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人100言]허영인 “고객은 단 한 개의 빵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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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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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끌어낸 기업인들의 ‘이 한마디’ (50)

허영인 SPC그룹 회장[사진=SPC그룹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SPC그룹의 시작은 1945년 황해도 웅진에 위치한 작은 동네빵집 ‘상미당’이었다.

허영인 회장의 부친인 초당(草堂) 허창성 창업자는 장사가 잘 되자 1948년에 서울 을지로 방산시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한국전쟁 이후에는 1963년 서울 신대방동에 공장을 세워 공장 빵 생산에 주력했다. 1968년에는 삼립식품공업으로 이름을 바꾼 뒤 크림빵, 호빵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품질을 향상시켰다.

초당의 둘째 아들인 허 회장은 1969년 삼립식품에 입사해 현장에서 경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삼립식품 대표이사를 맡은 지 7개월여가 지난 1981년, 그는 미국 캔자스시티에 있는 제빵학교에서 제빵 기술을 익혔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업 경영자는 경영 마인드뿐만 아니라 엔지니어처럼 기술 마인드도 갖춰야 한다”며 미국으로 떠났다.

1983년 귀국한 허 회장은 삼립식품의 계열사인 ‘샤니’를 분리, 독립해 독자경영을 시작했다. 당시 샤니는 케이크 등 고급 빵을 생산하고 있었는데, 허 회장은 ‘품질 제일주의’를 기반으로 새로운 제빵 왕국을 건설했다.

1985년에는 미국에서 ‘배스킨라빈스’ 브랜드를 들여와 아이스크림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동시에 제빵업도 강화했다. 1986년 정통 프랑스풍 베이커리를 표방한 ‘파리크라상’을 설립하고, 1988년에는 ‘파리바게뜨’를 론칭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업계 1위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2002년에는 법정관리에 있던 삼립식품을 되찾아 SPC그룹을 출범했다.

SPC그룹은 파리크라상,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파스쿠치, 잠바주스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허 회장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구상했을 당시 세계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2004년 중국에 처음 진출한 이후 빵의 본고장인 프랑스를 비롯해 미국, 싱가포르, 베트남 등 총 5개국에 진출했다. 국내에 6000개 매장과 해외에 19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 캐나다 진출도 준비 중이다.

허 회장의 경영철학의 요체는 현장과 품질이다. 허 회장은 지금도 생산현장을 누비며 빵의 원료부터 제품의 모양, 향에 이르기까지 빵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세세하게 살핀다.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에는 일일이 직접 먹어본다. 허 회장의 입맛을 통과하지 못하는 빵은 세상의 빛을 볼 수 없을 정도다.

“회사는 수백만 개의 빵을 만들지만 고객은 단 한 개의 빵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빵의 품질에 신경을 써야 한다.” 고객이 감동하느냐의 여부는 빵 한 개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허 회장은 지난 2015년 창립 70주년을 맞아 “100년 기업이란 단순히 숫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영원히 사랑받는 기업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그는 고객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품질경영을 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리바게뜨를 통해 프랑스 전통 빵과 남부 지역의 전통 와인 등을 국내에 소개하는 등 한국과 프랑스를 잇는 민간 외교관 역할도 활발히 하고 있다. 1992년에는 서울에 한불제과제빵기술학원(현 SPC컬리너아카데미)을 설립했으며, 2002년에는 세계적인 제과제빵 명문학교인 프랑스의 에콜 르노트르와 기술제휴로 르노트르 전문과정을 개설했다.

또한 한국에 프랑스 베이커리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한·불 경제협력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프랑스정부공로훈장인 ‘오피시에’와 2012년 프랑스농업공로훈장 ‘슈발리에’를 수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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