) 잭 니클라우스골프클럽 대표는 2014년 6월 취임 이후 하루도 마음놓고 보내지 못했다. 선수들과 대회 주최측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고, 골프클럽의 명성도 유지해야 하는 일은 그의 몫이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처음 유치한 2015프레지던츠컵은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남을 법하다. 그것부터 물었다.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날씨였고, 둘은 그린 스피드입니다. 주최측에서는 하루 갤러리가 2만5000명 이상 들어올 경우 ‘사고’가 우려된다고 염려했지요. 첫날엔 1만8000여명이 왔고, 둘째날과 셋째날엔 2만명이 넘는 갤러리가 찾아왔습니다. 승부가 결정되는 마지막날에는 3만5000명이 입장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우리로서는 초긴장을 할 수밖에요. 그런데 마지막날 날씨가 좋지 않았어요. 비바람이 몰아친데다 쌀쌀하기까지 했지요. 마지막날 갤러리는 2만5000명이 들어왔습니다. 그래도 아무런 사고 없이 잘 치렀습니다. 그린은 1년전부터 관리했습니다. 대회 기간엔 스팀프 미터로 측정할 때 3.5∼4m까지 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셋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린에서 드라마틱한 승부를 연출할 수 있는 필요조건을 갖춘 셈이었지요. 그러나 주최측에서 ‘최대 12피트(약 3.6m)까지만 나가게 스피드를 조성하라’고 한 바람에 그린 스피드를 극대화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골프장은 대회가 끝나자마자 갤러리 스탠드, VIP 접대용 건물 등을 철거했다. 그 자리에 깔린 잔디도 바로 교체했다. 지금은 거의 대회 흔적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복구했다.

이 골프장은 원래 각 그린의 ‘컵 존’(홀을 뚫을 수 있는 지역)이 3∼4개밖에 안됐다. 설계가가 그만큼 그린을 어렵게 조성해놓았다. 그러나 프레지던츠컵을 위해 컵 존을 그린마다 6개 정도로 늘렸다. 그린을 다소 평평하게 한 것이다. 애초 설계가의 의도에서는 좀 빗나갔으나 지금도 프레지던츠컵 때 리뉴얼한 그린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오는 10월 여는 亞·太아마추어대회는 남자골프 메이저대회를 주최하는 미국 오거스타내셔널GC와 영국 로열&앤션트(R&A)골프클럽이 직접 관여하며 우승자에게는 그 이듬해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 출전권을 준다. 브리티시오픈은 최종예선 진출 자격을 부여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꿈을 주기 위해 마련된 대회인데 메이저대회 출전권이 걸려 있어 역내 정상급 아마추어 골퍼들이 다 나온다.

우리 실정에서 2년연속 국제대회를 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개장 이후 단 한 차례도 국내대회조차 개최하지 않은 골프장이 많다. 그 이유가 있음직했다.

“물론 대회 기간 운영수익이 없기 때문에 영업 측면에서는 손실입니다. 그러나 단기적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대회를 개최하면 장기적으로 골프장이 사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이 와서 라운드해야 하기 때문에 영업이 잘 됩니다. 대회 후에도 대회개최 후광 효과로 인해 무형의 가치 상승도 있지요. 직원들의 코스 관리 스킬이 향상되고 그로인한 자부심이 커지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큰 대회를 자주 유치할 겁니다. ‘잭 니클라우스GC는 국제대회를 위한 코스’라는 이미지를 심어나갈 겁니다.”

세계적 대회를 치르자면, 주최측에서 요구하는 바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프레지던츠컵이나 亞·太대회도 예외는 아니다.

“프레지던츠컵 주최측에서는 먼저 대회 직전 한달간 휴장을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페어웨이에 디봇(뜯긴 잔디) 자국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우리도 그렇게 하고 싶었으나 회원들의 라운드 요청도 무시할 수 없어서 2주간 휴장하고 코스를 관리했습니다. 우리 골프장내 연못에는 수변 식물이 많이 있었지요. 그런데 대회 주최측에서는 연못 가장자리의 수변식물을 제거해달라고 했습니다. 선수들이 친 볼이 연못에 빠질 경우 그 경로를 카메라가 추적해야 하는데 수변식물이 있으면 볼이 어디로 빠졌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들 요구대로 다 제거했습니다. 러프도 70㎜이상 길러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그 과정에서 회원들 불평도 있었지요. 벙커 가장자리의 러프 잔디도 길게 조성했습니다. 그들은 ‘잘 친 샷에 대해서는 보답(reward)이, 실수한 샷에 대해서는 페널티(risk)가 확실히 가해지게끔 코스를 만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오는 10월 대회를 주최하는 두 기관에서는 아직까지 특별한 주문은 없고 ‘프레지던츠컵에서 했던대로만 해달라’는 포괄적 요구만 해왔습니다.”

이 곳은 잭 니클라우스가 직접 설계한 국내 유일의 골프장이다. 그런만큼 국내 여타 골프장과 차별화된 점이 많을 것이다.

