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그라진 우리들의 ‘레디 액션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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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0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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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메가폰]

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게 청춘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달기만 하지 않다. 얻은 만큼 아프고 쓰리다. 옴니버스영화 ‘레디 액션 청춘’은 희망적인 젊음보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함에 초점을 뒀다. 개천에서 용 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만큼 어려운 박복한 시대상과 맞물린 셈이다.

‘레디 액션 청춘’은 총 네 개의 단편영화로 구성됐다. 두 개는 고등학교, 하나는 입대 전, 나머지는 청년기의 인물이다. 결과적으로 네 작품의 편차가 크고 말하는 바가 명확하게 들리지 않아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진다.

[사진=영화 '레디 액션 청춘' 스틸컷]

‘소문’(감독 김진무)은 그룹 슈퍼주니어 동해가 주인공을 맡아 열연했다. 5일 열린 시사회에서 김 감독은 “아이돌 연기력 논란은 잠식됐다. 안정선에 접어든 단단한 연기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칭찬은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스크린에 가득 메우는 동해의 눈빛은 부족한 것 없는 전교회장 정우가 모든 걸 잃게 되는 복잡한 심리를 훌륭히 표현했다.

이 영화는 학교 안에서 서열 싸움을 통해 어른 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은 권력 추종과 위선을 파헤친다. 그리고 확인되지 않는 ‘소문’에 우리가 얼마나 나약한지를 곱씹게 한다.
 

[사진=영화 '레디 액션 청춘' 스틸컷]

‘훈련소 가는 길’(감독 박가희)은 입대하기가 죽기보다도 싫은 두 청년, 만재(정해인)와 종구(구원)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그렸다. 그룹 포미닛 멤버 남지현이 만재의 연인 승아를 연기했다.

고등학교 시절 일진이었던 종구, 종구의 빵셔틀(힘센 학생들의 강요로 빵이나 담배 등을 대신 사다 주는 행위) 담당이었던 만재는 과거에서 벗어나 군대라는 틀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조폭에 쫓기는 신세가 되자 아이러니하게 훈련소에 들어가기 위해 발악하는 그들에게서 유쾌함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여자들의 공감도가 떨어진다는 점, 남지현의 매력이 앵글에 잘 표현되지 않았다는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진=영화 '레디 액션 청춘' 스틸컷]

‘세상에 믿을 놈 없다’(감독 주성수)는 은행을 털기 위해 인터넷에서 모인 세 남자의 비극을 다뤘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도 세 남자의 프로필을 두루뭉술하게 알려준다. 이교수, 김사장, 박의원이라는 가명이 정보의 전부다.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직업군을 별다른 대책 없는 20대 청년들, 심지어 강도범의 이름으로 붙였다.

세 사람의 신뢰는 유리와 같다. 그래서 물욕에 물든 누군가가 배신할 것만 같은 영화적 긴장감은 쫄깃한 매력을 선사한다. 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결말과 FT아일랜드 멤버 송승현의 새로운 발견도 재미다. 일부러 엉성하게 말하는 박의원의 약한 대사전달력이 몰입도를 방해하는 게 흠이라면 흠.
 

[사진=영화 '레디 액션 청춘' 스틸컷]

‘플레이 걸’(감독 정원식)은 일진 여고생들의 이야기다. 수학여행마다 치러지는 ‘심판의 날’에서는 플걸 회장(서은아)의 심판으로 서열이 정해진다.

스크린 가득 교복을 입고 담배를 연신 피워대는 여고생의 모습이 1~2분에 한번 꼴로 나온다. 학교폭력을 휘두르는 모습도 여과 없이 표현됐다. 그럴싸한 여고생들의 액션 장면을 연출하겠다는 의도는 짧은 치마를 입고 다리를 올리는 찰나에서 멈춘다. 무엇보다 어떤 청춘을 말하고자 하는지 감을 잡기 어렵다. 탈선을 일삼고 집단적 왕따를 행하는 가해자 고등학생이 마치 우상처럼 그려져 불편하다. 게다가 거만하게 무게를 잡는 일진 패거리들은 오그라들기까지 한다. 지난해 영화 ‘짓’으로 대종상영화제 신인 여배우상을 받은 서은아의 연기력과 미모가 아깝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더욱이 네 영화 모두 ‘청춘’을 모티브로 했으나 폭력이 끊이질 않는다는 점은 ‘레디 액션 청춘’을 무색하게 한다. 불안한 현실을 폭력으로밖에 분출할 수 없다는 설명은 바르게 살아온 청년들에게는 공통분모가 아니다. ‘힘드니 누군가를 때려도 돼’라는 옹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만 같아 거북하다.

학교 내 정치를 통해 사회문제를 드러내고 독재정권의 폐해를 꼬집으며 청춘의 여러 고민을 심층적으로 표현한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비교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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