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교육과정개정 졸속…고시 지정 연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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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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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이달내로 예정된 2015 교육과정개정 고시 지정이 연기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육에서 희망을 찾는 국회의원 모임’이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이같은 비판이 나왔다.

토론회에서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는 "질 낮은 수시개정은 학교교육을 제대로 개혁할 수 있는 기회만 빼앗아 2015 개정교육과정이 연기돼야 한다"며 "이번 개정의 지향점은 실제 실현될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지만 설령 실현된다 하더라도 현 학교교육의 위기를 극복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번 교육과정 개정이 문·이과 칸막이를 없애 편식을 해소해 창의·융합적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이 주 목적이었지만 ‘문·이과 칸막이의 제거’는 이미 교육과정 상에는 존재하지 않고 수능시험에서 과학탐구와 사회탐구 과목을 동 시간대에 문·이과로 나누어 시험을 보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로 수능 체제를 개선하면 될 일인데도 과탐과 사탐 과목을 통합교과로 개발하면서 이를 고교에서 공통으로 가르치도록 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며 ”실제 문·이과 간의 가장 견고한 칸막이는 수학으로 배울 내용과 수준을 현실화하고 고교에서 작동될 수 있도록 대학이 협력하는 것 등이 문제해결의 핵심“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또 “창의적인 인재양성은 정답을 찾는 교육을 대폭 줄이고 범교과적 문제 해결 수업을 강화하면서 가능한데도 교육부는 과탐, 사탐을 통합교과로 개발하는 것을 선택해 여러 과목을 통합했기 때문에 분량이 많아 교과 진도 나가기도 바빠 범교과 프로젝트 수업 등의 경험과 체험 중심의 학습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창의‧융합 인재양성’을 위해 과탐과 사탐을 통합과학과 통합사회로 개발하기로 한다는 것은 ‘창의‧융합 인재양성’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문이과 통합’이란 대중인기에 영합하기 위한 변명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학습량 적정화는 애당초 방향을 잘못 잡은 가운데 주요국들처럼 국가가 사전에 정한 모든 내용을 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골라서 가르치고 가르친 것에 대해서만 교사가 평가하는 식으로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며 “학습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성취기준의 양과 서술방식, 내신성적 측정방식, 수능의 난이도, 시험범위 등도 함께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문·이과 통합’이란 용어는 의미도, 정체성도 불명확하고 문·이과 통합을 어떻게 해석하든 이는 현실적으로 달성되기 어려운 목표로 애당초 문·이과 통합교육과정이란 말도 잘못 선택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문·이과 통합은 허구에 가까워 폐기돼야 할 슬로건”이라고 지적했다.

