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의 갤럭시노트] TV를 채운 우리 이야기, 톡투유‧동상이몽‧촉촉한 오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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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2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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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관찰카메라가 대한민국 예능을 장악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은 이렇게 소소한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춘 것은 분명 새로운 현상이다. 그간 카메라는 유난스러워 위화감을 조성하고,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육아 일기와 극한의 고생을 업으로 하는 군인, 소방관 등 ‘그림 나오는’ 장면을 관찰하기에 급급했다. 쌍둥이에 세쌍둥이를 가세시키고(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매번 다른 부대로 입대(MBC ‘진짜사나이’)하며 새로움을 찾았지만 신선함을 유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 평범하지만 은근하고 깊은 맛이 나는 재료로 눈을 돌렸다.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일반인 10대 자녀의 신문고를 자처했다. 별다른 사연은 없다. 배우를 꿈꾸는 아들과 공부를 강요하는 어머니,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딸과 딸의 다이어트를 원하는 어머니의 일상으로 1시간을 채운다.

부모의 입장과 자식의 입장에서 바라본 일상은 분명 같은 것임에도 판이하다. 같은 소스로 만든 서로 다른 두 영상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소통의 물꼬를 트게 한다. 이는 선택과 집중에 능한 제작진의 공이 크다. 찰나의 표정을 놓치지 않고, 적절한 음악과 자막으로 사연자의 진심을 잡고 시청자에게 재미를 내준다.

“어휴~ 저 언니 왜 저래”라며 추임새를 넣는 장영란,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라” “말도 못 하게 할 거면 나 여기 왜 앉아있느냐”며 투덕대는 김구라와 서장훈은 남의 집 일에 제 일 마냥 열을 올리며 맛깔스러움을 더한다.

26일 첫 방송된 tvN ‘촉촉한 오빠들’은 축축하고 습한 우리의 일상에 집중한다. 작은 몸으로 백혈병과 싸우는 다섯 살 정원이가 뽀로로를 보며 티 없이 맑은 웃음을 지을 때, 호기롭게 면접을 치르던 취업 준비생이 어머니 얘기가 나오자 손톱을 누르며 눈물을 삼킬 때 무방비 상태로 TV를 보던 시청자는 훅 눈물을 흘린다.

작은 몸을 집어삼킨 백혈병을,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청년 실업을 케이블 예능프로그램이 해결할 수는 없겠지마는 고민을 나누고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위로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JTBC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는 관찰카메라는 아니지만 사소하지만 소소하지 않은, 매 순간 엄습하는 일반인의 삶의 무게를 보듬는다. ‘감성 토커’ 김제동에 인문학자 최진기, 과학자 정재승, 빅데이터 전문가 송영길이 합세했다.

직장에서도 아이 앞에서도 죄인이 되는 워킹맘과 짠돌이를 자처하며 결혼과 인간관계를 포기한 결혼 적령기의 남성은 시대의 고민을 대변한다. 김제동은 명확한 해결이나 더 나은 상황으로 가는 길을 강요하지 않고,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진심으로 사연자와 호흡한다.

방송관계자는 “각박한 현실이 신변잡기적인 연예인의 수다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면서 “현실과 괴리감이 느껴지는 스타의 이야기가 아니라 비슷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어하는 민심에 집중하는 것이 방송가의 또 다른 트렌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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