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주주 저항에 삼성중공업·엔지니어링 합병 좌절, “산업 구조조정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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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1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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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삼성그룹이 사업 구조개편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이 주주들의 강한 저항에 막혀 좌절됐다.

특히 합병을 반대했던 국민연금이 이번 사태를 주도한 것으로 파악돼 삼성은 물론 산업계 전반에 걸쳐 국민연금의 책임 있는 주주 행태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1차적으로는 조선·플랜트 산업에 대한 필요 이상의 우려와 부정적 인식이 주주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두 회사뿐 아니라 업계 전체의 노력이 부족했던 게 주된 요인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회사의 주주로 참여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바라보고 지적하는 투자자로서의 자세보다는 합병을 계기로 한몫을 챙기고 빠지려는 주주들의 투기적인 심리도 이번 합병 반대의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육상·해상 플랜트 노하우를 결합해 한 단계 높은 시너지를 내겠다는 삼성그룹의 전략은 주주들의 이해를 얻기까지 보류됐다. 더 나아가 산업 차원에서 구조조정이 시급했던 조선·플랜트 업계도 양사 합병을 계기로 이를 추진하려고 했으나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막혀 진행이 어렵게 돼 업황 악화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17일까지 신청한 주식매수청구 현황을 확인한 결과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합병 계약상 예정된 한도를 초과함에 따라 합병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삼성엔지니어링 주주들의 반대심리가 합병을 무산시킨 주된 원인이 됐다.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주식매수 청구금액은 7063억원으로 당초 정한 매수대금 한도인 4100억원을 초과했고, 계획대로 합병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양사가 총 1조6299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주식매수대금을 지급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식매수를 청구한 주주들의 지분율은 27.43%에 달했다. 이는 최대주주인 삼성SDI 등 삼성그룹 계열사와 관계자 지분 22.00%를 초과한다. 반면 삼성중공업의 주식매수를 청구한 주주들의 지분율은 14.80%로 최대주주인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와 관계자 지분율 24.24%보다 낮다. 결국 피인수되는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이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합병에 대한 반대입장을 취해 온 국민연금이 주주들의 주식매수 청구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3분기 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은 209만5399주로 지분율은 5.24%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주당 매수청구금액인 6만5439원을 곱하면 약 1371억원에 달한다. 삼성중공업 주식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은 3분기 말 현재 지분율이 5% 아래로 떨어져 정확한 보유량은 알 수 없다. 하지만 5%에 근접하는 지분율은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중공업 주식매수 신청 지분의 3분의1은 국민연금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과도한 주식매수청구 부담을 안고 합병을 진행할 경우 합병회사의 재무상황을 악화시켜 궁극적으로 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으며, 주식매수청구 행사 과정에서 드러난 시장과 주주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이를 겸허히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속내는 쓰리다. 지난 9월 1일 양사 합병을 발표한 뒤 12월 1일 통합을 목표로 양사 조직과 임직원 간 물리적·화학적 통합 작업을 진행해 왔던 모든 것이 올스톱됐다.

특히 어려운 사업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너지를 내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지만 부진한 주가와 주주들의 반대에 막혀 결국 목표가 좌절됐다.

산업 전반으로 놓고 봤을 때에도 양사의 합병은 조선·플랜트 업계의 구조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됐다. 과투자와 과도경쟁으로 인해 연이어 업체들이 문을 닫는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조선·플랜트 업계는 강력한 구조개편이 필요하다. 차별화, 특화와 더불어 인수·합병(M&A)을 통한 규모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눈앞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주가만으로 조선·플랜트 업계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 산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양사는 일단 주주들의 신뢰를 얻을 때까지 합병 작업을 미루고 개별 회사 차원에서 협력 방안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조선업황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빠른 시일 안에 합병을 재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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