이대표는 “여전히 상위권 대학은 전공에 따라 문과 계열 대학은 수준 높은 사탐 실력을, 이과 계열대학은 수준 높은 과탐 실력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학교에는 기존과 다름없이 문·이과 혹은 더 많은 계열별 수업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대학의 진학 계열에 따라 학생의 선택과목이 다르고 개인 선택을 수용할 만큼 교사나 교실 수급이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창의.인재양성이라는 구호에 대해서도 “한국은 학교교육에서 창의력을 강조하기 이전에 정답찾기 교육을 먼저 바꿔야 하며 이 세상에 정답이 하나뿐인 문제는 없고 지금처럼 모든 것을 표준화하고 수치화를 통해 한 줄 세우기를 하는 교육은 창의를 말살하는 교육으로 이런 근본적인 원인은 그대로 두고 창의력을 얘기하는 것은 위선에 가깝다”며 “‘융합적 사고를 하는 인재’의 양성도 공허한 구호로 주요국의 경우 대학원 수준에서 다루는 과제이고 범교과 프로젝트 수업을 하는 정도로 풀 일을 ‘창의·융합형 인재’란 이상하고 거창한 정치적 구호에 가까운 용어를 만들어 교육의 목적을 오염, 혼란시키고 있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개정은 어설프고 너무 빠르게 진행돼 사전의 ‘졸속’의 정의와 정확히 일치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질 높은 개정이 되기는 어렵다”며 “개정과정이 졸속인 것은 비전에서 출발하지 않은 점, 수능 체제 개선책을 찾다가 슬그머니 개정의 목적을 하나씩 추가하면서 전면 개정을 하게 된 점, 학생중심 교육과정이라며 정작 학생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반영하는 과정은 없었다는 점 등으로 주요국들은 10년 주기로 국가 비전 달성을 위해 질 높은 연구와 이해당 사자들의 참여를 통해 사회합의 성격으로 개정을 하지만 이번 개정은 여전히 이전처럼 국 가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사전에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시늉만의 공청회, 포럼을 열었을 뿐”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에 대한 기초 연구가 2013년이었고 총론 주요사항 발표는 지난해 9월, 총론 시안의 첫 공청회가 8월로 확정고시를 한 달 앞두고 시안을 공표한 것은 세계 어떤 졸속개정의 역사에도 찾아볼 수 없는 일로 공청회, 포럼 등이 모두 형식적이라고 비판하는 것”이라며 “왜 이렇게 중요한 교육과정 개정을 단거리 경주하듯이 하는가? 이미 큰 기둥에 해당되는 것들은 손 댈 수 없기 때문에 고시 한 달을 앞두고 문제를 지적해봐야 소용이 없고 이미 총론 핵심역량과 교과교육과정에 반영할 역량의 틀 자체를 바꾸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학교가 입시준비 기관이 된지 오래고 교육공동체가 무너지고 많은 교사들은 직업의 수단으로 교직에 몸담고 있는 경우가 많은 가운데 교사와 학생은 심하게 얘기하면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적대적 관계에 놓여있는 측면도 크다“며 ”오늘날의 교육을 이런 위기로 몰아넣은 핵심 요인들은 그대로 두고 교육과정 문서만 고치는 것은 소용없는 짓“이라고도 했다.

배희철 교사는 "공청회 후 3주만에 고시까지 하겠다는 2015 개정교육과정은 '벼락치기 교육과정"이라며 "국회가 개정교육과정 위탁연구와 관련된 전체 과정을 철저하게 국정감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교사는 또 "초등학교 1~2 학년군에만 적용하는 ‘안전한 생활’ 교과 신설은 인류 역사에 전무후무한 ‘믿거나말거나’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발달단계에 맞지 않는 소프트웨어 단원 신설도 실패를 예정하고 있고 초등학교 한자병기는 시대를 거스르는 촌극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신은희 청주 내덕초 교사는 "학습부담 경감을 내세우면서 초등학교에는 안전 교과 신설, 한자병기, 소프트웨어 등 실질적으로 3개의 교과를 늘려놓는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안전영역은 별도 교과보다는 현재처럼 교과내용, 체험학습 등과 연계되어 가르치고, 체계성을 강화하는 수준에서 정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 교사는 초등 소프트웨어교육 도입에 대해서도 "논리적인 사고력은 굳이 SW교육이 아니더라도 국어, 사회, 수학, 과학, 기술·가정, 예술, 교양 등 현행 교육과정상 다양한 교과·비교과 활동들을 통하여 익힐 수 있다"며 "사전 연구도, 연구시범학교 운영 경험도 부족한 채 학교현장에 들어오면 그 다음부터는 일상적인 경로에서 벗어나 사교육시장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신성호 전교조 참교육실장은 "현재 문·이과 단절 교육은 교과별 필수이수단위 축소와 함께 국·영·수 비중 과다로 사탐·과탐에서는 둘 중 한 쪽만 선택해 수업하고, 그에 따라 수능에서는 탐구 영역을 분리 선택하는 것에 원인이 있다"며 "내신뿐만 아니라 수능에서 국·영·수 비중을 줄이고 사탐·과탐뿐만 아니라 다른 교과 영역까지 균형 있게 골고루 응시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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