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2014년 재계 인사 관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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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3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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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채명석 차장[.]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2014년 끝을 한 달여 앞두고 재계 사장단·임원인사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수시 인사를 채택 그룹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주요 그룹들은 11월 하순부터 1월 초 기간 동안 총괄 인사를 단행한다. 인사는 차기 년도 이후 각 그룹의 중장기 전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재계 인사의 주요 특징으로는 오너 3·4세의 경영 참여, 현장 출신 인사의 발탁, 인사 제한의 장벽 제거 등을 들 수 있다.

먼저, 이번 인사에서는 그룹 오너 3·4세가 최고경영진 또는 임원으로 승진해 그룹의 새 얼굴마담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15년은 국내 10~15대 상위 그룹에서 오너 3·4세가 임원으로 발탁돼 실제 경영에 참여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오너 3·4세가 경영일선 전면에 나선다는 것은 위기 극복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주변에서 우려를 제기하는 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입증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더군다나 형제들이 많은 오너 집안에서는 이들 가운데 대권을 넘겨받을 이를 추스르기 위해 현재의 오너가 던지는 마지막 테스트라는 성격도 짙다.

주요 경영진의 권력 기반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최고경영진의 주도권을 행사해 왔던 재무·관리 부문 인사들의 위상이 주춤거리는 가운데 영업과 기술 등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둔 현장 출신 인사들의 발탁이 활발해졌다. 재무·관리 임원이 힘을 얻었던 배경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비대한 조직을 축소해 비용을 줄여 줄어드는 매출 구조에서 일정 부문의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서였다. ‘통제경영’, ‘짠물경영’이라 불리는 이들의 경영수완 덕분에 한국기업들은 경쟁국과와 달리 비교적 손쉽게 글로벌 금융위기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통제 일변도의 경영이 지속되면 기업 본원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한 대기업에서는 재무통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한 뒤 아이디어 제안 제도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이 회사는 직원 개개인의 아이디어로 매년 수백억원의 낭비요소를 개선하는 이 제도를 자랑거리로 여겨왔다. 이처럼 재무통들의 입김이 세어지면서 일선 사업장 현장에서부터 기술인들이 푸대접을 받는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아이러니 하게도 아이디어 제안 제도가 사라진 뒤 2년여 만에 회사는 수조원대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사실 벌어둔 돈을 쌓아놓고 세어 나가기 않도록 문을 꼭꼭 닫아두고 지키려고만 하는 수세적인 경영은 한국기업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최고의 수비는 공격’이라는 말처럼, 과감하게 해외시장에 뛰어들어 마케팅을 하고 제품을 파는 적극적인 경영이 한국기업의 진정한 모습이다.

올해 재계 인사는 뒤늦게나마 과거의 모습을 되찾으려는 시도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1등을 해본 경험자와 전략을 성공해 본 능력있는 인사들을 배치해 현 주력사업을 강화하고, 더 나아가 신진 젊은 피를 등용해 미래 성장사업의 추진을 맡기겠다는 것인데, 이는 ‘성장’이라는 목표를 토대로 공세적인 경영을 시도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녀노소, 전직·현직을 불문하고 각 요소에 적임자를 앉힌 점도 이를 뒷받침힌다.

종합해 보면 올해 재계 인사는 201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 될 오너 3·4세의 경영권 승계 이후 그룹의 체제 변화를 볼 수 있는 예고편 성격이 짙다. 연말 또는 연초에 공개될 각 그룹의 새해 경영전략에는 이들이 추진할 향후 변화의 지향점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변화를 향한 재계의 움직임은 내년에 더욱 크고 활발해 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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