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톡]"흙과 장작불에 온 마음을 바쳐요" '달항아리' 작가 강민수, 노화랑서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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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1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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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수 달항아리. 사진=노화랑 제공]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몸이 둥근데다 굽이 아가리보다 좁기 때문에 놓여 있는 것 같지 않고 공중에 둥실 떠 있는 것 같다. …. 한 아름 되는 항아리를 보고 있으면 촉감이 동한다. 싸늘한 사기로되 다사로운 김이 오른다."

  수화 김환기는 "여전히 항아리를 그리고 있는데 이러다간 종생 항아리 귀신이 될 것 같다"(1957)며 "사람이 어떻게 흙에다가 체온을 넣었을까" 궁금해했다.

'철두철미한 평범함'이 특징이지만 오히려 그것이 특유의 푸근함으로 많은 예술가들을 매료시켰다.

 완벽하지도 않다. 크고 우람하고 풍성하고 당당해 '넉넉한 맏며느리 같다 는 말도 듣는다.  살짝 뒤뚱, 일그러지진 모습이 매력이다. 중국이나 일본 도자기에서 발견할 수 없는 조선 백자만의 특징이다.

 못생겨도 피부가 예뻐 '피부미인'이라는 말이 있는 것 처럼 달항아리는 우유빛 뽀얀 피부가 압권이다.

 그래서 덤덤하고 무던함에도 그 멋스러움에 외국인도 보자마자 반한다. 조선 도자기에 심취했던 영국의 도예가 버나드 리치는 1935년 당시 달항아리를 영국으로 들고가면서 "행복을 안고 갑니다"라고 할 정도로 아름답게 여겼다고 한다. 백자 달항아리는 1987년 뉴욕의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23만 달러(1억 8400만 원)에 낙찰된데 이어 2013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120만3750 달러(13억4000만원)에 팔려 달항아리의 위엄을 보이고 있다.

 
 "종생 항아리귀신이 될 것같다"며 수화 김환기가 궁금해했던 "사람이 어떻게 흙에다가 체온을 넣었을까"를 직접 실현하고 있는 젊은 도예가가 있다.
 

[강민수 달항아리. 높이 64cm × 몸체지름 63.5cm | 2013 ]


달항아리 매력에 20여년간 푹 빠져있는 도예가 강민수(43)다.

 어린시절 열병으로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작가는 마음을 담은 달항아리를 만든다. 2009년, 2011년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전시를 하고 '달항아리 작가'로 올라서 살림살이가 나아졌지만 초심은 변하지 않았다.

 전통 장작 가마를 고집한다. 여전히 가마에 항아리를 굽고 물레를 돌리고 굽을 깎는다. 일일이 손으로 만든 항아리를 가마에 넣고 '불의 미학'에 의지한다.

 1200~1300도. 가마속은 신의 영역이다. 배가 아주 완벽히 둥근 것, 약간 들어간 것, 한 쪽이 살짝 처진 것이 있는 가하면 색도 다르다.  '만들어도 만들어도 똑같은 것'은 없다. 바로 이것, 이 차이가 작가를 달항아리를 매일매일 만들게 하는 하며 집중하게 하는 힘이다. 
 
 단국대 도예과 출신인 강씨는 1998년 국제 공예공모전을 비롯해 사발 공모전,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 잇달아 입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강민수 달항아리]



조선의 달항아리와 최대한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전국을 돌며 흙을 가져다 사용한다. 표면의 매끄러운 질감과 두 개의 반구(半球) 모양을 이어붙인 높이 60㎝ 안팎의 '강민수 스타일의 달항아리'를 만들어내까지 1990년 이후 20년이 걸렸다. 수많은 실패와 실패가 이룬 성공은 '불의 조화'를 즐길수 있게 된 것.

"쌍 굴뚝을 가진 세 칸짜리 가마에 넣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불을 지피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는 작가가 오는 17일부터 노화랑에서 세번째 개인전을 연다.  

'흙에다 온 마음을 바쳐 체온을 넣은' 그의 달항아리가 뽀얀 자태로 기다리고 있다. 전시는 27일까지. (02)732-3558

 

[강민수 달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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