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평화가 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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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1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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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진 기자]

아주경제 주진 기자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을 외친 박근혜 대통령은 틈만 나면 자신의 임기 동안 통일의 초석을 놓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해왔다.

그러나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통일 대박론’은 구체적인 실체도 없고, 추진 과정도 찾아 볼 수 없다. 통일이라는 추상적이고 ‘선언적 의미’만 맴돌 뿐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데도 남북관계는 좀처럼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를 풀어야 할 당사자인 박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한반도 통일을 도와 달라”고만 호소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북전단 살포로 겨우 대화 무드로 접어들던 남북고위급접촉은 결국 무산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고,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대북전단 살포를 위한 '전단탄' 개발비로 18억원을 편성했다. '전단탄'은 대북전단을 더 정확하고 멀리 북측 지역에 투하하기 위한 탄약이다.

대북심리전의 상징인 김포의 애기봉 등탑은 안전 문제로 철거됐으나 내년 봄에 기존의 2배 높이인 54미터 전망대로 다시 설치된다. 대북 '디지털 전광판' 설치도 검토중이다.

통일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대박’이라는 결과만을 정부의 통일정책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하려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북한과 대화를 위한 수단을 개발하지 않는 신뢰프로세스나 대박론은 한계가 있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구호에 앞서 ‘평화는 밥’이라는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 통일은 준비에서부터 결과까지 남북 간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대북정책에는 평화라는 대원칙이 서 있어야 한다.

남북관계에 긴장이 고조되면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대가가 필요하다.

과도한 국방비 지출과 징병제 등 이른바 분단 비용이 통일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보다 더 크다. 당장 남북한 경제협력을 중단한 5·24조치로 남한의 피해액이 146억달러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1일 발표한 '금강산관광 16주년 의미와 과제' 보고서를 보면 남북교역이 중단된 데 따른 피해액이 65억7,00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개성공단사업 피해가 61억4,000만달러, 금강산관광 중단 피해액은 17억달러, 항공기 우회운항 1억4,000만달러, 개성관광 중단 4,000만달러 순이었다.

정치적인 통일에 앞서 경제 통일이 앞서나간다면 ‘통일대박’ 실현은 진일보할 것이다. 북측이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계속 요구하는 것도 경제와 맞닿아 있다.

평화는 밥이다. 한자를 풀이해 보아도 ‘화’(和)라는 글자는 ‘밥(禾)을 같이 나눠 먹는다(口)’는 뜻을 지니고 있다. 남북은 한 식구(食口)다. 한반도라는 한집에 함께 살면서 밥을 같이 먹는 사람들이다.

남북경협이 본격화된다면 성장 동력을 상실해 가는 남측은 북한 개발이라는 새로운 동력을 통해 경제 성장률을 끌어 올릴 수 있고, 북한은 식량 부족에 따른 기아 상태에서 벗어나 소득 향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통일한국이 되면, 2050년 1인당 GDP에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국가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내놓기도 했다.

내년이면 분단70년을 맞는다. 통일은 단박에 대박 나는 게 아니다. 더 늦기 전에 북한과 대화와 협력을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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