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아주클래식] 거장 피아니스트 미켈란젤리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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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1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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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리가 연주한 드뷔시의 '프렐류드' CD

피아노 전공생과 기성 연주자들 사이에서 아르투르 베네데티 미켈란젤리(1920~1995)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태리 출신의 미켈란젤리는 풍부한 감성을 지닌 다혈질로 변호사이자 피아노선생이기도 한 아버지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제네바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할 때 심사위원 중 하나가 그를 가리켜 ‘새로운 리스트의 재래’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을 만큼 소년 시절부터 그는 전도유망한 피아니스트로 평가받았다.

무엇보다 그의 피아노가 다시 조명되고 있는 것은, 연주시 음이 빛과도 같은 투명성으로 화사하게 퍼져 나가는 독특한 음색과 유려하고 대가적인 리듬 연출력 때문이다. 자기 음을 갖지 못하고 테크닉이나 스케일에만 갇혀 경직된 연주를 펼치는 사람들에게 좋은 본보기인 것이다.

인간관계나 취미 생활을 유보한 채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갇힌 청춘’을 보내는 이 땅의 음악학도들은 바로 그 때문에 연주와 음악을 대하는 시각이 경직되기 싶다. 그런 점에서 삶 자체가 놀이이자 즐거움이고 예술적 치열함이 교차하는 가운데 음악과 인생을 즐긴 미켈란젤리의 여유와 유연성은 이 땅의 음악도들이 본받을만한 것이 아닌 가 한다.

엄숙하고 종교적 접근의 바흐를 인간적이며 톡톡 튀는 재치로 접근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캐나다 출신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미국의 오염된 공기와 문화 전반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서 미국 공연시 생수를 캐나다로부터 공수해 갔으며, 여름에도 긴소매와 마스크를 하고 등장했다. 미국의 공기를 맡기 싫어서였다고 한다. 그런 그의 손가락에서 펼쳐지는 바흐는 여유롭고 자유를 만끽하는 인상이다.

쇼팽 스페셜리스트인 삼송 프랑소아는 템포나 리듬 등에서 그 어떤 피아니스트들과도 다른 스타일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쇼팽에 대한 그러한 리드미컬한 집착은 소문난 주당으로서 술을 좋아하는 그의 기호가 크게 작용했다. 무엇보다도 그의 쇼팽은 프레이즈와 리듬 진행이 자유롭기 그지없다.

미켈란젤리 또한 예사롭지 않은 삶을 살았다. 그는 한마디로 주체하지 못하는 기분파였다. 제자를 그다지 많이 두진 않았지만 일단 ‘꽂히면’ 제자를 몇 년 동안이고 무료로 교습했고 심지언 생활이 어려운 제자에겐 생활비까지 뒷바라지해줬다.

또한 그의 생활은 밤과 낮이 따로 없었다. 10시간 이상 연주만 하다가도 또 며칠을 잠으로 보내기도 하며 샴페인과 와인을 쉴 새 없이 3박4일 마시기도 했다.

미켈란젤리는 당대의 피아니스트들에게선 보기 힘든 취미가 있었다.

그는 소문난 카매니아로 스피드를 즐겼다. 특히 스포츠카에 일가견이 있어 페라리를 비롯해 세계적인 슈퍼카들을 몰며 스피드에 탐닉하곤 했다. 거기에 항공기 조종을 비롯한 다른 쪽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뿐만 아니라 바이올린과 오르간 연주도 일품이다.

미켈란젤리의 위와 같은 삶은 ‘카르페디엠’의 한 예를 보는 것 같다.

미켈란젤리는 자신이 추구하는 음에 대한 믿음이 너무 완고해 기존 레코딩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고 직접 BDM 프로덕션을 설립해 녹음을 시도하기도 했다.

술과 자동차 등 한마디로 그는 놀기 좋아하는 낙천주의자지만 연주에 임할 때에는 지극히 엄격하고 한음 한음이 명료하고 뛰어난 색채감의 음향을 추구했다. 드뷔시나 스카를라티를 들어보면 그의 피아니즘의 매력에 십분 빠지게 된다.

이 거장 피아니스트 인생의 아이콘은 음악, 자동차, 그리고 술이었던 것이다.

지난 1995년 인생의 대 선배인 하느님으로부터 한잔하자는 제의를 받은 미켈란젤리, 그 초대를 받고 그는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향년 75세였다.

문화연예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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