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공급측개혁’ 중국 13·5규획 관통할 신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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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0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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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2일 개최된 경제전문가좌담회에서 공급측개혁을 강조하는 요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사]


[연관기사]시진핑 등극 후 4번째 중앙경제공작회의, 올해 화두는?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 기업들은 왜 볼펜 하나를 제대로 못만드나. 중국은 매년 380억개의 볼펜을 생산하고 세계 수요의 80%를 충당하고 있지만 볼펜잉크의 90%를 일본, 독일, 스위스에서 수입하고 있다. 우리는 부드럽게 쓰여지는 기능을 가진 볼펜을 만들 수가 없다." (올해 12월 2일 경제전문가 좌담회)

"인민들이 더 나은 생활을 누리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고, 해외에 여행을 나가 좋은 물건을 사오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중국의 소비재 산업을 인민들의 수요에 맞춰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올해 11월 11일 국무원 상무회의)

"중국 기업들도 비데를 생산하지만, 인민들은 일본여행을 가서 비데를 사재기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 내서, 인민들이 해외에 나가 소비재를 구매하는 불편을 덜어줘야 한다" (올해 3월4일 양회)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의 발언들이다. 한결같이 중국내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와 기술혁신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미 중국은 '중국제조 2025' '인터넷플러스' 등 제조업 경쟁력 강화정책을 강하게 드라이브하고 있다. 최근 이를 총괄하는 개념으로 '공급측 개혁(供給側改革)'이 제시되고 있다. 벌써부터 중국의 관영언론은 공급측개혁이 10일께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앙경제공작회의의 최대화두가 될 것이라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이 개념은 중앙경제공작회의를 통해, 13차5개년규획(2016년~2020년까지의 경제계획)기간 동안 중국경제 최대의 목표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는 문제없다, 공급이 문제

올해 들어 인민은행은 5차례 금리를 인하했고,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조위안(한화 약 360조원)이상의 인프라건설사업을 승인했지만, 투자증가율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중국내 소비증가율 역시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중국인들의 해외구매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국내 항공여객 증가속도 역시 둔화되고 있지만, 중국인들의 해외여행객수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중국경제의 문제는 수요측이 아닌 공급측에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공급측개혁의 개념은 비롯됐다.

공급측개혁은 과거 중국정부가 부양책을 통해 수요를 늘리는 데 주력했던 데 대응되는 개념이다. 구체적으로 2008년의 4조위안 규모의 부양책은 투자원가를 대폭 낮춰 대규모 투자수요를 유발했다. 또한 같은 해 이구환신(以舊換新), 가전하향(家電下鄕), 기차하향(汽車下鄕) 등의 정책을 내놓아 가전제품과 자동차에 구매보조금을 지급했다. 이로 인해 대규모 내수수요가 발생했다.

당시 기업들이 제품을 만들면, 만드는 족족 팔려나갔다. 수요에 맞추지 못한 기업들이 앞다퉈 증설에 뛰어들었고, 이로 인해 극심한 공급과잉이 빚어졌다. 공급과잉은 피말리는 가격경쟁을 야기했고,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결국 기업들의 연구개발(R&D) 역량이 떨어져 제품경쟁력 향상은 더딘 상황이다. 반면 현지 소비자들의 '눈'은 대폭 높아져, 중국 기업들의 제품과 서비스가 외면받고 있는 것.

◆좀비기업 퇴출, 국유기업 개혁

이에 중국은 부양책을 통한 수요확대보다는, 공급의 질을 개선하는 식으로 경제정책의 방향을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인민들이 사고 싶어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판매토록 하겠다'는 게 공급측개혁의 목표인 셈. 간단해 보이지만 이는 중국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을 필요로 한다.

우선 공급과잉을 해소해 기업들의 수익성을 높여 연구개발투입을 늘리도록 해야 한다. 이는 한계기업 퇴출과 국유기업 개혁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수반된다. 또한 세제개혁을 통해 기업원가를 낮춰 R&D투입을 늘리는 한편 중국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구조조정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금융리스크를 회피할 대책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 건설분야에서는 국유기업의 독과점을 타파해 요소생산성과 건설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일정부분 주택부양정책을 내놓아 주택재고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중 가장 난제로 꼽히는 것은 좀비기업 퇴출과 국유기업 개혁이다. 이들은 거대한 이익집단을 형성하고 있어 개혁에 대한 저항이 높다. 리 총리는 지난 2일 좌담회에서 “한해 생산하는 철강제품 8억t 가운데 절반이 건설경기 후퇴로 남아돌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최악의 실적을 내는 철강과 석탄산업 등 전통산업의 과잉설비 해소와 혈세에 기대 생명을 연장하는 좀비 기업 처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공급측개혁은 내년부터 좀비기업 퇴출과 국유기업 개혁이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시그널인 셈.
 

중앙경제공작회의가 개최될 베이징 인민대회당.[사진=신화통신]



◆시진핑, 리커창 연달아 강조

'공급측개혁'이라는 개념은 지난달 10일 열린 중앙재경영도소조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가장 먼저 언급했다. 당시 시 주석은 "적당히 수요를 늘리는 동시에 공급측 개혁도 강화해 공급체계의 질과 효율을 제고하고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원동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시 주석은 ▲공급과잉 해소 ▲기업원가 감소 ▲부동산 재고 해소 ▲금융위험 해소 등 4가지를 공급측개혁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리커창 총리 역시 지난 2일 경제전문가좌담회에서 "혁신적 공급으로 수요를 확대하고, 확대된 수요가 공급구조를 업그레이드하도록 해야한다”며 공급측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창업혁신, 중국제조 2025, 인터넷 플러스 행동계획 등 전략에 박차를 가할 것을 지시했다.

왕이밍(王一鳴) 국가연구중심 부주임은 “공급측개혁이란 생산요소가 효율적으로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대량의 자원·노동력·토지·돈줄을 쥐고 있는 좀비기업을 퇴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저명 경제학자이자 평론가인 쑹칭휘(宋淸輝)는 “국유기업 개혁이 없이는 중국 경제가 한치 앞도 전진할 수 없다”며 공급측개혁은 국유기업 개혁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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