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 중국영화 착요기, 헐리우드를 뛰어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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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1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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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바이두]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분노의 질주7, 트랜스포머4, 어벤저스2, 쥬라기공원, 아바타. 지난달까지의 중국의 역대 영화 흥행순위 1위~5위다. 중국이 영화산업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왔지만 헐리우드 대작의 흥행성적을 꺾는 작품은 나오지 않았었다.

하지만 중국인이 투자하고 중국인이 만들어낸 영화 '줘야오지(捉妖記, 이하 착요기)'가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는 이변을 연출하고 있다. 착요기는 현재 중국내 역대 영화 흥행순위 2위에 올라있다. 더욱이 '분노의 질주7'을 제치고 흥행순위 1위에 오르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에 불과하다. 

2015년 여름 중국인들은 착요기에 열광하고 있으며, 자국이 드디어 헐리우드 대작들을 뛰어넘는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데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착요기를 '중국 문화산업을 한단계 올려놓은, 중국 문화산업 글로벌 굴기의 신호탄'이라고 평가한다.

◆1위 등극은 시간문제

착요기는 지난 7월16일 개봉했다. 개봉 첫날 1억7100만위안의 티켓판매액을 기록하며 중국산 영화 하루 티켓판매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착요기에 대한 호평은 SNS를 타고 급속 전파됐다. SNS에 실리는 영화평이 안 좋으면 개봉 일주일만에도 조기종영되는게 중국의 현실이다.

착요기는 개봉 3일만에 5억위안을 넘어섰고, 상영 8일만에 10억위안을 넘겨버렸다. 엄청난 흥행돌풍을 일으킨 착요기는 지난달 26일 '인재경도태국(人在囧圖泰國)의 티켓판매액인 12억6800만위안을 넘어선 13억1700만위안을 기록했다. 2012년 개봉했던 인재경도태국은 역대 중국산 영화중 최고의 티켓판매액 기록을 보유중이던 영화다. 이후 아바타(13억7800만위안), 쥬라기공원(14억2800만위안), 어벤저스2(14억7000만위안)를 제치며 순위를 높여갔다. 중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흥행 5위안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난 8일 20억400만위안을 기록하며 역대 2위 영화인 트랜스포머4를 제쳤다. 중국에서 지난해 개봉됐던 트랜스포머4의 티켓판매액은 19억7800만위안이었다. 현재 중국의 역대흥행 1위 영화는 올해 개봉했던 분노의질주7로 24억2600만위안이다.

착요기는 흥행돌풍에 힘입어 상영기간을 1개월 늦춘 9월16일까지로 연장했다. 지난 16일 기준으로 착요기는 티켓판매액 22억984만위안(한화 약 4000억원)를 기록하고 있다. 분노의 질주7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서는 것은 현재 기정사실로 보여진다. 
 
◆스토리, 산해경에서 모티브 얻어

착요기의 주요스토리는 이렇다. 요괴 왕자를 임신중인 요괴 왕후가 악의 요괴들에 쫒겨 우연히 인간의 마을을 찾게 된다. 이 곳에서 쑹톈인(宋天蔭)을 만나게 된다. 요괴 왕후는 쑹톈인의 천성이 착한 것을 느끼고, 돌연 뱃속의 알을 꺼내 그의 입에 밀어넣고는, 요괴 왕자를 부탁하고 떠난다. 이로써 건장한 청년인 쑹톈인은 임신하게 된다.

