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 ISA의 그림자-3]직원도 허둥지둥… 불완전판매 우려만 더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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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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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및 증권사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판매를 시작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점을 찾은 고객이 ISA가입 상담을 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상품 내용은 다 알고 찾아오셨죠? 특별하게 설명이 필요한 게 있으신가요? 소득증명서 주시면 바로 가입해드리겠습니다."

15일 오전 기자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 상담을 받기 위해 찾은 서울 중구 소공로 A은행의 모습이다. 

해당 은행의 직원은 기자가 상품에 대해 이미 숙지하고 있다는 가정 하에 바로 상품 가입을 진행하려고 했다. 상품에 대해 아는 것은 비과세 혜택 밖에 없다고 하자 그제서야 설명을 시작했다. 그것도 별다른 안내 책자도 없이 A4 용지 위에 연필로 끄적이며 기자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해줬다.

ISA 출시 이틀째인 이날 역시 전날과 다름 없이 일선 창구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은행 직원들이 아직 상품을 완벽하게 숙지하지 못해 허둥지둥하는 모습이고, 설명 역시 대충 넘어가고 있었다.

실제로 광화문에 위치한 B은행의 경우 창구 직원들이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 이외에 다른 구비 서류에 대해서는 머뭇머뭇 거렸다. 수수료 역시 예금에 0.1%가 붙는다는 것만 설명할 뿐, 수수료율이 높은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주지 못했다.

경품을 보고 사전 예약을 신청했던 소비자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상품 구조가 복잡한 탓에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ISA는 가입자가 예·적금,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 여러 금융상품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상품이다. 하지만 자사 예·적금 편입이 금지된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에서 ISA를 가입하면 해당 계좌에 이 은행의 예·적금 상품을 편입시킬 수 없고 KB국민은행이나 우리은행 등 타은행의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계좌에 담는 상품별로 수수료가 차등 적용되기 때문에 상품 구성비에 따라 수수료도 달라지게 된다.

직장인 배상수씨(33)는 "설명을 들었지만 상품이 너무 어려워 실제로 가입해야 하는 것인지 판단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와중에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은 가입자수와 같은 외형적 실적만을 높이기 위해 ISA 판매에 올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출시 첫날 32만2990명이 ISA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 31만2464명(96.7%)으로 가장 많았다. 상황이 이렇자 오히려 출시 이전보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들이 일임형 ISA를 판매하는 것 역시 부실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이르면 내달 중으로 일임형 ISA를 출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2월 은행에 ISA에 한해 투자일임업을 허용키로 한 지 두 달 만에 부랴부랴 상품을 내놓는 것이다.

문제는 일임형 상품을 준비한 기간이 너무 짧다는 점이다. 시중은행들이 신탁형 상품을 준비하기 위해 10개월 이상의 시간을 소요한데 반해 일임형 상품의 준비 기간은 고작 두 달 남짓에 불과하다.

일임형 ISA 상품 판매를 위한 전산개발과 직원 교육 등을 마무리하기에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투자일임업은 그동안 은행들이 하지 않았던 업무로 직원들의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탁형 ISA은 비교적 준비 기간이 충분했지만 일임형 상품의 경우 당국의 허가가 불확실했기 때문에 그동안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면서 "준비 기간이 짧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데도 시장 선점을 위해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가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은행들에게 일임형 상품 조기 출시를 독려하고 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은행은 현재 신탁형 상품만 출시하고 일임형 상품은 출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수익성과 안정성을 갖춘 획기적인 모델 포트폴리오를 개발해 일임형 ISA 상품이 조기에 출시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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