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타짜2' 강형철 "신인발굴 전문 감독? 적합하니까 기용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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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1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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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2 강형철 감독이 서울 종로구 통인동의 한 카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강형철 감독은 지난 2008년 데뷔작 ‘과속 스캔들’에서 박보영과 왕석현이라는 신인을 발굴, 스타덤에 올려놨다. 3년 뒤인 2011년에는 ‘써니’를 통해 심은경과 강소라를 주목시켰다.

신인발굴 전문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 강형철 감독을 ‘타짜-신의 손’(제작 유한회사 타짜2문화산업전문회사, 싸이더스픽쳐스, 안나푸르나필름) 최근 서울 통인동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타짜-신의 손’(이하 타짜2)은 전작 고니(조승우)의 조카 함대길(최승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길은 어릴 적부터 삼촌의 피를 물려받아 각종 내기에서 승승장구한다. 그러던 어느날 허광철(김인권)의 동생 미나(신세경)를 보고 첫눈에 반하지만 할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유령(김준호)을 칼로 찌르고 도망치게 된다.

학창시절 함께 도박을 하던 짜리(이동휘)의 도움으로 꼬장(이경영) 밑으로 들어간 대길은 타짜의 길에 입문한다.

‘타짜2’의 러닝타임은 147분. 다소 길지만 강형철 감독 특유의 스피디한 연출로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들었다.
 

타짜2 강형철 감독이 서울 종로구 통인동의 한 카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강 감독은 “스스로 작업하는 과정에서 러닝타임을 줄일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편집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 시간을 줄이면 안된다고 생각했고 제작진들과 투자, 배급 관계자들 역시 동조해 현재 러닝타임으로 최종 결정됐다”면서 “‘트랜스포서4’보다도, ‘아바타’보다도 짧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인기그룹 빅뱅의 최승현(탑)을 주인공으로 기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감독의 입장에서 신인과도 같은 최승현을 기용하는데 어떤 부분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지가 궁금했다.

“만나보기 전에는 외모적으로 많은 악당, 인물들과 부딪혀야하는 인물이 필요했어요. 최승현은 대체할 수 없는 유니크한 외모를 가져서 정말 좋았죠. 직접 만나보니 함대길의 엉뚱함과 발랄함에 적합한 배우였어요. 캐스팅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최승현에 대한 고마움이 이어졌다. “감독과 배우 간에 믿음이 있어야 일이 수월해지는데 최승현은 저를 많이 믿어줬다.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냈다”면서 “영화란 감독 혼자 끌고 갈 수 없는 작품이다. 최승현은 그런 의미에서 좋은 배우이자 친구가 돼 줬다. 궁합이 잘 맞는 파트너 같은 느낌이었다. 저를 외롭지 않게 해줬다”고 회상했다.
 

타짜2 강형철 감독이 서울 종로구 통인동의 한 카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강형철 감독은 최승현 뿐만 아니라, 신세경, 곽도원, 유해진, 이하늬, 이경영, 김인권, 김윤석, 고수희, 오정세, 박효주, 김준호, 이동휘, 김원해, 이준혁 등 배역에 꼭 맞는 배우들을 출연시켰다. 최적의 캐스팅에 강형철 감독의 연출력이 만나 생긴 시너지 효과 역시 ‘어마무지’했다.

“배우들이 잘해줬기 때문”이라고 겸손해한 그는 “신인 발굴 전문 배우라는 호칭도 있지만 그런 생각으로 기용하지는 않는다. 이 역할에 가장 잘 어울리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경에 대해서는 “허미나라는 캐릭터에 정말 반해 있었던 것 같다. 배우가 자기 캐릭터에 반한다는 게 이런 것이라고 느꼈다”고 표현했다.

‘과속 스캔들’과 ‘써니’의 간격은 3년. ‘타짜2’까지도 꼭 3년이 걸렸다.

“월드컵 감독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아 다행”이라며 웃음을 보인 그는 “데뷔 때는 경험이 없어서 힘들었다. 1년을 쉬고 2년을 준비해 ‘써니’를 내놓았고, 이듬해에는 곧바로 ‘타짜2’에 돌입했다. 그런데 시나리오 작업만 1년이 소요됐다. 이번에 ‘타짜2’는 100회차로 촬영했다.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원작이 있기 때문에 시나리오 작업이 수월했을 거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깼다. 그 이면에는 원작에 대한 존경과, 영화화하는 부분에 있어서 신념과도 같은 부분이 작용했다.

“원작이 있기 때문에 시나리오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린 것 같아요. 만화 원작을 실사로 옮기는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만화적인 요소들에 대한 수위 조절이었죠. 만화에서 보여지는 감정의 변화를 실제로 찍어야하니까요. 그리고 허영만 선생님의 ‘타짜’의 같은 경우에는 워낙 방대한 내용이기도 하고요. 영화라는 포맷에 옮기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죠.”
 

타짜2 강형철 감독이 서울 종로구 통인동의 한 카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강형철 감독은 원작 ‘타짜’ 2부의 메인 이야기를 가져와 재가공했다. 특히 원작 1부에서 사망한 고광열(유해진)을 살려둔 ‘타짜1’의 최동훈 감독에게 감사함(?)을 표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타짜2’는 함대길의 성장담으로 풀어내고 싶었다. 다행히 최동훈 감독님이 고광열을 살려두신 덕분에 다양한 이야기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인생이라는 게 살다보면 파도도 만나는 거친 삶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두려우면 집에만 있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고민했죠. 도박에 빠져드는 무모함, 악마의 게임에 들어간 함대길이 자신의 여정을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명확하거든요. 결국에는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강형철은 자신이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감독이었다. 특히 함대길과 우사장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서는 남미음악을 깔았다. 함대길이 승승장구할 때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썼으며 때로는 재즈를 넣었다. 끈적한 팝까지 김준석 음악감독과 상의했다.

특히 우사장과의 베드신은 몽환적인 분위기로 연출했다. 청소년관람불가인 만큼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장면으로 촬영할수도 있었지만 강 감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장사의 목적으로 베드신을 찍고 싶지 않았다”는 강 감독은 “한정된 시간에 대길과 우사장이 깊어지는 과정을 표현해야하는데 베드신은 그런 기능적인 측면이 컸다”고 설명했다. 정확하게 함대길과 우사장의 관계를 표현했고, 아쉬움이나 과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타짜2 강형철 감독이 서울 종로구 통인동의 한 카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그는 관객들에게 적절한 텐션과 풀어주기를 반복했다. 숨막히는 카체이싱 장면에서 갑자기 나미의 ‘빙글빙글’이 배경음악으로 나와 웃음을 주는 부분은 영화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주고 싶었다. 웃음을 항상 즐거우니까. 어떤 분들은 과감한 것 아니냐고 하시는데 개성이라고 생각한다”는 게 강형철 감독의 지론이다.

‘타짜2’는 지난 3일 개봉해 누적 관객수 300만명을 넘어 순항 중이다. 3연타에 성공한 강형철 감독은 겸손했다.

“어느덧 3편의 영화를 만들 수 있었네요. 대길에게 여정이 있는 것처럼 저도 영화감독으로서 여정이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몇 편이나 더 찍을 수 있을지. 저도 걸어가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3년마다 관객들에게 새 작품을 선보인 강형철 감독의 네 번째 영화는 어떤 내용이 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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