“이 코스는 컵(홀) 위치에 따라 티샷을 구상해야 하는 코스입니다. 逆(그린→티잉그라운드)으로 코스공략 구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머리를 써야 합니다. 그래서 ‘티샷은 비교적 편안하지만 그린쪽으로 갈수록 난도(難度)가 높아지는 코스’라고 평가합니다. 요컨대 드라이버샷보다는 아이언샷과 퍼트가 스코어 메이킹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코스라는 얘기지요. 니클라우스는 1년에 한 번 정도 옵니다. 우리가 코스를 조금이라도 바꿔야 한다면 그한테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이를테면 벙커를 새로 만들거나 기존 벙커를 없애는 경우 꼭 니클라우스한테 확인을 받고 해야 하는 것이죠. 그 분이 설계한, 또 이름이 들어간 골프장이니 그럴 거라고 이해하고 그것을 지킵니다.”

국내 골프장 수는 500개를 넘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 연장선에서 ‘골프장산업의 위기’를 거론하는 사람도 많다. 골프장 경영자로서 할 말이 있을 법하다.

“위기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회라고 봅니다. 제가 국내에 온 지난 2006년엔 골프장이 호황이었습니다. 당시 골프장 오너들은 ‘입회금 반환 사태’가 오리라고 예측하지 못했지요. 자기자본이 없어도 회원권 분양대금으로 골프장을 건설했고, 그런 골프장이 우후죽순격으로 들어섰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골프장 영업이 잘 안되고 회원권 시세가 분양가 아래로 떨어지니 반환요청이 쇄도하지 않습니까. 골프장에서는 돌려줄 돈이 없고요. 일본처럼 우리 골프장산업은 첫 단추를 잘 못 꿰었습니다. 아프더라도 지금 골프장 산업을 재편해야 합니다. ‘진통의 시기’가 지나면 우리 골프장산업은 더 탄탄히 자리를 잡게 될 것으로 봅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퍼블릭골프장과 회원제골프장의 비율이 7대3이다. 우리는 2006년엔 퍼블릭 대 회원제 비율이 3대7이었다가 지금은 6대4로 역전됐다. 그는 곧 이 비율이 미국처럼 7대3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골프장 구성비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는 “국내 골프장의 연간 평균 내장객수는 18홀당 6만여명이다. 이 정도면 세계에서 가장 영업이 잘되는 축에 든다. 고비용 구조만 개선하면 골프장이 적자가 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미국처럼 골프장경영 전문회사가 많이 나와 골프장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이 골프장은 코스내 여유 땅에 페어웨이 빌라를 짓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코스내에서도 노른자위 땅에 짓는다. 복층 구조로 179가구가 들어선다. 인근 청라지구의 베어즈베스트골프장에서 비슷한 컨셉으로 골프빌라를 성공적으로 분양하는 것도 지켜봤다. 골프장 대주주인 포스코건설에서 연말이나 내년초 빌라 건설에 착수할 가능성도 있어보인다. 페어웨이 빌라와 함께 입주자들의 다중 커뮤니티 시설인 가든 빌라도 들어선다. 빌라 건설과 분양이 순조로울 경우 골프장 수익구조가 정상화되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 대표는 ‘잔디 박사’다. 이 골프장은 페어웨이 잔디가 일반 골프장의 그린에 쓰는 벤트그래스로 돼있다. 한국잔디에 익숙한 골퍼들 가운데 “양잔디 코스에 가면 스코어가 잘 안 나온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전문가의 조언을 들었다.

“‘양잔디에서는 볼을 찍어쳐라’고 말하는 고수들이 있는데 아니라고 봅니다. 찍어칠 경우 조금만 뒤땅치기성 샷이 나오면 실수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집니다. 프로골퍼들도 양잔디에서 디봇자국을 안내는 수가 많습니다. 프로들 중에는 “양잔디에서도 한국잔디처럼 쳐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임팩트 정확도가 낮으므로 양잔디에서도 쓸어치는 것이 실수를 막는 길입니다.”


◆이준희 대표는

서울 대원외고(이공계열 프랑스어)와 고대(자연계열 원예과학과)를 졸업한 후 1999년 도미해 캔사스주립대에서 골프코스매니지먼트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2∼2005년에는 미국 플로리다대에서 잔디생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땄다. 그 이후 미국 ‘인터내셔널 골프 메인트넌스’라는 회사에서 골프코스 매니지먼트 스페셜리스트로 일하다가 2006년 귀국했다. 함평다이너스티·파인힐스·해비치서울CC 등을 거쳐 2014년 6월부터 잭 니클라우스GC에 몸담고 있다. 영어가 능통하다는 점이 맞물려 프레지던츠컵 개최를 앞두고 스카웃됐다는 표현이 적절할 성싶다. 실제로 잭 니클라우스는 프레지던츠컵 직후 이 대표에게 “대회를 위한 코스셋업이 완벽했다”고 칭찬했다. 한국골프대학 겸임교수도 맡고 있다. 이달초 오거스타내셔널GC의 초청을 받아 2016마스터스에 다녀왔다. 오는 7월 열리는 브리티시오픈도 참관한다. 마스터스에 처음 가본 그는 “최고의 메이저대회답게 갤러리를 리드하고 대회를 운영하는 노하우가 완벽했다. 특히 대회를 앞두고 사흘간 하루 여덟차례씩이나 그린잔디를 깎아 상상하기 힘들만큼 그린 스피드를 높이는 것에 감명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준희 대표                               [사진=잭 니클라우스G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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