이후 요괴 왕자에게는 막대한 현상금이 걸리고, 임신한 쑹톈인은 친구인 여성 퇴마사인 훠샤오란(霍小嵐)과 함께 마을을 떠난다. 또 다른 퇴마사가 현상금을 노리고 쑹톈인을 뒤쫒자, 훠샤오란은 쑹톈인과 요괴 왕자를 보호한다. 태어난 요괴 왕자의 이름은 후바(胡吧)다. 후바에게 모성애를 느끼는 청년 남자와, 후바와 쑹톈인을 보호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여성 퇴마사는 함께 여행을 떠나며 여러가지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이 스토리의 모티브는 산해경(山海經)과 요재지이(聊齋志異)에서 나왔다. 산해경은 BC 4세기 전국시대에 나온 중국의 지리서로, 자연에 얽힌 신화들이 풍부하게 기록돼 있다. 요재지이는 청나라때 완성된 책으로, 신선, 귀신, 유령, 도깨비 등에 대한 이야기가 집대성됐다. 때문에 착요기는 '중국의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으며, 중국 고전의 향후 가능성을 드높였다'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감독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했던 중국인

착요기를 만들어낸 감독은 미국에서 공부했고, 헐리우드에서 실력을 쌓은 중국인이다. 그동안 중국은 수많은 중국의 인재들을 미국이나 유럽으로 내보내 각자의 영역에서 경험과 실력을 쌓도록 했다. 일부는 선진국에 남았지만, 또 다른 일부는 중국으로 돌아와 애국심을 발휘했다. 하지만 현재의 중국 상황은 해외로 나갔던 중국인들이 애국심을 보여줄 필요조차 없다. 미국에서보다 더 큰 성공의 기회가 중국에 있기 때문이다.

착요기의 감독 쉬청이(許誠毅)의 부모는 푸젠(福建)성 난안스산(南安詩山) 사람이다. 1952년 푸젠성에서 홍콩으로 건너간 부모는 1963년 쉬청이를 홍콩에서 낳았다. 그는 어렸을때부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다고 한다. 1984년 홍콩이공대학 졸업후 캐나다에서 에니메이션 제작을 공부했다. 1989년 드림웍스에 입사해 일했다. 전세계적인 흥행을 일궈낸 슈렉이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2009년 그는 중국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중국으로 돌아왔다. 그때 홍콩의 영화투자사 에드코필름의 설립자인 장즈창(江志强)을 만났다. 과거 '와호장룡' '영웅' '색·계' 등을 제작했던 장즈창은 착요기에 3억5000만위안을 투자했다. 착요기 구상 작업에 2년여가 소요됐고, 제작에 5년이라는 시간이 들었다. 쉬청이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장이 크고, 투자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현재 중국의 에니메이션은 무궁무진한 발전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의 애니메이션 역시 이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착요기의 투자자 장즈창(왼쪽)과 쉬청이 감독.[사진=바이두]



◆영화 캐릭터 판권 등 세계진출 노려

착요기의 성공요인으로는 단연 완벽한 컴퓨터그래픽(CG)과 중국식 스토리가 꼽힌다. 요괴들의 뼈대, 질감, 생동감 등에서 이미 헐리우드에 버금가는 영상을 구현해 냈다는 평가다. 쉬청이 감독은 전문적으로 CG를 공부했고, CG작업에 능통하다. 쉬청이는 중국에서 서극 감독 이후 가장 CG에 능한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착요기의 CG역시 100% 중국기술로 이뤄졌다.

착요기는 중국관객을 대상으로 제작된 영화다. 쉬청이 감독 역시 착요기는 글로벌 진출용 작품이 아니라고 말한다. 가족영화이지만 한국의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잔인하고 징그러운 면이 있다. 때문에 한국에서는 그리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철저히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제작된 영화지만 제작자인 장즈창이 세계진출에 능한 탓에, 어떤 식으로든 세계진출을 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착요기는 9월16일이면 극장에서 내려질 예정이다. 이후에는 중국의 유쿠(優酷), 아이치이(愛奇藝) 등 동영상 사이트에서 상영된다. 현재 착요기의 인터넷 판권만 최소 1억위안 이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밖에도 착요기에 나오는 요괴 캐릭터를 소재로 한 완구나 캐릭터 제품들 판권 계약도 진행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테마파크 투자 역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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