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경영’ 말뿐인 공염불?…허엽 남동발전 사장의 ‘기위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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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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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산남용(濫用) 의혹 논란 이어져

  • 남동, "무단사용도 예산남용도 아니다"

[사진=한국남동발전]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 허엽 한국남동발전 사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청렴한 기업이 될 수 있다는 뜻의 ‘기위이행(其位而行)’을 들고 출발했지만 예산남용(濫用) 의혹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진주 혁신도시 본사 이전 과정에서 남동발전은 정부의 예산승인도 없이 직원 숙소용 아파트 매입 등에 75억원을 사용했다는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의 지적에 따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일 박완주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사택용 아파트 25세대(분양면적 33평형)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66억5000만원을, 자체 신축(58세대) 과정에서 8억2000만원 등 남동발전이 정부 예산승인을 받지 않고 쓴 금액은 총 74억7000만원이다.

남동발전은 적법 절차에 따를 수 있도록 내부 단속을 언급하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지난 국감 때 지적되면서 감사원과 국회에 충분한 소명을 한 내용이라는 것. 새로운 비리처럼 포장돼 알려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심도 내비치고 있다.

특히 박완주 의원이 지적한 75억 ‘남용’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예산승인이 없이 사용한 절차상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남용은 아니라고 각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산하기관을 이끄는 정부 주무부처 내부에서도 남동발전의 직무권한 규정과 관련한 안일한 대처를 문제시하는 분위기다.

‘중요사항’은 사장 결재라인, ‘경미한 사항’은 처장 결재를 받도록 직무권한이 마련됐지만 75억이라는 수십억의 비용을 경미한 사항으로 인식했다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업무 담당자가 규정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상급자의 결재를 받은 것이 혼동에 의한 실책"이라며 "담당자 교육을 철저히 해 사안을 부풀려 결재를 받거나 하는 등 오류가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산남용 의혹이 거듭 거론되면서 남동발전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은 일반기업보다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이 필요한 공기업의 생리 탓도 있다. 하지만 남동발전의 직원 비위 건수가 총 12건에 달하는 등 부조리의 온상이라는 이미지가 낙인된 과거 행적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6년간 남동발전 소속 직원의 비위는 배임수재 7건, 뇌물수수 2건 등이다. 강간미수와 성매매 직원을 비롯해 자체 징계에서는 재식구감싸기라는 오명을 받아왔다. 부당지원에 따른 과징금 폭탄도 꼬리표가 되고 있다.

물론 허엽 사장도 취임 초기부터 액션플랜으로 방만경영의 정상화를 부르짖었지만 1년 반도 남지 않은 임기로 인해 급랭모드로 보인다는 게 발전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공기업의 혁신 등 이미지 탈바꿈을 위해서는 고강도의 쇄신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치권 관계자는 "남동발전이 겸허한 자기관리·책임있는 업무자세·공정한 업무처리 등 3대 윤리기준을 강조했으나 정부 예산승인을 받지 않고 사용한 것은 이에 반한 것이 명백한 만큼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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