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성형에 멍드는 K- 메디②]"당신이 잠든 사이에"…프로포폴 성형사고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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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1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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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조현미·한지연 기자 = 최근 기업형 성형외과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의사들의 성형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으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고객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업형 성형외과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무분별한 수술을 부추기고, 온갖 불법행위를 하는 악순환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10∼15명의 의사를 고용한 대형병원에서는 환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많은 광고비와 브로커 비용을 치른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환자에게 이런저런 수술을 패키지 형태로 권유할 정도다. 하지만 정작 수술은 인건비가 싼 유령의사(섀도닥터)를 고용해 수술하는 경우가 많다. 

한 의사가 여러 건의 성형수술을 동시에 진행하고, 대리 의사를 통한 수술이 횡횡하다보니 환자를 속이기 위해 과다하게 마취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눈·코 등 비교적 간단한 성형수술에도 사망하는 환자가 발생하는 이유다.

특히 최근에는 수면유도제인 '프로포폴'이 남용되면서 관련 의료사고가 속출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프로포폴은 전신마취에 비해 안전하고, 수면 유도가 빨라 성형외과에서 흔히 사용하는 마취제다. 그러나 이를 남용하면 자가 호흡을 떨어뜨릴 수 이어 전신마취보다 더 위험하다.

전신마취는 기관으로 산소를 투여하기 때문에 자가 호흡 없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하지만 프로포폴은 기관을 삽입하지 않은 상태로 수술하기 때문에 환자의 자가 호흡 유무가 중요하다. 때문에 간단한 수술임에도 프로포폴을 과다 투여하면 사망 혹은 뇌손상 등 환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남길 수 있다.

지난 2013년 서울 강남 A성형외과에서는 종아리 축소수술을 받던 한 여성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환자는 수술 과정에서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주입받다 호흡곤란 등으로 뇌사 판정을 받았고 4개월 만에 숨졌다. 

올 1월에는 서울 청담동의 한 성형외과에서 눈·코·이마 수술을 동시에 받던 50대 중국인 여성이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3월에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자가 지방이식술을 통한 유방확대수술을 받던 중국인 여성이 프로포폴 과다투여 등으로 심정지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환자는 부모가 전용기를 이용해 중국으로 돌아갔지만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악수술이나 유방확대술 등 전신마취가 필요하고, 장시간 수술을 해야하지만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 병원도 상당수다. 마취로 인한 사고가 일어나도 병원이 대응할 수가 없는 이유다.

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덕경 교수팀이 최근 5년간(2009~2014년) 국내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마취 관련 의료분쟁 중 대한마취통증의학회가 자문한 105건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동안 마취 관련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 105명 중 82명(78.1%)이 사망했으며, 나머지 환자들도 영구 장애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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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유형별로는 전신마취가 50건(47.6%)으로 가장 많았다. 프로포폴 등의 수면마취도 39건(37.1%)이나 차지했다. 특히 수면마취 사고 39건 중 30건(76.9%)이 사망으로 이어졌는데, 이는 전신마취 만큼 위험도 높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프로포폴이 대량 생산식 성형수술을 양산하는데 효율적인 도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의료진의 과부하를 부추겨 또 다시 사고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의미다.

환자가 몰리는 강남의 일부 대형병원 의사들은 노동량 과다로 의료 사고에 쉽게 노출된다. 성형수술은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지만 강남에서 일하는 성형외과 의사들은 일평균 10~16시간 일하는 경우도 많다. 

과거 복부지방흡입·유방확대·광대뼈축소·코 등 9건의 성형수술을 단시간에 무리하게 진행하다 환자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을 남긴 사례나 최근 턱·허벅지 등에 6시간동안 성형수술을 받다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성형외과에서는 이같은 일이 반복적으로 벌어진다.

강남의 A성형외과 관계자는 "12월부터 2월초까지는 수술 스케줄이 30분간격으로 짜일만큼 성수기라 모든 의료진들이 과부화가 걸린 상태"라며 "한번에 눈·코·지방흡입 수술을 받던 직장인 환자가 갑작스럽게 호흡이 멈춰 의료진이 식겁한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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